SCI-FI

왕의 노래

소설가

2010년 9월 통권 60호

A.D. 8년 무자년(戊子年) 9월 17

별궁(別宮)은 뉘엿뉘엿 넘어가는 가을 햇살을 끝내 부여잡으려는 양 붉은 빛을 한껏 머금었다궁인(宮人)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왕이 사냥터에서 방금 돌아온 것이다왕의 행보는 평소와 달랐다사냥에 나섰던 가신들과 오후 늦게라도 밀린 정무를 논의하는 게 보통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돌아오자마자 신료들과 작별을 고했다어전 대신 왕이 찾은 곳은 널찍한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였다내관과 시녀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정자 아래에는 악공 몇이 돗자리를 펴고 요고(腰鼓)[1]와 피리공후(箜篌[2]비파오현금탄쟁(彈箏[3] 등 저마다의 악기를 나직이 조율하던 참이었다

데려오라.” 맨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내관에게 왕이 명했다

상좌(上座)에 앉으며 왕의 입에서 절로 웅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신이(神異)한 일이로고.”

요즘처럼 심사가 편치 않은 때오늘의 인연이 혹여 한 가닥 단비가 되어줄까왕은 잠시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품었다가 어이없다는 듯 스스로 코웃음 쳤다보위에 오른 지 올해로 서른 해이제껏 한낱 티끌조차 거저 얻은 적 있던가도읍을 옮긴지 다섯 해건만 주변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벅찼다

화공(畵工)의 누이입시(入侍)이옵니다.” 내관의 아뢰는 말에 왕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왼쪽 여밈이 낯선 탓인지 어색한 옷매무새조심스런 걸음걸음풍성하게 늘어진 소매로 가린 얼굴이 큰절을 올리고 황금빛에 물든 자태를 온전히 드러낸 순간왕은 벼락 맞은 사슴마냥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남몰래 전율했다

인와(殷華)라 합니다.”

여인의 눈두덩과 입술은 유달리 붉게 물들여졌고 양 볼은 연지로 화룡점정 되었다누가 보아도 신참 궁녀 같은 화장은 짓궂은 시녀들의 작품일 터하지만 이듬해면 오십 줄에 접어들 왕의 녹녹치 않은 시선은 그녀의 눈매에서말투에서손동작과 걸음걸이에서 반가운 흔적을 연신 찾아 나섰다

우리말을 좀 하느냐?” 한동안 말없이 지켜보던 왕이 말문을 열었다

예 오기 전 낙랑국에 머무르며 허깨 너머 배웠습니다따왕(大王)마마.”

혀 짧은 발음과 억양이 닮은 것까지 실로 우연의 일치일까어눌한 말투가 왕은 도리어 반갑기만 했다

외인(外人)의 말솜씨가 그 정도면 제법이구나하긴 우리 상인들 가운데 아예 게서 눌러 살다시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들었다.”

왕의 손짓에 여인이 좁고 기다란 탁자의 끄트머리에 살포시 앉았다

예 가까이 앉아라잡아먹지 않을 터이니.”

폭이 좁은 탁자 맞은편으로 여인이 옮겨 앉았다그제야 왕은 해갈(解渴)하고픈 생각이 들었다사냥을 마치고 궁에 들어와 아직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내민 잔에 곁에 지켜 선 시녀 하나가 술을 가득 따랐다

마마...”여인이 주저주저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말해 보거라.”

제 오라븨는 어찌되었는지요?” 여인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단숨에 들이켠 술잔왕은 검붉은 노을을 바라보았다희희낙락하던 까치 두 마리 중 하나가 단숨에 새매의 발톱에 휘감겼다먹이를 움켜쥐고 유유히 날아가는 새매그리고 그 주위를 맴돌며 따라가는 또 한 마리의 까치

보아하니 한녀(漢女)거늘어찌 예까지 제 발로 왔을꼬?”

혀륙이라고는 단 하나인 오라븨를 따라온 것뿐입니다.”

네 오라비 말대로 옛 월()나라 땅에서 뱃길로 왔단 얘기렸다?”

그렇습니다.”

게가 어디라고 예까지... 너희는 남매를 가장한 유영(孺嬰[4]의 첩자가 아니더냐.” 

당치 않습니다소녀의 오라븨는...”

태백산 [5] 백호(白虎)를 화폭에 담고자 찾아왔다는 허황된 소리를 정녕 믿으란 게냐?” 왕은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그러나 음절 하나하나에 밴 신랄한 어조는 여인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도 남았다

오라븨는 거짓을 고할 사람이 아닙니다통촉해 주오소서.” 하얀 목덜미에 선 힘줄또 만나는구나눈 깜짝할 사이지만 향수에 젖었던 왕은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묻는 말에 짐짓 정()을 실었다

오라비가 뭐라더냐어인 연유로 이역만리(異域萬里예까지 오자더냐?”

저희 남매가 사는 고장에 오량(無量)이란 따젠(大人)이 계십니다따왕에 비할 바는 못 되오나 조상이 오백여년 전 춘치오우바(春秋五覇)의 하나인 쭈이지엔(句踐)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여꽤 큰 세()를 누리는 자입니다어느 날 따젠이 현묘(玄妙)한 꿈을 꾸어 무녀에게 풀이를 청했더니 빠이호(白虎)를 품은 족자를 늘 곁에 두어야 화를 면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이에 따젠은 고을에서 가장 이름 높은 화공인 제 오라븨에게 빠이호도(白虎圖)를 주문하였습니다.”

오늘날 월 땅은 어차피 한의 군현이거늘 어떤 화를 자초할까 저어한단 말이냐?” 

술 한 잔에 시장기가 동한 왕이 은젓가락으로 맥적(貊炙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이것이 신호가 되기라도 한 듯 계단참 아래에 있던 시녀들이 작은 항아리에서 갖은 양념에 잰 돼지고기를 꺼내 넓적하게 펴 석쇠에 굽기 시작했다술 따르던 시녀는 왕의 그릇에서 고기가 빌 새라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다소 부산해지자 화공의 누이는 바로 대꾸하지 아니하고 두 손을 탁자 위에 고이 포갰다

영정(嬴政[6]이 죽고 나서 한때나마 다시 일어섰던 월이 유철(劉徹) [7]에게 패망하지 않았더냐?”

벌써 백여 년 전 일로 아옵니다.” 왕이 입을 열자 그제야 여인이 화답했다

다시 새로운 기운이 움튼단 뜻이렸다?”

