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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카메라 로키츠, 우주로 가다

2026년 3월 통권 246호

누리호 4차 발사가 있던 2025년 11월 27일은 지난 4년간 밤낮 없이 고생하며 만든 로키츠(Republic Of Korea Imaging Test System, ROKITS)를 우주로 보내는 날이었다. 로키츠는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중형 위성(차중) 3호 탑재체로 일반적인 지구 관측 카메라와는 달리 90도에 달하는 넓은 시야각으로 오로라를 찍는 영상 카메라이다. 가로 세로 각각 700km가 넘는 영역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셈이다.


누리호 자정 발사가 오로라 관측 때문이라고?


로키츠는 누리호 4차 발사 시간을 자정으로 만든 주범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북극이나 남극 상공을 내려다보면 지자기 남북극, 즉 지구 자기장의 남북극을 중심으로, 고리 모양으로 빛나는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로라 타원체라고 부르는 이 고리는 오로라가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낮에는 햇빛이 강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중 오로라는 자정 언저리에서 가장 활발히 일어난다. 지구 자기장의 꼬리, 즉 태양의 정 반대편에서 지구 자기장을 따라 고에너지 입자가 쏟아져 들어올 때 아주 밝고 화려한 오로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주에서는 자정 부근의 오로라를 관측할 기회가 많지 않았으므로, 로키츠는 자정 부근에서 일어나는 오로라를 관측하도록 위성 궤도를 설계했다. 그렇다고 누리호 자정 발사의 이유라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인공위성의 궤도는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는데 위성을 매일 같은 시각(현지 시각)에 지나게 하려면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를 사용한다. 태양과 위성 궤도면이 이루는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시각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지구 관측 위성에서 많이 사용한다. 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 때 태양을 바라보는 쪽은 낮, 그리고 반대편은 밤이기에 자정을 관측하고 싶다면 정오-자정을 지나는 태양동기궤도를 사용한다.


즉, 발사 자체는 정오든 자정이든 상관없다는 얘기이다. 이보다 중요한 건 위성이 지상국과 통신할 때 다른 위성과 주파수 간섭이 있는지이다. 차중 3호의 경우 정오에 발사할 수 있는 궤도를 쓰면 앞서 개발 중이던 차중 4호와 통신 간섭이 있을 수 있어 정오 대신 자정에 발사하는 궤도를 택했을 뿐이다.


어찌 되었든 운명의 발사일은 한치의 지연도 없이 성큼 다가와 발사 당일이 되었다. 보통 발사일이 잡히면 하루나 이틀 심지어 몇 주까지 연기되는 게 늘 있는 일이라 한 번도 연기되지 않은 이 상황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당일 점심에 연구원에서 발사 성공 행사를 하긴 했지만, 혹시나 있을 연기에 대비해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출발하는 시간도 최대한 미룰 정도였다. 고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발사가 미뤄졌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고 이런 상황은 발사 한 시간 전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다 발사하기 약 20분 전인 0시 30분경, 대전 지상국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발사대와 발사체를 연결하는 엄빌리칼 암(umbilical arm) 회수 장치에 문제가 생겨 점검 중이라고 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발사 현장에서도 발사를 1시 13분으로 연기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오늘 발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각이다. 센서나 압력계 이상인 것 같은 데 수리에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일단 대전으로 돌아가서 다음 발사일을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0시 50분경, 문제를 해결해서 예정대로 발사한다고 했다. 로키츠는 이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긴박한 순간을 지나 예정한 시간에 우주로 올라갔다.


로키츠의 탄생


사실 나는 오로라를 직접 본 적이 없다. 이런 내가 오로라를 찍는 카메라를 만들다니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시작은 이랬다. 


때는 바야흐로 2020년 2월, COVID-19이 본격적으로 미국을 덮치기 바로 전, 나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를 방문 중이었다. 동료이자 멘토인 래리(Dr. Larry J. Paxton)에게 물었다.


“래리, 한국에서 인공위성에 실을 우주 과학 탑재체를 조사 중이라는 데 실을 만한 게 있을까?”


무려 40여 년 동안 사업 기획과 책임자를 맡아온 래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선뜻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우주에 전천 카메라를 띄우는 건 어때?”


전천 카메라는 말 그대로 온 하늘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로 어안렌즈와 협대역 필터를 달아 전리권 교란, 대기 파동 등 고층대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래리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우주에서 시야각을 180도로 하면 달빛이고 햇빛이고 다 들어올 테니 120도 이하로 해야 해.”


사실 래리는 이 아이템으로 ‘발키리’라는 군집 위성을 사용한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었다. 기획 중인 아이디어를 내놓다니 역시 대인배라는 생각을 하며 함께 임무 개념을 확장해 나갔다.


