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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경한국천문연구원
누리호 4차 발사가 있던 2025년 11월 27일은 지난 4년간 밤낮 없이 고생하며 만든 로키츠(Republic Of Korea Imaging Test System, ROKITS)를 우주로 보내는 날이었다. 로키츠는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중형 위성(차중) 3호 탑재체로 일반적인 지구 관측 카메라와는 달리 90도에 달하는 넓은 시야각으로 오로라를 찍는 영상 카메라이다. 가로 세로 각각 700km가 넘는 영역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셈이다. 누리호 자정 발사가 오로라 관측 때문이라고? 로키츠는 누리호 4차 발사 시간을 자정으로 만든 주범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북극이나 남극 상공을 내려다보면 지자기 남북극, 즉 지구 자기장의 남북극을 중심으로, 고리 모양으로 빛나는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로라 타원체라고 부르는 이 고리는 오로라가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낮에는 햇빛이 강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중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교수
지난 2025년의 늦은 가을,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왓슨(James D. Watson)의 부고가 들려왔다. 향년 97세. 왓슨의 타계를 마지막으로 1950년대 초 베일에 싸인 유전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뛰어들었던 수많은 과학자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의 사망 소식은 과학계 안팎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한 반향을 남겼다. 한편에서는 20세기 생물학의 향방을 결정지은 거인의 퇴장을 애도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끝내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고 부유했던 그의 외로운 말년을 떠올렸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공동 발견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그리고 동시에 유전자 결정론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 왓슨의 삶은 그가 발견한 이중나선처럼, 서로 꼬여 있으면서도 분리되지 않는 두 개의 기다란 궤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DNA 구조의 발견은 분야를 막론하고 20세기 과학사를 빛낸 가장 결정적인 성취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DNA는 한때 생명을 구성하는 정보가 담긴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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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과학커뮤니케이터 엑소, 엑소플래닛 대표
과학이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을 딱딱한 학문이나 복잡한 수식으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흥미로운 경험이 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학도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그리고 이제는 과학 콘텐츠 기업 '엑소플래닛'의 대표로 나선 저의 여정은 바로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명함 없는 직업, '창직(創職)'의 시대를 열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조금은 전형적인 길을 걷던 의학도였습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파이펫을 들던, 모니터 앞에서 데이터를 정리하던 저의 모습보다 대중과 눈을 맞추며 과학을 이야기할 때 제 심장이 더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2017년 '페임랩 코리아' 톱10 선정을 기점으로 저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곽재식작가
첫 소설을 선보인 지 어느새 30년이 된 작가가 지금도 여전히 신선한 글을 내보이며 자신의 주특기를 자랑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연기나 노래에 비해 소설은 오랜 시간 이어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분야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연기는 나이가 들면서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 주면 성숙해질 수가 있다. 노래는 반대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 미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설은 새로운 내용, 독특한 생각을 선보이는 것에 초점을 둘 때가 많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새롭기가 쉽지 않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똑같게 노래를 부르면 칭송받지만, 처음으로 놀랍고 독특한 생각을 선보였던 작가는 같은 생각을 두 번째로 내비치기만 해도 더 이상 놀랍고 독특한 생각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현대 한국 SF의 시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듀나가 여전히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같은 책을 내서 보여 준다는 점은 굉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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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작가
<1부> 0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유명한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 그는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로,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인물이다. 데카르트는 스무 살에 법학을 전공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리지 않고 군인의 길을 택한다. 군대를 따라 유럽을 여행하며 세상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619년의 추운 겨울날, 신성 로마 제국의 새 황제 즉위식을 구경한 뒤 부대로 복귀하던 스물세 살의 데카르트는 독일의 한 작은 마을에 머물게 된다. 1 ‘눈이 많이 오는군.’ 창밖을 내다보던 데카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 눈이라면 내일도 이 마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터였다. 그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매서운 날씨 탓에 며칠째 이 여관 2층 방에 머물고 있지만, 사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날씨를 핑계 삼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하루 종일 사색할 수 있다는 게 그에게는 더없이 흡족했다. 난로로 지펴진 방안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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