따젠이 꿈속에서 보았다는 센쇼우(神獸), 빠이호는 위에’()는 고사하고 하안(남쪽에서는 털끝 하나 본 사람이 없으니 아무리 오라븨인들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어차피 센쇼우이니 상상으로 그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따젠은 반드시 실물을 그려 달라 하였습니다.”

해서너희는 유영의 명을 받드는 자들이 아니다?”

치엔뿌당완뿌당(千不當萬不當)합니다따왕마마!” 애가 탄 여인의 입술이 바짝 말라 들어갔다.

허면 짐()과 같은 배를 타고 한()에 맞서는 형국이라?” 

어느덧 사방이 어둑어둑해져 횃불이 곳곳에 점화되었다초가을 한기가 옥체를 해할세라 내관이 정자의 돌마루 한쪽에 마련한 화로에 불을 지폈다빈 술잔을 든 채로 왕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기를 몇 회왕이 서너 발걸음 너머 시립해 있던 내관에게 손짓했다내관은 소매에서 작은 비단 족자 하나를 꺼내 왕에게 건넸다.

족자를 여인의 코앞에 펼쳐 보이며 왕이 물었다.

이 여인이 누구이겠느냐?”

은화의 얼굴이 발개지며 고개를 조아렸다아무 대답이 없었다

네 오라비가 바로 과인 앞에서 너의 고운 자태를 화폭에 담는 재주를 보이지 않았더라면말 도둑의 죄를 쓰고 국법에 따라 노비가 되었을 터또한 오늘 너를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니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로다.” 

그럼 제 오라븨는 어찌되는...” 여인은 말하려다 말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받아라.” 왕이 불쑥 잔을 내미는 바람에 여인은 엉겁결에 두 손으로 화들짝 붙잡았다시비(侍婢하나가 여인의 잔을 채웠다

네 오라비는 화공치곤 예사 솜씨가 아니더구나궐 안에도 화공들이 드나들지만 솔직히 네 오라비에 미치지는 못한다허면 네 재주는 무엇이냐?”

감히 난위에’(南越)의 촌계집이 무슨 재주가 있겠습니까?” 여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시선을 피했다받아든 술잔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다

춤을 출 테냐아니면 노래를 구성지게 뽑아보겠느냐듣자하니 한녀(漢女가운데 가무에 능한 자가 적지 않다 들었다.”왕이 새치가 드문드문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능청을 떨었다

황공하오나 청을 거둬주소서따왕마마.”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았건만 여인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어허무슨 재주든 보여주지 않으면 당장 짐 앞에서 벌주 석 잔은 연거푸 마셔야 할 것이야.”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왕은 눈가에 깊어지는 주름을 왼손 검지로 잡아 펴는 시늉을 하며 기다렸다

소녀가무(歌舞)는 배운 바 업고 미력하나마 글은 좀 압니다.”

호오아녀자가 글을?” 왕의 눈에 놀라움이라기보다는 흥겨움이 배어나왔다.

비록 한촌(寒村)에 살았으되 아비가 글을 가르치는 일로 업을 삼았기에 허깨 너머 배웠습니다.”

왕이 족자를 거머쥐고 의자에서 일어나 정자의 왼쪽 기둥으로 걸어갔다족자를 기둥 돌출부에 건 왕은 여인을 등지고 섰다달빛에 어렴풋이나마 윤곽이 드러난 연못이 난간 사이로 살랑살랑 반짝였다

지금 과인의 마음을 글로 나타내 보거라.” 

왕이 엄지와 중지를 맞부딪쳐 소리를 내자 바로 내관이 흰 명주와 붓 그리고 먹을 대령하였다

긴 탁자 한편에 곱디고운 명주가 펼쳐졌다그 앞에 앉아 은화는 붓을 들기 전에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시상(詩想)을 가다듬었다일단 눈을 뜨자 여인은 일필휘지로 붓을 휘둘렀다

다 썼느냐?” 뒷짐 지고 난간 너머 호수를 바라보던 왕이 물었다

따왕마마.” 

풀이해 보거라.” 여전히 돌아보지 않은 채 왕이 말했다

은화가 나직이 읊조렸다

 

도꼬마리 [8] 뜯고 또 뜯어도 납짝 소꾸리 하날 못 째우네

님 그리워 소꾸리를 길가에 내떤지네.

采采卷耳 不盈頃筐 

嗟我懷人 寘彼周行 

 

높은 산에 오르려니 내 말이 힘이 없네.

금짠에 술이나 따라 그리움을 잊어뽈까.

陟彼崔嵬 我馬虺隤 

我姑酌彼金罍 維以不永懷 

 

높은 언덕 오르려니 내 말이 병이 났네.

쇠뿔짠에 술이나 부어 긴 씨름 잊어뽈까.

陟彼高岡 我馬玄黃 

我姑酌彼兕觥 維以不永傷 

 

마지막 연()에 들어가기 전에 여인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왕의 입에서 다음 연이 이어졌다

 

돌산에라도 오르려니 내 말이 퍼져버렸네.

하인들마저 못 걸으니 어이 하면 그대 있는 곳 바라볼까나.

陟彼砠矣 我馬瘏矣 

我僕痡矣 云何吁矣 

 

은화는 무안했다여인의 뜻풀이에 왕이 노랫가락으로 답하다니어느새 보라 비단 모자를 쓴 악사들이 장단을 맞추었다마치 처음 보는 일이 아니란 듯탄쟁의 현을 튕겨내는 손가락에 나풀대는 황색 소맷자락가벼운 떨림의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요고와 더불어 바람을 타는 보랏빛 명주 허리띠연못에 뜬 연꽃송이들이 노래 가락에 장단 맞추듯 빙그르르 돌았다

이 시가의 출전(出典)을 아느냐?” 노래가 끝나자 상석에 다시 앉으며 왕이 물었다.

“<시산빠이 詩三百>입니다지금으로부터 천 년 내지 사오백년 전 세간에서 즐겨 불러 전해지던 노래 수천 편 가운데 삼백여 편을 꽁쯔가 따로 추린 것이라 하더이다.”

그 내막을 아는 네가 어찌 괭이처럼 웅얼대기만 하는고? <시삼백>의 시는 시()가 아니라 흥이 살아있는 시가(詩歌)란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이냐?”

쏭쥐(悚懼)하오나 마마앞서 여쭈었듯이 소녀가 워낙 벽촌에 살다보니 세상 물정에 어두운데다 아비에게는 글로만 배워 안타깝께도 곡쪼는 모릅니다.”

한인(漢人)이 아닌 짐도 알고 있는 가락이 네게는 그리 생소하단 말이냐?”

쏭쥐하옵니다마마.”

