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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성균관대학교 교수
1986년 ‘벌레의 마음’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 연구자들이 손에 넣은 것은 하나의 동물 전체 신경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초의 완전한 지도였다. 그러나 지도는 어디까지나 지도일 뿐이다. 도시의 도로망을 모두 안다고 해서 그 도시의 교통 흐름과 사람들의 실제 이동을 저절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처럼, 커넥톰 또한 신경계의 구조를 보여줄 뿐 그 구조가 실제로 언제, 어떻게, 왜 특정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까지 곧바로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작은 벌레의 302개 뉴런은 실제로 어떻게 벌레의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예쁜꼬마선충이 단순히 “작은 신경계”를 지닌 동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벌레는 작지만 이미 좌우 대칭 동물다운 문제를 풀고 있다. 몸의 앞과 뒤를 구별해야 하고, 앞쪽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계속 나아갈지, 물러설지, 방향을 바꿀지를 결정해야 하며, 길쭉한 몸 전체의 움직임을 축 방향으로 조율해야 한다. 자포 동
백승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은 1969년 달에 첫발을 디뎠고 이후 다양한 국가들이 인공위성을 궤도로 보내고 있으며, 이제는 달을 넘어 더 먼 우주로 탐사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심우주 탐사를 준비하기 위해 인류는 궤도상의 우주정거장에서 머물며 다양한 과학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궤도에서 인간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환경의 차이는 바로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두 발로 서 있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사람은 마치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몸을 가누어야 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몸이 쉽게 떠다닌다. 몸속 체액 또한 아래쪽이 아니라 폐와 뇌 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중력 현상은 중력이 사라져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정거장과 그 안의 물체가 모두 지구를 향해 같은 속도로 자유 낙하하고 있기 때문에 바닥을 누르는 힘이 사라지고, 그 결과 물체는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상태를 무중량 상태
신영준경인교육대학교 교수
필자는 대학에서 예비교사와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과학교육을 연구·강의해 왔다. 수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아이들이 과학을 왜 배워야 하나요?”라는 물음이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배움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또 다른 질문은 “왜 그렇게 교육과정을 바꾸나요?”라는 것이다. 해방 직후인 1945년 미군정기 교수요목기 시절부터 따져 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12번째 교육과정이다. 참고1. 대한민국 교육과정 개정의 역사 교육과정은 평균 6~7년을 주기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도 개정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오늘날의 모습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산업의 표준이 되고, 기후위기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삶의 조건을 바꾸는 시대에 과학은 더 이상 특정 전공자의 언어가 아니다. 누구나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으며, 중요한 정책과 선택의 순간마다 ‘근거에 기반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래서 2022 개정 과
김범준성균관대학교 교수
김보영 작가의 소설 <종의 기원담>의 배경은 미래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은 사라졌고 오직 로봇과 같은 무기물에 기반한 여러 존재만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미래다. 이 멋진 소설은 로봇의 얘기지만 우리 인간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고, 로봇이 본 인간에 대한 얘기지만 우리 인간이 본 신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로봇을 가만히 우리 인간으로 치환하고, 소설의 로봇이 떠올리는 인간을 현재 우리 인간이 떠올리는 신으로 바꿔 소설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무기 생명체인 미래 로봇의 입으로 유기 생명체인 우리 인간 존재의 의미를 말하는 소설이다. 우리와 같은 유기물로 이루어진 생명이 아닌, 무기물에 기반한 일종의 생명이 있다면 어떨까?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에 포함된 산소는 지구 위 생명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화학물질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하지만 먼 미래 로봇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과연 그럴까? 어쩌면 이들에게 물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너무나도 위험한 유해 물질이고 산
박선영작가
<2부> 6 데카르트는 첫 번째 꿈을 꾸고 깨어난 뒤, 다시 잠이 들었다. 두 번째 꿈에서 데카르트는 날카롭고 커다란 소리를 들었다.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이었다. 데카르트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7 교수는 학생들에게 잠시 쉬는 시간을 주었다. 학생들은 방 안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학생은 몸이 뻐근한지 벽에 기대어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나는 박 선생에게 통신을 걸었다. 박 선생은 브레인을 봉합할 수 있는 기기를 가지고 584호 웜홀로 오겠다고 했다. 585호 웜홀은 폐기하고, 584호 웜홀은 어떻게든 이어 붙이면 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브레인이 찢어지는 일은 흔치 않았지만, 덤덤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괜찮은 건가요?”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교수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아, 예. 걱정 마십시오. 다른 관리자가 브레인 봉합 기기를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럼 견학을 계속해도 되나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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