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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천문대의 문화예술 확산 활동

우주항공문화 콘텐츠 활성화 협의회

2026년 2월 통권 245호

소백산천문대에 차곡차곡 쌓인 '계절', 과학문화 태동 '시절'이 되다.


별이 유난히 반짝이던 2009년 여름,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의 지역천문대인 충북 단양의 '소백산천문대'에 매일 보던 천문학자들이 아닌 다양한 종족---여기서 종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실제 과학적 종족은 아니며 과학자, 작가, 영화감독, 가수, 만화가, 평론가 등 서로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 이들은 서로 다른 종족이라 할 만큼 다양한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의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우주와 과학을 이야기하고 상상하면서 우주와의 교감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약 15년후 2025년 가을, 소백산천문대에는 또다른 다양한 종족의 인간들이 모여 별과 우주를 이야기하다가 "7300, 100, 건강, 별빛" 을 외치며 은은한 미소와 함께 각자의 별로 돌아갔다. 7300? 100? 그 의미는 이 글의 끝에서 밝혀진다.


'소백산천문대 작가 워크숍',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 등등 그 이름은 조금씩 변해왔지만, 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던 천문대가 어떻게 '우주와 교감'을 나누는 천문대가 되었는지, 소백산천문대라는 뿌리 아래 잘 성장하고 있는 나무 이야기를 크로스로드를 통해 살짝 들려드린다.


15년 전의 필자는 “UN이 정한 ‘세계 XX의 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세상이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교만한 생각을 하던 소인이었다. 하지만 '2009년 세계 천문의 해'의 유산들을 뒤돌아보면서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소백산천문대를 활용한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이다. '소백산천문대 작가 워크숍'은 '2009년 세계 천문의 해'에 과학과 문화예술의 협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던 몇몇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과학문화 확산에 진심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이하 아태이론물리센터)가 중심이 되어 함께 시작했던 이 워크숍은 15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연 1~2회의 지속적인 운영으로 역사와 전통의 반열에 들어섰고, 최근 방송에서 과학문화계를 종횡무진하는 분들이 한번씩은 거쳐간 프로그램으로도 알려져있다. 이 워크숍은 한국 대중문화에 과학이 시나브로 스며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며 ‘세계 천문의 해’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지원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소백산천문대를 활용한 과학문화 소통 프로그램은 꾸준한 운영으로 과학문화계의 기댈 곳, 든든한 나무로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과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있을까? 필자는 천문우주학을 전공하였으나 하나의 주제를 깊이 연구하는 것보다는 학문의 주요한 성과를 사람들과 나누는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왔다. 고등학교 시절 과학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이때 과학캠프를 소백산으로 갔었던 것에서 '인연', '운명'이란 비과학적 단어가 떠오른다.) 1998년부터 아마추어천문가로 활동하며 시민단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 20여년간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였고, 2009년 세계 천문의 해에 한국천문연구원에 입사한 이후에 15년간 홍보 및 과학문화, 정책, 기획, 예산 업무를 다루며 소백산천문대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을 3차례 경험하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일들을 나열해보면, 과학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이동천문대 스타-카 프로그램' 진행 및 강연, 서울시와 협업하여 남산에서 진행했던 '별 헤는 밤 in Seoul', 과학문화 페스티벌이 없는 광역시와 협업하여 지자체별 특성에 맞는 축제를 제안했던 '대한민국 별 축제', 수업에 활용할 우주 지식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천문우주학을 전공해도 배고프지 않다'는 것을 알린 '교원천문연수' 진행 및 기초천체관측법 강의, 에너지시민연대 등과 함께 도심에서도 별이 보인다는 것을 알린 '불을 끄고 별을 켜다', 성인의 과학 관심도를 끌어올린 '천체사진공모전', 학생들의 진로탐색의 장이자 동아리 활동의 목표점을 제시한 '전국학생천체관측대회', 과학영화로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우주 영화’ 제작 지원, 전국의 시민천문대와 효과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한국천문우주과학관협회‘ 활동이 있다. 


과학문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양하지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의 궤도가 보일 것이다. 이런 15년의 활동 경험들로 인해 필자는 현재는 우주항공청에서 우주항공문화 확산 정책을 수립하고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런 경험과 관계를 활용하여 어떻게 기존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을 확장할 수 있을지 동료들과 고민 끝에 이번 ‘우주항공문화 콘텐츠 활성화 협의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문화예술 워크숍은 '과학문화’를 중심으로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천문연의 지원 아래 큰 나무가 되었고, 이제 그 중 하나의 굵은 가지를 우주항공청이 이어받아 '우주항공문화'를 키워 보고자 하며, 그 방식도 소백산천문대라는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위치한 우주항공 주요 현장, 예컨대 나로우주센터를 찾아가서 우주항공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계획 중이다.