네 예서(隸書)는 가히 일품으로 꼽아줄만하나 반쪽짜리 풍류만으로 어찌 시가다운 시가라 하겠느냐어여 벌주를 받아라!”

따왕마마!” 

어허무얼 하느냐빨리 마시지 않고노래는 못하였으나 붓 솜씨는 있어 보이니 한잔으로 탕감해주마!” 

하는 수 없이 여인은 아까 받아두었던 잔을 단번에 들이켰다호흡이 약간 가빠지는 숨소리가 왕의 귓가를 간질였다여인의 가는 금 귀걸이가 휘청하는 고갯짓에 찰랑였다

삼백편이 넘는 하고 많은 시가 중에 도꼬마리(卷耳)’을 고른 연유가 무엇이냐?” 짓궂게 힐난하던 왕의 말투가 다시 은근해졌다

따왕께서 마음 깊이 묻어두신 칭첸(情人)을 떠올리신다 생각하였습니다.” 

어찌 그리 짐작하였느냐?”

족자 속의 그림은 분명 소녀이옵니다하온데 따왕의 유얀(御眼)이 저를 살피실 때와 족자의 그림을 보실 때 사뭇 달라보였습니다.”

왕은 콧등이 약간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남들 눈에 티 나지 않게 왕이 서둘러 손짓했다곧바로 악사들이 아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음악의 울창한 숲 속에 웅크려 자신의 속내를 몇 겹이고 둘러싸고 싶은 마음이었다잠시 후 감정을 추스른 왕이 손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악공들이 손을 거두었다

“<시삼백>에는 도꼬마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낯 뜨거운 시가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어찌하여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까지 공자가 대거 실었다고 생각하느냐?” 왕의 어조는 다시 나직해져 바로 앞의 여인에게만 들릴 듯 말듯 전해졌다.

꽁쯔께서는 <로위귀이 論語>에서 ()는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아니하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한다.’ 하였습니다나아가서 <시산빠이>는 곧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모범이라 하였습니다.” 여인은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하하하짐 또한 천손(天孫)이되 양기를 품은 이상 어찌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모른다 하겠느냐허나 이 책에 치국(治國)을 망치는 불온한 노래들도 다수 눈에 띄는 것만은 하늘의 명을 받드는 자로서 도무지 마땅치 않다어찌 한()의 왕후장상과 학자들은 이러한 역심(逆心)에 눈을 감는단 말이냐?”

왕의 말투는 힐난조였으나 눈빛은 여인의 곳곳을 어루만졌다

따왕마마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세상의 젠씽(人心)이야말로 물과 같아서가 아닐찌요흐르는 물을 둑으로 억지 써 막는다 해도 결국 따로 물길을 내어 달래지 않는다면 마침내 더 걷잡을 수 없는 물난리가 나고 농후(農土)가 물에 잠겨버릴 것입니다.

차라리 물살을 다독여 사정에 맞게 그때그때 물길을 바꿔준다면 만인이 따왕의 은드어(恩德)를 청송(稱頌)하지 않겠사옵니까.”

은화의 어조 또한 낮았으나 더 이상 왕의 노골적인 눈길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우()가 하늘의 뜻을 얻어 제왕이 되었다는 게냐?”

소녀는 학자가 아니오벼슬아치와는 더 더욱 인연이 없으니 너무 삐훠(逼迫마옵소서한낱 피후(匹婦)에게 글 좀 읽었다는 연유로 물어보시기에 그저 생각하는 바를 감히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오랜만이로구나궐 안에서 이처럼 솔직하고 당당한 이야기를 듣다니더구나 처음 만나는 이국의 여인네에게네 말대로 한 때 짐이 그대를 빼닮은 여인을 곁에 둔 적 있었느니라.”

하온데 어찌하여 소녀와 같은 미천한 것에게 셩총(聖寵)을 베푸십니까?”

왕은 듣는 둥 마는 둥 내관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봐라주사위를 가져 오거라.”

 

은화의 주사위가 하늘을 날았다떨어졌다삼잔일거(三盞一去), 여인이 눈 딱 감고 술 석 잔을 연이어 들이켰다왕의 주사위가 탁자 위를 굴렀다금성작무(禁聲作儛), 왕이 탁자 위에 올라서 개미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휘적휘적 춤을 추었다여인의 주사위가 튀어 올랐다임의청가(任意請暇), 여인이 갑자기 취기가 달아난 듯 허리를 굽히며 머리를 조아렸다.

따왕마마~” 여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뭐하는 게냐흥을 깰 셈이냐?”

하오나 어찌 소녀가 감히 따왕께...”

전장(戰場)에서는 군기가 지엄해야 승부를 걸 수 있고 놀이에서는 규칙에 따라야 흥이 오르는 법임의청가주사위에 씌어진 뜻이 무엇인지 모른단 말이냐학식 높은 한녀(漢女)!”

조아리던 머리를 들어 올린 여인의 눈에 서서히 두려움이 가시고 취기가 다시 올랐다

그럼 따왕마마께 뤼엔씨(戀詩)를 한 수 청하나이다.”

쯧쯧무엄하다!” 한 걸음 뒤에서 이제껏 모르쇠로 일관하던 내관이 황망한 표정으로 혀를 차듯 속삭였다여인은 움찔했다그러나 왕의 불호령에 정자 바닥에 머리를 찧은 것은 내관이었다

무엄하다어찌 천손의 놀음에 분탕질을 하려드는고. ‘연시라 하였느냐껄껄짐이 비록 지천명(知天命)을 코앞에 두었다 한들 사내의 성정(性情)이 한 치라도 쇠했을까 보냐.”

왕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해 숨을 고르고는 약주 한 사발을 시원스레 들이켰다왕이 눈을 지그시 감자마자 악공 가운데 선임자가 눈치껏 전주(前奏신호를 보냈다일견 맑은 듯하면서도 뒷맛이 애잔한 가락에 실려 왕의 노래가 연못을 에워쌌다.

 

남녘에 우뚝 솟은 나무 있다지만 쉴 그늘이 없네.

아리수 [9]에 노니는 여인 있다지만 다가설 수 있어야지.

아리수는 넓디넓어 헤엄쳐 건널 수 없고

요수(遼水) [10]는 길디길어 뗏목 타고 갈 수 없네.

南有喬木 不可休息 

漢有遊女 不可求思 

漢之廣矣 不可泳思 

江之永矣 不可方思 

 

우거진 잡목 사이로 싸리나무만 베어오리.

저 처자(處子시집오면 그녀의 말까지 먹여주리.

