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9
황나래KASI
2025년 6월 어느날. 한무리의 사람들이 소백산 자락 깊은 곳에 있는 소백산천문대에 모였다. 소설가, 로봇전문가, 배우, 기자, 유튜브 제작자, 마케팅전문가, 홍보전문가 등 언뜻 보면 천문대와는 특별히 인연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들 사이에 몇 안되는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화학자가 끼어 있었다. 천문대라고 하면 보통 천문학자들의 공간인데, 별을 볼 일 없을 것 같은 이 많은 사람들이 해발 1400m 높이 산속, 가장 가까운 죽령휴게소에서도 약 2-3시간 등산을 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인 소백산천문대에는 무슨 일로 모였을까? 천문대는 밤하늘을 관찰하고 우주의 여러 현상을 연구하는 곳이다.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천문대를 ‘천문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기 위하여 설치한 시설이나 그런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 천문대는 당연하게도 밤하늘을 관찰하기 좋은, 주변이 어두운 곳에 설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래전에 만들어진 천문대는 비교적 사람들이 다니기 쉬운 곳에 있다. 신
3
신지혜KASI
인류는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한낮의 강한 빛과 대조되는 밤하늘의 어둠, 그리고 그 속을 수놓는 별빛은 고대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별들의 배열이 매일 밤 되풀이되고 하루하루 조금씩 더 빨리 뜬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사람들은 점차 하늘의 변화가 동물의 이동 시기와 식물 채집 시기를 예측하는 데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 깨달음이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세대를 거쳐 구전되고 기록됨으로써, 하늘의 변화와 패턴은 점차 정교한 지식으로 발전해 갔다. 인류가 한곳에 정착하여 농경 생활을 하자, 하늘의 패턴을 읽어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은 곧 생존과 직결되기 시작했다. 천체의 움직임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권위를 얻게 되었고, 이로써 천문 지식은 종교와 왕권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장거리 교역과 이동이 활발해지자, 사람들은 방향을 찾기 위해 특정 별자리가 갖는 고도와 위치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밤하늘은 인류의 거대한 달
12
전/현 과학문화위원(크로스로드 편집위원)APCTP
1
곽재식작가
듀나는 한국 SF 작가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거장으로 통한다. 이미 처음으로 글을 쓴 지 30년이 지났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열심히 글을 쓰고 있고 족히 지난 20년 간 한국 최고 수준의 SF 작가로 두루 언급되기도 했다. 아마 지금도 한국 SF 작가들 사이에서 누가 최고의 작가인지 조사를 해 보라고 하면 한 목소리로 듀나라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듀나 작가가 어떤 작가인지 그 대표작은 어떤 것인지 또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도 조금은 민망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나온 듀나 작가의 초창기 소설을 두루 모아 놓은 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들추어 가까운 시선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보려고 한다. 그러는 동안 한국 SF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듀나 작가는 어떤 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등등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느낌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의 맨 처음에 실린 소설은 “시간을 거슬러 간 나
2
로희작가
처음 보았을 때는 노인인 줄 알았어. 너는 새우 같고, 구겨진 종이 같고, 녹아내린 플라스틱 같았어. 한마디로 매력 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는 뜻이지. 내 시선을 붙잡은 건 눈이었어. 흐리멍텅한 눈인데 가장자리만 빛나고 있었어. 초승달 같다고 생각했어. 너는 이삼 일에 한번 꼴로 행정동에 나타났어. 우리가 콜로세움이라고 부르는, 일곱 층의 원형계단이 돔을 중심으로 트여있는 고풍스러운 건물 말이야. 우리는 낯선 사람을 쳐다보면 실례라고 배웠지만 모두가 너를 힐끗거리고 있는 듯했어. 비싼 보행로봇을 타고, 경호원도 세 명이나 데리고 있지 않았다면 시나브로 너에게 모여들었을지도 모르지. 네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소문이 생길 줄은 알고 있었어. <테라>는 건강한 사람만 들어오는 곳이고, 프리메라들은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했으니까. 불안을 달래는 데에는 자극적인 이야기만큼 효과적인 게 없지. “성간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이래.” “외계인을 우리한테 왜 공개해?” “우리는 바깥에 알릴
독자님의 정보를 입력해주세요.
* 는 필수항목입니다
첨부파일은 최대 3개까지 가능하며, 전체 용량은 10MB 이하까지 업로드 가능합니다. 첨부파일 이름은 특수기호(?!,.&^~)를 제외해주세요.(첨부 가능 확장자 jpg,jpeg,png,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