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 Street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연대

2025년 9월 통권 240호

인류는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한낮의 강한 빛과 대조되는 밤하늘의 어둠, 그리고 그 속을 수놓는 별빛은 고대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별들의 배열이 매일 밤 되풀이되고 하루하루 조금씩 더 빨리 뜬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사람들은 점차 하늘의 변화가 동물의 이동 시기와 식물 채집 시기를 예측하는 데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 깨달음이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세대를 거쳐 구전되고 기록됨으로써, 하늘의 변화와 패턴은 점차 정교한 지식으로 발전해 갔다. 


인류가 한곳에 정착하여 농경 생활을 하자, 하늘의 패턴을 읽어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은 곧 생존과 직결되기 시작했다. 천체의 움직임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권위를 얻게 되었고, 이로써 천문 지식은 종교와 왕권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장거리 교역과 이동이 활발해지자, 사람들은 방향을 찾기 위해 특정 별자리가 갖는 고도와 위치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밤하늘은 인류의 거대한 달력이자, 머나먼 여정을 인도하는 좌표계였던 것이다.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늘은 소유하거나 쟁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에, 인류는 오래전부터 경쟁보다는 협력을 선택해 왔다. 더불어, 별자리 기록이나 천문 현상 관측 및 달력 제작을 위해서는 넓은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모은 정보가 필요하다. 인류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타 집단과 지식을 교류하고 세대 간에 지식을 전승하며 협력을 이루어 왔다.


중세 이슬람의 천문학은 종교와 국경을 넘어선 거대한 협력의 산물이었다. 바그다드에 세워진 '지혜의 집'에서는 그리스, 인도, 페르시아 출신 학자들이 모여 천문학, 수학, 지리학, 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전 세계에서 수집하고 번역하였다. 그들은 원문의 오류를 수정하고 최신 데이터를 반영함으로써 다국적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였는데, 그 중 천문학은 국제 협력과 지식 통합의 대표로 손꼽힌다. 이들의 성과는 상인을 통해 동서로 전파되었으며, 후에 라틴어로 번역되어 르네상스 시기의 과학혁명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금성이 태양 앞을 통과하는 '금성식'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관측하는 범국가적인 과학 프로젝트가 18세기에 진행되기도 하였다. 지구 여러 곳에서 관측한 금성식의 시차를 비교하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와 영국은 식민지와 패권을 둘러싸고 전쟁 중이었지만, 이들 역시 금성식 자료를 공유하며 과학 목표를 위해 협력했다. 


                                                                                                                                            


관측 기술력이 고도화된 현대는 어떠할까? 세상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은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기 위해 세계 20여 국가, 60여 개 연구 기관이 협력하고 있는 초국가적 협력망이다(그림 1). EHT 관측망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으로 동일한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고, 전파 신호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지구 크기 망원경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현해 내고 있다. 한국 우주전파 망원경(KVN, Korean VLBI Network)의 천문학자들은 EHT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여, 세계 최초로 M87 은하(2019년)와 우리은하(2022년)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 그림자 관측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KVN 전파망원경도 최근 EHT 관측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림 1. 지구의 여러 전파 관측소에서 관측 대상, 타이밍, 주파수, 케이던스, 캘리브레이션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한다. 간섭현상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결합하면,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으로 구현할 수 있는 초고분해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인류는 EHT 관측망을 통해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2019년, 2022년)을 관측하는 데에 성공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전파망원경을 목적에 맞춰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활용하는 EHT와 달리, 초대형 전파망원경 프로젝트 SKA(Square Kilometer Array)는 대규모 우주탐사를 위해 국제 공동 건설 및 운영을 전제로 기획 및 추진되고 있다. 총 수십만 개의 안테나를 일정하게 배열하여 하나로 동기화하는 SKA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6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한다. SKA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참여하는 100여 개 이상의 협력 기관이 안테나의 설계/제작에서부터 전자장치 개발, 네트워크,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 개발, 데이터 공유 등에 달하는 광범위한 기술 및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SKA는 우주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 각 기관과 국가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택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참여 기관이 SKA에 필요한 방대한 기술적/운영적 역할을 분담하는 반면, 차세대 초거대 광학망원경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은 참여국이 건설비와 운영비를 재정적으로 분담하고, 지분을 기반으로 공동소유 및 운영하는 방식이다(그림 2). GMT의 건설과 운영에는 20~25억 달러(한화 약 2조 7천억~3조 4천억 원)가 소요되는데, 이는 단일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이다. 우리나라는 GMT 지분의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 협력을 통해 10배의 연구 및 관측 레버리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칠레 사막에 건설 중인 GMT는 직경 25.4m의 거대한 주경으로 기존 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해상도를 제공함으로써, 천문학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그림 2. 칠레 사막에 건설중인 GMT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약 10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약 4배에 달하는 해상도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GMT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거울(직경 8.417m) 7장을 배열하여, 직경 25.4m에 달하는 주경을 형성한다. 위의 이미지는 상상도에 해당하며, 망원경의 규모가 트럭과 나란히 놓여 비교된다.


망원경 건설이나 운영, 비용을 분담하는 앞선 경우와 달리, 관측 데이터를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개하여 데이터의 분석과 과학적 발견의 효율성을 높이는 '오픈 사이언스' 방식의 협력도 있다. 우리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3차원 지도를 제작 중인 유럽의 가이아(Gaia) 프로젝트, 그리고 차세대 대규모 전천 관측 프로젝트인 미국의 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가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를 공유하는 오픈 사이언스는 과학적 발견의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국제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며, 세금으로 만든 연구 자산과 성과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여러 연구자가 데이터를 재분석/재검증할 수 있어, 과학적 발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중성미자나 중력파와 같은 단발성의 우주적 사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다양한 검출기 및 관측 시설을 협력 네트워크로 연결하기도 한다. 여러 지역에 분산된 검출기로 동일한 우주적 사건을 감지하면 신호의 신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그 방향과 위치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호가 포착되면 실시간 경보(alert)가 전파, 광학, 감마선, X선 등 다양한 파장의 관측 시설에 전달되어, 신속한 후속 관측이 이어지게 된다. 반대로 광학이나 감마선 파장대에서 사건이 먼저 관측되면, 중성미자와 중력파 데이터를 재분석하여 놓친 신호가 없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다양한 관측 채널 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다중 메신저 천문학' (Multi-Messenger Astronomy)은 우주적 사건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별자리 기록에서부터 다중 메신저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관측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한 개인이나 한 집단이 완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협력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토대가 된다. 별자리 기록이 세대를 거치며 인류의 지적 유산이 되었듯, 오늘날의 발견 또한 미래 세대에게 전승될 것이다. 협력이 동시대의 연구자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을 지구와 우주의 구도로 나누어 인식하면, 우주를 향한 탐구는 인류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고, 그 과정에서 협력은 필연이 된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인류의 본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댓글 0
  • There is no comment.

댓글을 작성하기 위해 로그인을 해주세요

registrant
신지혜
K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