아리수는 넓디넓어 헤엄쳐 건널 수 없고

요수(遼水)는 길디길어 뗏목 타고 갈 수 없네.

鬱鬱錯薪 言刈其楚 

之子于歸 言秣其馬 

漢之廣矣 不可泳思 

江之永矣 不可方思 

 

절로 흥에 겨운 나머지 한 악공이 모자에 장식된 새 깃에 추임새를 넣을 즈음 은화가 왕의 가락에 함께 어울려 들어왔다두 남녀의 목소리는 비류수(沸流水)와 애자하가 아리수를 이루듯이 하나의 강물처럼 흘러넘쳤다

 

우거진 잡목 사이로 물쑥만 베어오리.

저 처자 시집오면 그녀의 망아지까지 먹여주리.

한수는 넓디넓어 헤엄쳐 건널 수 없고

강수(江水)는 길디길어 뗏목 타고 갈 수 없네.

鬱鬱錯薪 言刈其蔞 

之子于歸 言秣其駒 

鴨之廣矣 不可泳思 

遼之永矣 不可方思 

 

현악기와 타악기의 여운이 잦아들 무렵 왕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우는 게냐?”

왕은 색동 옷고름으로 눈가를 훔치는 여인의 어깨를 쓰다듬었다들썩이는 가녀린 어깨붉어진 눈시울을 타고 하염없이 내리는 낙수(落水). 왕은 달래고자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순간 여인이 왕의 품에 덥석 안기며 오열했다

글로만 안다더니 어찌 이 노래는 그리 유창한고?” 왕이 여인의 등을 토닥이며 혼잣말하듯 되뇌었다. “갑진년(甲辰年[11]에도 이 노래를 함께 부른 이가 있었느니라.”

마마~” 목 놓아 우는 여인의 목덜미에서 왕은 잊었던 향기를 떠올렸다

 

A.D. 8년 무자년(戊子年) 10월 15

 

행렬의 선두는 악공들의 몫이었다여섯이 짝지어 북과 종을 어깨에 메고 앞서면 셋이 그 뒤에 서서 북과 종을 치며 갔다이어서 말 타고 땡땡이 북 [12]을 치는 고수(鼓手)퉁소를 부는 사람들뿔 나팔 부는 사람들 그리고 피리를 부는 사람들이 뒤따랐다악사들의 행렬이 마상고(馬上鼓[13]로 끝이 나자 삼보의 거리를 두고 가벼운 차림의 병사들이 행군대형으로 뒤따랐다악대 행렬 좌우에는 각기 두 명씩 활과 칼을 들고 춤을 추며 따라갔다

도끼와 창 그리고 형형색색의 깃발을 든 보병 천여 명이 앞장서고 나면 칠보 간격을 두고 철갑으로 중무장한 기병 삼백여 명이 도도한 기세로 말을 몰았다철기군(鐵騎軍)이 지난 자리는 성장(盛裝차림의 중신들이 삼삼오오 기름진 말을 타고 보조를 맞추어 따랐다

왕은 행렬의 후반부에서 소가 끄는 수레에 타고 있었다예년 같으면 시월 동맹제(東盟祭행차 길 내내 말 등에서 살며 철기병들 하나하나를 챙겼을 왕이다흰 가닥이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속에 숨어들고 눈가의 잔주름이 하루가 멀다 하고 파고든다 한들 왕은 이제까지 의전용 수레 따위에 눈길 한번 준 적 없었다수레 오른편에 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말로 갈아탈 수 있게 준마들과 마부들이 따르는 것은 바로 그러한 까닭이었다

은화(殷華)는 머리 위 높은 차양이 만들어내는 그늘에 몸을 맡긴 채 선선한 바람을 음미했다왼편에 앉은 왕은 수레를 뒤따라오던 대사자(大使者을두로에게 국동대혈(國棟大穴)에 먼저 가서 나무신을 받들어오라 명하였다동굴에 안치된 나무신은 천손(天孫)을 임신한 뒤 밀실에 갇힌 국조모(國祖母)를 상징했다그녀의 신위(神位)를 도성 동쪽 15킬로미터 떨어진 강 위에 모시는 제례는 한해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백성 모두의 축제였다왕은 수신제(隧神祭)가 문무백관 앞에서 하늘에 올리는 제사의 클라이맥스인지라 한 치도 일정에 차질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신신당부하였다

명을 내리고 나서 왕은 잠시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의자 등받이에 기댄 왕은 은화의 귓불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길쌈을 배운다 들었다만.”

수레의 차양이 연출하는 응달을 따라 상체를 뒤로 젖히니 왕의 코끝이 여인의 얼굴과 맞닿았다왕의 숨결을 살짝 비껴가며 여인이 말했다.

글재주로 뽐내봤자 쌀 한 톨이 나옵니까뽀리 한 홉이 나옵니까마침 소첩을 거드는 시비(侍婢중에 길쌈에 눙한 이가 있어 소일삼아 배우고 있지요.”

예로부터 비단은 한()을 비롯해 주변 나라들이 너도 나도 탐내는 귀한 물품이다칼과 화살 대신 비단을 써야 할 때도 있는 법네가 궁인들과 백성들에게 본을 보인다면 그 또한 과인의 복이겠구나.” 이어 왕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벌써 스물일곱 해 전이던가과인이 곁에 두었던 한녀(漢女)는 비단만 좋아했지 길쌈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단다.” 

것 참 한두 번도 아니고 소첩이 듣기 거북하네요따왕께서 저를 가까이 하시는 이유가 그 여인네와 닮아서 뿐이라면...” 여인은 차양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허허...” 왕은 쓴웃음을 지었다해의 높이를 보건대 오시(午時)를 넘어섰다하지만 행궁에 도착하자면 신시(申時)에서 유시(酉時사이가 될 터였다한동안 행렬의 발걸음은 무뎌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화가 났느냐.”

묵묵부답이다

오라비의 안부가 궁금하다 하지 않았느냐?”

여인은 눈초리만 왕의 기색을 살필 뿐 고개는 여전히 주변 풍경을 향하였다축축한 진흙길이라 수레바퀴 소리가 낮게 잦아들었다덕분에 행렬의 발소리 사이로 늦깎이 혼사를 서두르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끼어들었다

어디... 있는데요?” 

과인이 네 오라비에게 긴히 시킨 일이 있으니 마무리 짓는 대로 보게 될 것이다아무렴박대하겠느냐.” 왕이 여인의 어깨를 가벼이 토닥이며 목깃 안으로 검지와 중지를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태즈마마(太子媽媽)의 유이얀(玉顔)을 그리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건가요?”

