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FI 멜론, 웜홀 그리고 철학자 <1부>

<1부> 0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유명한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 그는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로,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인물이다. 데카르트는 스무 살에 법학을 전공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리지 않고 군인의 길을 택한다. 군대를 따라 유럽을 여행하며 세상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619년의 추운 겨울날, 신성 로마 제국의 새 황제 즉위식을 구경한 뒤 부대로 복귀하던 스물세 살의 데카르트는

SF Review 여전한 거장의 솜씨, “찢어진 종이 조각의 신”을 읽고

첫 소설을 선보인 지 어느새 30년이 된 작가가 지금도 여전히 신선한 글을 내보이며 자신의 주특기를 자랑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연기나 노래에 비해 소설은 오랜 시간 이어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분야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연기는 나이가 들면서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 주면 성숙해질 수가 있다. 노래는 반대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 미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설은 새로운 내용, 독특한 생각을 선보이

APCTP Plaza 과학이 대중문화가 되는 길: 엑소플래닛의 비전과 여정

과학이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을 딱딱한 학문이나 복잡한 수식으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흥미로운 경험이 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학도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그리고 이제는 과학 콘텐츠 기업 '엑소플래닛'의 대표로 나선 저의 여정은 바로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명함 없는 직업, '창직(創職)'의 시대를 열다 저는 서울

Cross Street 세상에 없던 카메라 로키츠, 우주로 가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있던 2025년 11월 27일은 지난 4년간 밤낮 없이 고생하며 만든 로키츠(Republic Of Korea Imaging Test System, ROKITS)를 우주로 보내는 날이었다. 로키츠는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중형 위성(차중) 3호 탑재체로 일반적인 지구 관측 카메라와는 달리 90도에 달하는 넓은 시야각으로 오로라를 찍는 영상 카메라이다. 가로 세로 각각 700km가 넘는 영역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셈이다.

Cross Street 과학에 반(反)한 과학자들

지난 2025년의 늦은 가을,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왓슨(James D. Watson)의 부고가 들려왔다. 향년 97세. 왓슨의 타계를 마지막으로 1950년대 초 베일에 싸인 유전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뛰어들었던 수많은 과학자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의 사망 소식은 과학계 안팎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한 반향을 남겼다. 한편에서는 20세기 생물학의 향방을 결정지은 거인의 퇴장을 애도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끝내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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