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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대중문화가 되는 길

2026년 3월 통권 246호

과학이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을 딱딱한 학문이나 복잡한 수식으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흥미로운 경험이 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학도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그리고 이제는 과학 콘텐츠 기업 '엑소플래닛'의 대표로 나선 저의 여정은 바로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명함 없는 직업, '창직(創職)'의 시대를 열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조금은 전형적인 길을 걷던 의학도였습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파이펫을 들던, 모니터 앞에서 데이터를 정리하던 저의 모습보다 대중과 눈을 맞추며 과학을 이야기할 때 제 심장이 더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2017년 '페임랩 코리아' 톱10 선정을 기점으로 저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낯선 이름표를 달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는 항상 강조합니다. "앞으로는 직업(Job)의 시대가 아니라 업(業)직의 시대, 창직의 시대"라고 말입니다. 꿈을 '의사', '변호사' 같은 명사로 가두지 말고, '사람을 치료하는', '억울함을 풀어주는'과 같은 동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평생 한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그 가치는 '과학 소통'이었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바로 엑소플래닛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시대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서 업으로 삼아 그 업을 확장해서 동사화된 꿈을 이루는 사람이 결국 통하는 시대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을 투영해서 엑소플래닛은 3가지 방향으로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 속력이 아닌 방향, 암기가 아닌 '놀이'


엑소플래닛이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는 '쉽고 재미있는 교육'입니다. 현재 저는 '엑소쌤'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학생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나 친숙한 이야기를 통해 과학 법칙을 설명할 때,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봅니다. 과학은 시험을 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흥미로운 도구여야 합니다.


저의 교육 철학은 "중요한 것은 공부의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제게 선행학습 대신 낚시와 등산을 권하셨고, 자연사 박물관에서 마음껏 호기심을 채우게 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남들보다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제가 진정 사랑하는 과학이라는 길을 정확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억지로 외우는 지식이 아닌,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제가 설립한 엑소플래닛 교육 콘텐츠의 핵심입니다.


체험: 교과서를 넘어 여행지에서 만나는 과학


두 번째 핵심은 '살아있는 체험'입니다. 글과 영상만으로는 과학의 경이로움을 온전히 느낄 수 없습니다. 엑소플래닛은 휴양지와 여행지에서 과학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섬에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숲속에서 곤충과 식물의 생태를 탐구하며,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에서 물리학의 원리를 몸으로 느낍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떠난 여행의 기억이 평생 남듯, 즐거운 체험 속에서 얻은 과학 지식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평생 각인됩니다. 교실 밖, 드넓은 세상이 곧 거대한 과학 실험실이 되는 셈입니다.


미디어: 과학,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가 되다


마지막 축은 '미디어'입니다.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과학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과학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대중에게 과학은 여전히 어렵고 낯선 영역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만나면 과학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됩니다.


저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단순한 지식 전달자를 넘어, 과학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과학 전문 채널, OTT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포맷을 통해 과학을 '소비하고 즐기는 문화'로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엑소플래닛이 그리는 미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활동이 개인의 도전이었다면, 엑소플래닛의 도전은 '과학 문화 산업'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입니다. "과학도 재미있으면 통한다", "과학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 내고자 합니다.


과학을 통해 아이들은 꿈을 찾고, 어른들은 배움의 기쁨을 누리며, 사회는 창의적인 인재를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과학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가장 힙한 문화가 되는 그날까지, 저는 제가 하는 업을 즐기면서, 계속해서 가치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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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