손가락을 화급히 빼내며 왕은 주위를 살폈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 어조는 차분하되 추상같은 서슬이 어려 있었다

딱히 따로 들은 건 아녜요다만 달포 전 태즈가 황룡국 사신 앞에서 선물로 받은 활을 꺾어버린 뒤로 궐 안 소문이... 따왕마마와 옛 도읍에 가 계신 태즈 사이를 염려하는 말들이 무성한데다오라븨는 눈을 씻고 봐도 또청(都城)에는 없는 듯하여...”

 

한식경이 지나도록 왕은 말이 없었다은화 또한 숨을 죽였다기분 탓인지 아니면 돌길로 들어서서인지 수레바퀴 소리만 요란했다

이윽고 왕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발설할 때가 아니구나하지만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그리고 네게도 중요한 일이다끝나고 나면 네 오라비 또한 단지 화공이 할 수 있는 이상의 공을 세우게 되니 이역만리 혈혈단신이다시피 한 네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여인이 뭐라 대꾸하려는 차에 왕에게 말을 탄 신료 둘이 다가왔다이어 다른 신료들도 한 둘씩 다가와 시시콜콜 상의하고 떠나가길 반복하자 왕은 아예 말로 갈아탈 참이었다그때 여인이 물었다.

내달 보름 안핑호우(安平侯)의 큰 따님을 후비로 맞는다면서요?”

일어서려던 왕이 엉거주춤 다시 수레의 의자에 앉았다

꽃따운 열여섯에 길쌈에 능하며...”

왕이 왼손으로 이마와 왼쪽 눈두덩을 감싸며 계면쩍은 낯빛을 지었다

마음에 담지 말거라짐의 후비들을 일일이 세자면 양손가락으로도 부족할 터안평후의 여식은 정비인 다물후(多勿侯)의 딸들처럼 나라의 안녕을 위한 갸륵한 마음으로 과인에게 시집오는 것이다.”

은화는 말을 할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작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소첩보다 훨씬 어린 후비만도 넷이 넘는데 안핑호우 따님마저 새로 들이실 바에는 차라리 저를 내치지 그러세요이방의 늙은 괘집이 어찌 주제를 모르겠습니까. ‘위에’()의 쓉시’(西施)라면 모를까소첩 같은 철지난 풀이야 따왕께서 곁에 두고 아끼실만한 화초가 되지 못하잖아요.” 

속사포처럼 말을 마친 여인은 한식(漢式)으로 두 손을 소매 깊숙이 포개 넣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왕은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댄 채 여인의 두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아 내렸다

과인이 없는 자리에서 누가 너를 욕보이더냐?” 왕이 조용히 물었다

말없는 은화의 목젖만 파르르 떨렸다

혹여 화비(禾妃)가 너를 보고 놀라 행패라도 부리더냐?” 

왕은 여인이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 양손을 마주잡고 바라보았다여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왕이 차양 밖으로 손을 내밀자 좌보 오이(烏伊)가 말을 타고 따라잡았다

잠시 숨 좀 돌리고 가면 어떻겠느냐?”

알겠사옵니다대왕마마.”

 

행렬은 얕은 개울 위로 놓인 다리를 사이에 두고 멈추었다호위를 위해 나무다리 너머에는 보병들이 진을 쳤다철기군은 아직 다리를 건너지 않은 왕의 본대를 몇 겹으로 에워쌌다

왕은 물살이 빠른 여울가에서 가볍게 세수했다은화는 바로 뒤 나무 그늘에 서서 시비가 떠온 물로 목을 축였다계곡물은 벌써 목을 에일 지경이었다시원하다 못해 쌀쌀한 바람을 등지고 왕이 여인에게 물었다.

네 뒤에 있는 게 어떤 나무인지 아느냐?”

혹여 다른 뜻이 있는지 뒤를 한번 돌아본 은화가 조그맣게 대답했다.

버드나무 아닌가요?”

세 걸음 만에 왕은 사람 키의 대여섯 배를 훌쩍 뛰어넘는 신수(神樹)의 굵은 기둥에 왼손을 짚었다왕의 콧김이 여인의 이마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버드나무는 하늘과 땅을 잇는 하늘나무요천지개벽 그 자체니라(올릴 단()도 이 가지로 꾸며질 터.”

절이수지우생(折而樹之又生)이라...”여인이 혼자 들릴 듯 말듯 중얼거렸다.

뭐라 했느냐?”

그냥 분질러 심기만 해도 뿌리를 내린다 이 말이죠짱궈시다이(戰國時代휘즈(惠子)가 그랬어요.”왕 앞에서 문자 쓰기가 멋쩍다는 듯 여인이 배시시 미소 지었다.

네 말이 맞다과인이 바로 버드나무니라.”

맞장구치며 왕이 은화의 어깨를 오른팔로 감쌌다여인의 눈에 궁금증이 감돌았으나 그녀는 왕의 설명을 기다렸다

형님께서 이 땅을 부여씨족(夫余氏族)의 나라로 다시 연지 어언 사십여 년그 전까지 아리수 변()에는 일찍이 삼백 년 간 크고 작은 나라들이 흥하고 쇠하였다하여 짐이 의형제를 맺은 아우로서 선대왕의 유지를 받들어 천손의 맥을 이었을 때만 해도 왕실의 위엄을 넘보는 자들이 적지 않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하지만 은화(殷華)과인의 이름이 무엇이냐?”

미천한 소첩이 어찌 감히 입에 올리리까?”

말해보라.” 왕이 부드럽게 채근했다

온 세상을 담아내는 구릇이라 알고 있습니다.”

무릇 군자의 그릇은 세파에 쓸려보아야 비로소 제 크기가 드러나는 법더욱이 제왕의 그릇이라면 부대끼면 부대낄수록 커져야 할 것이다옛날 골천의 화비처럼 방약무인(傍若無人)하게 감히 과인을 능멸하려는 자가 다시 있다면 요절을 내고 말리라.”

 

어느덧 왕의 행차가 키가 열다섯 길이 넘는 가문비나무들로 빽빽한 골짜기에 접어들었다철갑마(鐵甲馬)들의 절벅거리는 말굽소리와 병사들이 입은 피갑(皮甲[14] 조각들의 이음매 삐걱대는 소음이 울창한 숲 안에서 공명되며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은화(殷華)는 규칙적으로 출렁이는 요동에 졸음을 참느라 한손을 입가에 가져갔다

방금 소사자 목지루에게서 산마루 너머까지 매복이 없고 안전하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왕은 의자 밑에 풀어두었던 칼집을 허리춤에 다시 동여맸다수레를 끌던 황소가 우부(牛夫)의 다독이는 소리에 머리를 휘저으며 콧바람을 냈다이슬방울이 차양 끄트머리에 매달렸다 떨어졌다숲 속의 습한 바람이 당장이라도 비를 뿌릴 기세였다

은화야정녕 화공이 네 친 오라비 맞느냐?” 짐짓 무덤덤함을 가장한 목소리였다

마마!”