“120도도 힘들 것 같아. 90도로 하자.”, “관측 대상은 오로라와 대기광, 관측 파장은 눈으로 보이는 오로라의 주된 색이자 산소 원자에서 방출하는 초록색 (557.7nm)과 붉은색(630.0nm)으로.” 등등.

래리는 이 카메라에 ‘한국 로켓(영어 발음: 롸킷)으로 쏘는 로키츠(영어 발음: 롸킷츠)’라는 운율 가득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림1. 이 한 장의 스케치로부터 로키츠가 태어났다.


험난했던 개발 과정


멋모르고 시작한 우주용 카메라 만들기는 정말 산 넘어 산이었다. 세상에 없던 카메라다 보니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 지상에서는 노출시간을 길게 줄 수 있어 관측 대상의 밝기가 약해도 찍을 수 있지만, 우주에서는 총알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인공위성에서 찍어야 하므로 노출시간에 제약이 있다. 1초만 넘어가도 이미지가 꽤 흐른다. 게다가 로키츠는 3nm 폭의 협대역 필터를 쓰기 때문에 센서로 들어오는 광량 자체가 매우 적다. 이 때문에 협대역 필터 영상을 검증하기 위해 필터를 달지 않은 보조 카메라를 추가했다.


개발 기간과 예산이 워낙 빠듯해 무게와 부피 최적화 이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초록색과 붉은색을 관측하는 주 카메라의 렌즈는 구면 렌즈 11개, 보조 카메라는 10개나 들어간다. 빽빽이 들어찬 렌즈 때문에 혹시 진동이나 충격시험에서 손상을 입을까 노심초사한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차중 3호는 탑재체가 3개나 있다 보니 제안서 낼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더해졌다. 로키츠와 또 다른 탑재체인 바이오 캐비넷(BioCabinet)이 만들어 내는 영상은 위성이 통신할 때 사용하는 S 밴드만으로는 지상에서 받기 어려워 전송 대역폭이 큰 X 밴드를 사용해야 한다. 위성체 제작사에서는 탑재체가 다 함께 사용할 수 있는 X 밴드 전송 시스템 개발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세 탑재체에서 동시에 자료를 받아 저장하고 전송기로 보내는 IDHU(Image Data Handling Unit)라는 장치를 추가로 개발해야만 했다. 여기에 X 밴드 전송기와 안테나까지, 안 그래도 빠듯한 일정에 탑재체를 4개나 개발하는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림2. 로키츠(공학인증모델) 내부 사진(왼쪽)과 차중 3호에 실린 모습(오른쪽)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로키츠 첫 영상,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든 로키츠는 결국 우주로 떠났고 발사 일주일만인 12월 3일 첫 영상을 보내왔다. 발사 후 위성은 IAC(Initial Activation and Checkout) 단계에 진입해 서브 시스템별 초기 기능을 점검한다. 기간 중 로키츠는 보조 카메라와 주 카메라 순으로 영상이 나오는지를 시험했다.


로키츠의 첫 영상(first light)은 스페인 상공의 밤을 찍은 보조 카메라 사진으로, 해안가의 도심 불빛과 뚜렷하게 보이는 지형, 그리고 700km가 넘는 영상 폭을 확인하였다. 다음날 얻은 주 카메라 영상은 밝은 낮과 어두운 밤의 경계 지역을 담고 있다. 선명한 해안선과 그 위로 펼쳐진 구름의 모습을 고해상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궤도 시험(In-orbit test)에서 로키츠는 본격적으로 오로라와 대기광 촬영 성능을 시험했고, 곧 정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로키츠는 1년 이상 지구 북극과 남극 상공을 통과하는 극궤도를 돌며 오로라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일어나는지를 관측한다. 오로라는 캐나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주로 고위도 지방에서만 볼 수 있지만 태양 폭발 등으로 우주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 오로라 타원체가 적도 방향으로 확장해 평소에 오로라를 보기 힘든 중위도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2024년 5월, 우리나라에서도 20여 년 만에 오로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로키츠가 수집하는 오로라 발생 경계 정보는 지구 바깥에서 대기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므로 우주 날씨 예측을 위한 바탕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피땀 흘려 만든 로키츠가 장수하길 바란다.


그림3. 로키츠 첫 영상(first light).

주 카메라에서 얻은 바렌츠해 부근의 사진, 스페인 상공을 지나며 보조 카메라로 촬영했다(왼쪽).

식(eclipse) 진입 구간으로 지형과 구름의 모습이 뚜렷하다(가운데).

로키츠 첫 오로라 영상. 캐나다 북부 상공에서 촬영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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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