기존보다 조금 특화된 우주라는 주제를 갖고 시작한 이번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협의회의 시작은 소백산천문대로 올라가는 죽령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시작부터 우주다. 천문대로 올라가는 산길, 4륜구동 천문대 차량에서 심수봉부터 윤하, 아이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들이 부른 우주 소재 음악을 들으며 별과 우주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병행해 등산객들을 위해 만든 태양계길(죽령휴게소가 태양계 외곽이고 소백산천문대는 지구, 연화봉은 태양으로 설정하고 거리 비율에 맞추어 태양계 행성들의 모형과 안내판을 설치해놓았다.)을 소개하며 등산과 같은 일상 혹은 취미생활에서 과학을 은근히 소개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소백산 천문대에 도착해서는 어땠을까? 이날 만난 다양한 종족들을 짧게 소개해 본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과학문화 위원으로 기존 주요 성과와 향후 협력방안들에 대해 말씀해주신 한양대 손승우님과 아태이론물리센터 하숙정님, 대전 엑스포하면 떠오르는 꿈돌이의 흥망성쇄를 경험하고, 최근 대전시의 마스코트로 부활에 대성공한 꿈돌이의 가족과 배경 스토리를 설명해주신 꿈돌이 삼촌 플레이어스 윤병철님, 광학천문대에 오셔서 전파천문학 이야기를 들려주신,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열정이 필요한지 몸소 보여주신 천문연구원 정태현님, 인류 최대 천체망원경의 거울의 제작 과정부터 최첨단 글로벌 연구 이슈들을 보여주시고 빅데이터들을 활용하여 인류의 삶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 아리조나대학교 김대욱님, 우리나라는 왜 화성 탐사를 해야 하는지, 광복 100주년인 2045년과 연계하여 우주탐사의 다양한 어려움을 말씀해주신 항공우주연구원 강상욱님, 태양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강연으로 태양의 각종 영향에 대해서 알려주신 천문연구원 김수진님, 시민과학과 참여과학의 경계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시민과학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신 길물빛 콘텐츠연구소 고선아님, 과학문화의 역사와 과학문화콘텐츠 연말 결산 경험을 공유해주시고, 우주항공 과학여행(개기일식, 오로라)를 소개해주신 과학책방 갈다 이미영님, 과학자들의 시민 소통의 중요성, 또한 과학기술이 왜곡이나 오류없이, 대중의 트렌드에 따른 콘텐츠로 공유되야 한다는 말씀해주신 과학커뮤니케이터 울림님, 지속가능한 과학공연 제작 환경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우주항공 연극 ‘발사 6개월전’ 기획자 외계공작소 강신철님, ‘SF소재 중 우주가 1/3 정도는 되지 않겠어요?’라는 필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시고, 작가들이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시대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소개해주신 SF잡지 벙커의 정재은님, 외로운 우주에서 함께 걸어갈 동료들을 찾고 관계를 확장해 나가시는, 과학행사 진행도 잘 하시는 과학평론가 이독실님, 우주에 대한 오랜 관찰을 통해 얻은 성찰을 글로 표현하고 계신 아마추어천문가 이강민님, 과학문화전문인력으로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 어떤 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한지 의견을 주신 과학커뮤니케이터 조은영, 양아영, 최현경님, 그리고 우주항공청 문화인력양성과에서 우주항공문화 확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신 김지혜, 이형연님.