솔직히 남매라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아짐이 월 땅의 말은 모르나 너희 둘의 말투와 억양에 꽤 차이가 나던 걸게다가 오라비란 자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혈육을 두고 홀본(忽本)으로 떠나면서 낯빛 하나 변하지 않더구나.” 

마치 남의 말을 하듯 왕의 말투는 무척 차분했다

따왕마마부디 오라븨를 살펴주세요제가 기댈 곳이라곤..., 마마~” 

목이 미어지는 여인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왕의 퉁명스런 말투는 달라지지 않았다

너희 두 사람은 마치 태어난 곳도 자란 환경도 다르지만 필시 다른 곡절 때문에 동행하는 사이가 아닌가 싶다.”

마마통촉하여 주세요과년한 계집이 하염없이 먼 뱃길을 따라 뭇 남정네들의 따가운 시선을 몰라라 하며 예까지 오라븨를 따라온 건 단지 그 길밖에 없었기 때문인 걸요원래는 양가 부모가 약조한 띵혼자(定婚者)가 있었답니다헌데 혼인날을 하루 앞두고 낭군이 난데없이 지쓰(急死)하고 말았습니다. ‘서방 잡아먹은 년이란 욕으로도 모자라 저는 쇼우지에(守節)를 강요당했지요설사 혼사를 바란다 해도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저희 집에 청혼을 넣을 집안도 없었고요

쇼우자(儒家)를 공부한 아비 또한 속내는 아팠으되 세간의 압력을 어찌 하지 못하였죠설상가상으로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간 어미는 저로 인해 화병이 나 돌아가셨답니다

제게 형제라고는 오라븨 뿐인데화공으로 이름이 높아 늘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징도완(經綸)을 넓혔지요어느 날 전에 아뢴 대로 차오시엔(朝鮮[15] 땅까지 갈 계획을 세운 오라븨가 평생 쇼우지에 하고 살아야 할 팔자인 저를 가엽게 여긴 나머지 동행을 권하였습니다저와 오라븨의 말투와 억양에 눈꼽만치라도 차이가 있다면 세상 비엔리(遍歷)의 차이 탓 아닐런지요.” 폭포수처럼 억울함을 쏟아내던 여인의 어깨가 떨듯 들썩였다

왕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그의 얼굴에 한순간 몇 살은 더 나이 든 표정이 스쳐갔다

정녕 그러하냐하지만 과인은 그자가 네 오라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지금 너는 짐의 여인이니적어도 앞으로는 화공이 네 오라비로만 남아 있어야 할 것이다그렇다면 너를 과인에게 다시 인도한 공을 그자가 누릴 수 있을 테니과인은 이제 다시는 너를 놓아주지 않으련다.”

마마혹여 치씨뉴(雉氏女)를 두고 말씀하시는 건가요따왕께서 젊은 시절 후비로 들인 치씨뉴를 제가 빼닮았다는 얘기를 늙은 시비에게 들었습니다하오나 누누이 말씀드리건대 나이도 많고 미색이 아닌 소첩이 어찌 따왕의 총아이(寵愛)를 구하겠습니까?”

과인이 불과 스물 둘에 치비(雉妃)를 만났을 때 그 처자 또한 지금의 네 또래였느니라허나 짐보다 몇 살 많았던들 뭐 그리 대수였겠느냐치비야말로 산 사람이었고 너 또한 그러하니라궁 안의 모든 여인들이 입을 봉하고 속에 품은 뜻만을 암암리에 도모하는데아비나 오라비 또는 종실이 일러준 대로 앵무새처럼 읊고 또 읊는데... 치비는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느니라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유리한 것이든 불리한 것이든너는 너였지 다른 누구의 분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인은 너와 얘기하는 것이 늘 즐거웠느니라.”

하오나 소첩은 치자(雉家)가 아니라 인자(殷家)라니까요따왕마마.” 

왕은 차양의 높이를 조절해 그새 변한 햇빛의 각이 여인의 얼굴에 닿지 않게 해주었다

그로부터 스무 일곱 해가 흘렀다그러나 네 성씨가 무엇이든 간에 과인에게는 너는 치비로다.”

흐하이(河海)와 같은 셩총(聖寵)을 베푸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마마.”

성총은 성총이지그래서 네 청대로 몸이 불편한 왕후(王后대신 부득불 너를 데려온 것 아니냐.”

 

오르막이 끝나고 완만한 풀밭에 새 길을 내는 행렬을 내려다보며 은화가 말했다

이번에 올릴 지리(祭禮)를 오라븨가 보고 지루(記錄)로 남겨 매년 누가 준비하더라도 반듯하고 똑같이 치룰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마마.”

네 오라비에게는 다음 해가 또 있지 않느냐그렇지 않아도 궐내의 화공들이 행렬 말미에 따르고 있느니라.”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에 차양이 마구 흔들렸다아직 겨울비라 부르기는 뭐하지만 이맘때 비는 농사일에 도움도 주지 못하는 주제에 행렬에 나선 이들의 체온만 앗아갔다좌보 오이가 말에 박차를 가하며 왕의 수레 옆으로 바짝 붙었다.

대왕마마구다도(句茶道(솔불이 신료 백여 명을 이끌고 저 산모퉁이 너머에서 기다린다는 전갈이옵니다제례지(祭禮地)까지 행렬의 선두를 맡으면서 대왕마마를 모신다 하옵니다해 떨어지기 전 유시(酉時)까지는 행궁에 도착해야 하니 빗발이 다소 거세지더라도 우부에게 속도를 내라 이르겠습니다.”

그리하라헌데 개마도주(蓋馬道主)와 안평후(安平侯그리고 다물도(多勿道()는 어찌 한다 하더냐?”

좌보가 비단 서찰들을 머리 위로 들어 바치며 왕에게 고했다

모두 신시(申時)까지는 제례지에 도착하겠노라고 전갈을 보내왔습니다대왕마마.”

좌보가 말을 몰아 행렬을 앞질러 갔다왕은 제후들의 서찰들을 한데 모아 은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너라면 이중 어느 제후국을 가장 먼저 군현으로 만드는 게 좋겠느냐역심(逆心)이 제일 큰 무리가 누구 같아 보이느냐 말이다.”

