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FI 상명 그리고 하복

(일러스트레이터: 박재령) 2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나와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하셨을 때 아내와의 관계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주은의 산후 우울증은 결혼 직전에도 심각했는데 윤채가 유치원에 입학한 즈음부터 중증이었다. 딸을 얻으면서 오래 꿈꿔온 평범한 삶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말이면 졸음을 이기고 아내와 딸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교외 카페를 찾아 디저트를 먹으러 나섰다. 아내와 딸을 위한 이벤트였

SF Review 정보라 작가의 <너의 유토피아>

배명훈 작가는 에세이 에서 보통 어떤 소설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리는 ‘작가의 말’에 대해 “너무 잘 써도 안 되고 너무 못 써도 안 되는 장르”라고 말한다. 장르야 어떻든,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에서 (초판과 신판의) ‘작가의 말’은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를 명확히 말해준다. 그것은 “생존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들”이며, “계속 싸우는 이야기”이다. 단편 <너의 유토피아>에서 인간은 행성을 버리고 떠나고, “스

Cross Street 양자오류정정과 결함허용 양자컴퓨터

필자가 양자정보이론을 공부하던 대학원생일 때만 하더라도, 양자컴퓨터는 사람들에게 전혀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뉴스와 다양한 미디어에서 양자컴퓨터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유튜브에서도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설명하는 채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제 양자컴퓨터는 과학과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용어가 되었다 [1]. 조금 더 양자정보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양자컴퓨터가 양

Cross Street 신경계의 기원 - 뉴런의 탄생(4)

#다양한 생물에 대한 진화 연구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신경계의 기원을 추적한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이나 시냅스 소포 융합 단백질(SNARE), 억제성 신경전달물질(GABA) 등 인간의 신경계에서 작동하는 핵심 요소들은 흔히 동물 신경계의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중요한 혁신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연재(지난 연재 [뉴런의 탄생(3)] 참조)에서 살펴보았듯 깃편모충류나 카프사스포라(Capsaspora) 같은 단세포 진핵생물을 비

APCTP Plaza 과학의 대중화와 ‘물리학과 첨단기술’의 역할

같은 분야의 연구자가 아닌 사람이 필자에게 ‘하는 일 또는 연구 주제’에 관해서 물으면 꽤 당혹스럽다. 최대한 포괄적으로 이야기한다고는 하지만 다음으로는 거의 항상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쉬운 말로, 아니, 한 마디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을 만나게 된다. ‘쉬운 과학’, ‘과학의 대중화’는 과연 형용 모순(oxymoron, 모순어법)인 걸까? 도대체 얼마나 쉬워야 할 것이며 여기에서의 ‘대중’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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