 1일차 16시에 시작되어 3일차 오전 10시에 끝난 협의회인데, 실제 발표 및 토의가 2일 연속 새벽 3시에 끝났으니 식사, 취침 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 낮과 밤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 어딘가에서 개최된 듯한 가혹한 협의회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백산천문대에서 이야기 나눈 다양한 주제들 중 참여자들이 향후 우주항공청에서 추진해 주길 바라는 네 가지 의견들을 간략히 소개하며 앞으로의 고민들과 다짐들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우주항공 우수 콘텐츠 선정 작업이다. 현대사회는 콘텐츠 과잉 시대이다. 예전에는 주요 방송, 책 정도로만 콘텐츠가 확산되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수한 콘텐츠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대중에게 어필하다 보니 학부모들에게는 이들 콘텐츠가 비교육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이를 해소해서 좋은 콘텐츠가 지금보다 잘 확산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의견. 기존 우수 과학 도서와 같이 우수 우주항공 도서를 선정하고, 우수 과학 커뮤니케이터 혹은 유튜버를 선정해 보자는 것이다. ‘우수’의 기준이라던지, 교양 과학도서 외 SF문학을 선발할 경우 어디까지를 우주항공으로 보는지(예컨대 달기지에서의 연애소설은 우주항공문학인가?) 등 디테일한 부분은 심사숙고해야겠지만, 기경험자들로부터의 지원을 받아 당장 추진할 것이고, 이는 우주항공을 꿈꾸는 학생들과 지원하고자 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공유될 것이다. 


 둘째는 과학커뮤니케이터의 활동의 장 마련이다. 이번에 모인 분들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경험한 분들이 많았다. 이들은 과학문화 전문인력으로서 역량을 키워 실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활약할 놀이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5대 국립과학관 외에도 50개 이상의 공공 시민천문대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인프라와 협업해서 기존의 강연 위주의 프로그램에 추가적으로 우주항공을 소재로 한 ‘발사 6개월 전’과 같은 연극 등의 활동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과학관에서 고품질 무료 공연을 하니 민간의 과학공연이 설 자리가 없고 이는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언급도 고려하여 적정 수준의 활동 지원과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셋째는 시민과학 활성화이다. 시민과학 전문가들의 활동을 통해 전문과학자 외의 시민들이 과학을 경험하는 기회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최근에도 고등과학원에서 ‘시민과 함께 과학’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은하들을 구분해 보는 과학 활동 등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에는 환경과 연계하여 ‘빛공해’, ‘조용한 밤하늘’을 주제로 시민과학 활동을 계획하자는 의견이다. 기존에 빛공해 관련해서는 필자가 참여, 협력한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1999년 강원도 횡성군 덕초현의 ‘별빛보호지구 선포’, 2004년 에너지 시민연대의 ‘불을 끄고 별을 켜다’, 2009년 연세대의 ‘서울-경기 지역 밤하늘 밝기 지도’ 연구, 2010년 지자체 최초 서울시 ‘빛공해 방지조례’ 발표 및 시민 참여 행사 ‘별 헤는 밤 in Seoul’, 2012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 제정, 2014년 일본, 홍콩 및 국내 시민천문대들이 함께한 밤하늘 밝기 측정 및 분석 등이 있었다. 기존의 활동을 정리하고 개선안을 마련하여 시민천문대 인프라를 활용한 지속 모니터링 및 시민과학 교육을 진행할 수 있고 이는 과학교육 및 과학문화 확산 측면에서 반향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넷째는 우주항공문화 활동 자료집 발간. 이번 협의회를 통해서도 경험하였지만, 찾아보면 참 많은 우주항공 과학문화 콘텐츠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을 종합하여, 매년 우주항공 분야의 주요 과학 이슈와 문화예술 관련 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이 또한 소백산천문대 문화예술 워크숍과 같이 계절을 쌓아 나가면 역사가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자료집 발간으로 끝내기 않고 수록된 콘텐츠들을 다양한 매체 버전으로 재생산하여 활용하면 좋다는 의견들을 수렴하여 기존의 과학 연보들과 달리 문화예술까지 포함한 연보를 우주항공청이 시작하고, 모범사례로 키워 타 분야에도 확산되도록 해보겠다.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천문연이 계절을 겹겹이 쌓아 만든 과학문화 유산들이 15년의 풍파를 견뎌내고 튼실한 나무로 성장하였고 이제 새로운 가지를 뻗어나가려 한다. 선배님들이 만들어 주신 구슬들은 서말이 되었고, 그것으로 목걸이를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갈 새로운 목걸이, 나무가지를 함께 키워 갈 새로운 종족의 유입을 기다려 본다. 


우리들의 마지막 다짐은 ‘건강’을 잘 챙기며, 각자의 별에서 크던 작던 소중한 ‘별빛’을 지켜내고 더 밝게 빛내며, 7300일 후,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소백산천문대에 다시 모여 우리가 함께 만든 나무를 뒤돌아보자는 것이다. 20년 후의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에 벌써 미소가 지어진다. 미래를 함께 꿈꿀 소중한 ‘별빛’들을 환영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kalpa78@naver.com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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