 

A. D. 9년 기인년(己寅年) 2월 24일 

 

왕의 발걸음이 말을 탄 듯 했다바람을 탄 듯 했다은비(殷妃)의 처소는 특별히 배려하여 위나암성 북쪽에 있는 화비의 궁()과는 직선으로 정반대되는 곳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계단을 날아오르다시피 해서 문을 활짝 열어젖힐 기세였던 왕은 퍼뜩 정신이 돌아왔는지 문 앞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양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 주먹 쥐기를 몇 번 반복했다전광석화와 같은 왕의 출현에 몸 둘 바를 몰랐던 시비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웃전에 아뢰었다

마마대왕마마 납시오!”

모시게.” 안에서 은화의 나직하면서도 조심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여는 둥 마는 둥 왕이 들어섰을 때 비단 칸막이 너머로 여인은 누워있던 평상에서 마침 일어나던 참이었다왕은 덥석 은화의 손을 잡아끌어 도로 뉘었다하지만 여인은 애써 일어나 앉아 예를 갖추었다.

그래몸은 어떠하냐?”

괜찮습니다따왕마마.” 은화의 안색은 다소 파리해보였다가벼운 빈혈기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편전회의를 주재하다보니 일각(一刻전에야 의원에게 들었다.” 

시비 하나가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아 들여왔다이제 은비가 이러한 것들도 하나하나 따져 가려가며 먹어야 하리라고 왕은 부지불식간에 생각했다.

태기가 있다고?”

감읍할 따름입니다마마.”

왕이 치마고름을 풀고 한 손을 집어넣어 은비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아직 육안으로 티가 나지 않는 마당에 만져본들 별다를 것은 없었다부끄러운 듯 은화는 고개를 돌렸다왕은 신중하게 고름을 다시 묶으며 말했다

이번 사냥대회 때 사람들을 시켜 산모에게 좋은 약초를 구해 오마.”

괜히 그러다 화삐(禾妃)뿐 아니라 왕후마마의 눈 밖에 날까 두렵습니다그러지 마세요.”

왕이 호기어린 투로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화비가 골천 곡()을 믿고 설치던 때가 언제더냐조만간 홀본에서 천도를 못마땅해 하는 역당의 무리만 치고 나면 감히 과인의 뜻을 거스를 자가 있겠느냐.”

왕이 쪽구들에 손을 대본 다음 문밖에다 외쳤다

여봐라불을 좀 더 지펴라.”

따왕마마사냥대회가 내일부터라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너라예가 더 따듯하구나.” 왕이 손수 과일접시를 들고 쪽구들 가까이에 있는 더 길고 큰 평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제 돌아오시는지요?”

왕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어렴풋이 너도 짐작하겠지만왕실사냥대회는 그냥 산짐승을 잡는 도락이 아니질 않느냐한편으로는 병사들 가운데 인재를 뽑는 좋은 기회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巡狩)를 겸해 백성들의 뜻을 물어 선정을 펼치기 위한 자리니라오며가며 다 합하여 족히 보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이다.” 

왕은 넓은 가슴에 여인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짐이 주부 명림이부(明臨利夫)에게 일러 놓았으니 네 신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더욱이 이번 순수에는 왕후 송씨도 데려갈 것이니 마음 푹 놓아도 좋으리라순시 길에 비류나부를 지나게 되어 있어 송씨에게 모처럼 친정 나들이가 될 것이야.”

그래도 여인의 안색은 나아지지 않았다여인은 침실에 드리워진 비단 커튼을 끊어내 왕의 발치에다 펼친 다음 그 위에 붓을 들었다잠시 왕은 여인의 부드러운 손놀림을 감상했다

모르는 시가로구나풀이해 보거라.” 왕의 말에 여인은 찬찬이 뜻을 풀었다.

 

여숫(汝水)가 방죽 따라 잔가지 베고 있자니

님 못 본 지 오래되어 주린 배로 조반 찾듯 그리웠네.

遵彼汝墳 伐其條枚 

未見君子 惄如調飢 

 

여숫가 방죽 따라 움튼 가지 베다가

님의 얼굴 뵈오니 나를 버리진 않으셨구려.

遵彼汝墳 伐其條肄 

旣見君子 不我遐棄 

 

어이하여 예서 그치는고이렇게 끝나는 시가이더냐?”

왕의 물음에 잠시 주저하는 눈빛이던 은화는 다시 붓을 들고 동시에 뜻을 풀었다


방어꼬리 붉어지도록 이미 수고했고 왕실은 불타는 듯하나

설사 그래도 부모 두고 또 떠나진 않겠지.

魴魚頳尾 王室如燬 

雖則如燬 父母孔邇 


무어라이 무슨 망발인고왕실이 불타다니...”

갑자기 목소리가 올라간 왕의 불편한 음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은비는 사과조각을 왕의 입에 떠먹이며 차분하게 말했다

고정하세요따왕마마이 시그어(詩歌)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을 반기는 아내의 마음이 절절이 담겼을 뿐이니까요오죽 같이 있고 싶었으면 아녀자가 감히 이런 망언까지 했을까요지금 신첩의 마음이 바로 그렇거든요.”

왕은 돌연 굉장히 호기심이 인다는 표정으로 은비를 살폈다여인이 손뼉을 한번 치자 시비들이 들어와 처소에 비단 커튼을 짙게 드리우고 나갔다덕분에 아직 늦은 오후건만 안이 어둑어둑해졌다

아직 미시(未時)니라.”

여인은 왕의 옷고름을 풀었다드러나는 구리 빛 피부 위에 길고 가녀린 하얀 손가락들이 쓸어내리며 글자를 써내려갔다

이제 국음(國音[16] 도 쓸 줄 아느냐? ... 은나라에 묵으라니!(殷中宿허허이런...”

백라관을 고쳐 쓰며 왕이 달래는 말투로 다독였다. “아직 내일 사냥대회와 순수 건으로 채비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구나.” 

여인은 자신의 저고리를 풀어 제쳤다.

마마신첩에게는 보름이 열다섯 달 같고 십오 년 같아 오늘밤 따왕의 농옌(龍顔)과 이외티(玉體)를 새겨두고 또 새겨두고자 합니다.”

 

A.D. 9년 기인년(己寅年) 3월 14

 

말갈기가 사정없이 궁 안에 휘날렸다튼실한 장딴지 근육이 사정없이 꿈틀댔다하얗게 질린 궁인들이 사나운 준마의 콧김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말발굽이 지나가고 남긴 흙먼지를 휘저으며 궁인들이 삼삼오오 다시 모여 나지막하게 쑥덕였다하도 빨라 기수의 얼굴을 식별할 수는 없었지만감히 궁 안에서 대놓고 말 달릴 수 있는 이야 어차피 한 사람 뿐이었다왕조차도 그런 일은 보통 드물었지만 궁 안에서 그 연유를 모르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왕이 은비의 처소 앞에 다다라 고삐를 잡아 세웠을 때명림이부가 이마를 땅에 대고 속죄를 청하였다뒤로는 관원들이 한 줄로 늘어서 고개 숙이고 있었고 바로 옆에 초주검이 된 시비 대여섯이 굴비 엮듯 묶여 있었다

대왕마마소신을 죽여주시오소서!”

신하의 조우관(鳥羽冠)이 맥없이 땅바닥을 굴렀다명림이부의 짓이겨진 이마에 피멍이 맺혔다휑하니 문이 열려 있는 은화의 처소를 말없이 바라보던 왕은 말에서 내리며 사색이 된 시비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살폈다벌써 상당한 치도곤을 당한 듯 여인들의 얼굴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허둥지둥 달려오는 내관에게 왕이 물었다

찾아 나선 병사들로부터 기별은 없느냐?”

그것이... 아직이옵니다하지만 날랜 자들 몇을 뽑아 낙랑국으로 보냈으니 머지않아 기별이 있을 것입니다마마.” 내관이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맺히는 땀을 연신 소매로 훔치며 대답했다

낙랑국이라... 아이 밴 아녀자의 몸으로 보름 만에 게까지 갈 수 있겠느냐필시 아직 국경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왕은 계단을 올랐다다리가 휘청대는 것이 맥이 탁 풀렸다며칠 전 사냥터에서 홀본의 태자가 자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내심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이제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차례란 말인가왕은 갑자기 십년은 늙어버린 심정이었다

계단 아래에 엎드린 명림이부를 내려다보며 왕이 넌지시 물었다.

화비의 동정은 살펴보았느냐?”

흙 위를 나뒹구는 조우관을 다시 고쳐 쓸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명림이부가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왕께서 이르신 말씀이 있어 꾸준히 화비의 처소를 지켜보았사옵니다여러 날이 넘도록 은비의 종적이 묘연해지자 대왕의 명을 받들어 화비의 별궁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만의심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였습니다마마.”

이번에는 곁에 선 내관에게 왕이 물었다.

오라비의 행방은 어찌되었느냐?”

도성에서 남매가 함께 있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사옵니다어명이 없는 이상 당연히 홀본에 있어야 할 터인데파발을 띄워 물어본즉 보름 전부터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합니다마마.”

왕의 목에 핏발이 섰다더 이상 누구에게도 기대를 걸지 않기로 했건만나약한 자신을 탓하며 왕은 문지방을 넘어섰다이 안에서 보고 듣고 즐겼던 것이 다 일장춘몽 거짓이었단 말인가배신감에 사무친 왕은 침전에 둘러쳐진 분홍 비단휘장을 잡아챘다휘장이 뜯겨나가자 침상 위에 정갈하게 개어놓은 의관이 눈에 들어왔다

왕은 침상에 걸터앉았다절로 저고리에 손이 갔다조금 전까지의 울화는 어디로 갔는지 옷가지의 촉감에서 향수를 느꼈다그러한 자신이 어리석고 한심하여 쥐어박고 싶었지만 차마 손을 떼지 못했다열린 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저녁 햇살이 짙은 자색 저고리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문득 왕의 눈에 저고리 아래편에 묻은 얼룩이 들어왔다혼탁한 마음에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였으나 해의 높이가 낮아지며 슬금슬금 얼룩을 들춰낸 것이다원인은 그 아래 놓인 다홍치마 때문이었다장방형으로 개어놓은 치마 곳곳에 얼룩이 번져 있었다

기이하다는 생각에 왕은 치마를 펼쳤다순간 왕의 눈이 커졌다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연노랑 치마 안감에 글이 씌어 있었다한눈에 봐도 한시가 아니라 국음이었다

 

첫눈에 반한 마음다시 본들 변하리오.

시비에게 죄를 묻지 마오그저 천명이 다했을 뿐이니.

치화(雉華)

初眼中慕心 再會不變

侍婢加火勿問罪 只天命之完也

雉華

 

치맛자락을 든 왕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치화...” 왕의 목소리가 탁했다

왕은 서너 발걸음을 떼 문가의 기둥을 붙잡았다.

마마!” 내관이 재빨리 왕의 한쪽 어깨를 부축했다

밖에는 이제야 뒤따라온 고관대작들 다수가 뒤숭숭한 표정으로 도열해있었다하지만 왕의 눈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왕은 갑자기 기침을 했다한 번 두 번 세 번뭔가 외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듯 왕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마침내 쥐어짜는 듯한 쉰 소리로 왕이 내뱉었다

정녕 치화였더냐!”

 

(다음 호에 계속...) 

 

 

[1] 북의 일종으로 허리에 매고 양쪽 끝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2] 고대 현악기의 일종

[3] 아쟁을 닮은손으로 타는 고대 현악기

[4] A.D. 6~8년 한나라 황제였던 유영 혹은 유자영(孺子嬰)을 일컫는다연호는 거섭(居攝).

[5] 오늘날의 백두산의 당시 이름

[6] 진나라 시황제(B.C. 259년 ~ B.C. 210)의 이름 

[7] 한나라 무제(B.C. 156년 ~ B.C. 87)의 이름전한(前漢)의 제7대 황제.

[8]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

[9] 압록강의 옛 이름

[10] 압록강의 다른 이름

[11] 기원전 17

[12] 북의 일종으로손에 들고 좌우로 흔들면 북에 붙은 채가 절로 북을 쳐서 소리를 낸다.

[13] 말의 등 위에서 치는 북

[14] 돼지 날가죽에 검은 사슴 가죽으로 미늘을 엮어 만든 갑옷

[15] 고조선을 일컫는 말단군의 신화시대를 거쳐 기자와 위만 정권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고대 조선은 후대에 와서 이씨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국호 앞에 자를 추가하였다고조선은 패망한 이후에도 한반도 북부와 요동일대는 당대 중국인들에게 조선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16] 한자를 이용한 고구려말의 이두식 표기에 대한 명칭신라의 이두와 향찰에 상응하는한자를 음차한 독자적인 문자체계가 고구려와 백제에 존재했으나 국음이란 명칭은 편의상 작가가 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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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