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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엑스,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

2025년 6월 통권 237호

스피어엑스 발사! 

2025년 3월 12일,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이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당초 발사 예정일은 2월 27일이었지만, 발사 준비 과정에서 무려 여덟 차례나 연기된 끝에 아홉 번째 시도 만에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오랜 시간 발사만을 기다려온 스피어엑스 팀,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그리고 우리나라 우주항공청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애를 태웠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유일한 국제 파트너로 참여한 이 뜻깊은 발사 장면을 생중계하려 했던 국내 방송사들은 수차례 방송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된 듯한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우주망원경은 한 번 고장이 나면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사 이전의 설계, 제작, 조립 단계에서 단 하나의 결함도 발생하지 않도록 수차례에 걸쳐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발사 당일에도,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 원인이 해결되거나 충분히 검토되기 전까지는 결코 발사를 강행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발사는, 나사의 중형급 천체물리 우주망원경인 스피어엑스(SPHEREx)뿐만 아니라태양관측 우주망원경인 펀치(PUNCH)까지 함께 탑재했기 때문에, 준비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여러 차례 발사가 연기되었다. 현재 스피어엑스는 약 7주간의 시험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5월 1일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했다.


인류는 이제, 우주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 바로 스피어엑스를 갖게 되었다.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소개

스피어엑스(SPHEREx)는 미국 NASA의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 온하늘(전천; 全天)을 0.75 마이크로미터(μm)에서 5μm 범위의 적외선으로 관측하며, 이 구간을 102개의 파장(‘색깔’)으로 나누어 탐사한다. 이처럼 천체의 밝기가 파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을 스펙트럼을 얻는다라고 하며, 이러한 관측 방식은 “분광(spectroscopy)”이라고 불린다. 따라서 스피어엑스는 세계 최초의 전천 적외선 분광 탐사 미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혁신적인 관측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스피어엑스는 “선형 분광 필터(linear variable filter; LVF)”라는 특수 장비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필터는 특정 파장이나 좁은 파장 범위만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반면, 선형분광필터는 필터 내 위치에 따라 투과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진다. 만약 전통적인 방식으로 102개의 파장을 관측하려면, 각각의 파장에 맞는 102개의 필터를 우주로 가져가야 하지만, 스피어엑스는 단 6장의 선형분광필터만으로 이를 해결한다. 이는 마치 하나의 필터에 17가지 색을 입힌 ‘무지개 필터’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필터를 교체할 필요 없이, 망원경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가며 다양한 파장의 영상을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효율성과 혁신성을 모두 갖춘 설계라 할 수 있다.


스피어엑스의 임무

과학은 흔히 분석(分析; analysis)의 학문이라고 불린다. 천문학 역시 예외는 아니며, 특히 빛에 대한 정밀한 분석, 즉 분광 분해능을 높이는 것이 핵심적인 연구 방법이다. 우주에서 오는 빛을 가능한 한 세밀하게 나누고 쪼갤수록, 천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열 마디 말보다 그림 한 장이 낫다”는 말이 있지만, 천문학자들에게는 종종 사진 10장보다 스펙트럼 한 줄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스피어엑스는 여러 파장에서 얻은 스펙트럼 정보를 통해, 먼 은하로부터 도달한 빛의 스펙트럼이 우주의 팽창에 의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측정한다. 이 늘어난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 바로 적색이동(redshift)이다. 적색이동을 측정하면 표준 우주모형에 따라 해당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은하들의 3차원 분포, 즉 우주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된다. 은하 분포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우주 초기에 일어난 급격한 팽창, 즉 “인플레이션”의 흔적을 연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우주의 모습을 정밀하게 관측함으로써, 스피어엑스는 우주의 기원을 규명할 수 있다. 


한편, 스피어엑스는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도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경 별빛을 여러 파장에서 관측함으로써, 우주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H₂O),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 암모니아(NH₃) 등 생명 구성에 필수적인 분자들이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얼음이 별과 행성의 형성과정에서 어떻게 유입되는지도 추적할 예정이다. 즉, 생명 존재에 필수적인 물의 우주적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다.


스피어엑스는 기존 적외선 관측에서 사용되던 3~5개의 필터 대신, 총 102개 파장대를 관측할 수 있는 전례 없는 분광 해상도를 제공한다. 이는 적외선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 새로운 관측 방식이다. 스피어엑스는 약 2년 동안 하늘 전체를 총 네 차례에 걸쳐 정밀하게 관측하며, 방대한 양의 적외선 데이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는 은하의 진화, 별과 행성계의 형성, 태양계 천체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천체 탐색 등 다양한 천문학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재는 2년간의 임무 기간이 승인되어 있지만, 탑재체와 시스템의 상태가 허락하는 한 관측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스피어엑스 상황

스피어엑스의 첫 관측 이미지(그림 1)는 천문학자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우주망원경의 덮개를 열고 처음 촬영한 이 영상은, 망원경의 성능이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음을 보여주었다. 지상 실험실에서 예측했던 것보다 초점이 더 선명하게 맞았고, 목표로 했던 감도에도 정확히 도달했다. 특히 위성체의 자세 제어 성능은 기대치를 상회하여, 관측 효율과 노출 시간을 수 퍼센트가량 증가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공개된 이미지는 가까운 은하의 세부 모습은 물론, 그 배경에 펼쳐진 수많은 먼 은하들을 선명하게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감탄 속에는 다소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그림을 보면 좌우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 밝은 띠가 가장 눈에 띄는데, 이는 스피어엑스가 촬영한 모든 이미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밝은 띠는 우리가 관측하고자 하는 먼 우주의 천체에서 온 신호가 아니라, 지구 대기에서 기원한 빛이다. 태양에서 온 자외선이 지구 고층 대기의 원자나 분자를 이온화시키고, 이 이온들이 재결합하면서 방출하는 대기광(airglow) 현상이다. 이는 우주 관측에 있어 대표적인 잡음원이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 밖에서 관측하는 것이 우주망원경의 목적이건만, 예상보다 강한 대기광이 관측 자료에 영향을 준 것이다. 물론, 미션 기획 단계에서도 일정 수준의 대기광은 존재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처럼 강한 밝기로 나타날 것이라 예상한 연구자는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현상은 천문학자에게는 성가신 골치거리지만, 지구 고층 대기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는 소중한 데이터가 된 셈이다.


너무 걱정은 마시길 바란다. 스피어엑스의 102개의 분광 채널(“색깔”) 중 하나인 1.083μm 파장, 즉 17번 채널에서는 강한 헬륨 대기광의 방해를 받고 있지만, 이를 제거해 천체 신호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이 중요한 이미지 프로세싱 작업은 한국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 파장에서는 민감도가 다소 저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5월 1일부터 스피어엑스의 본격적인 과학 운영이 시작되었고,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온하늘의 약 5%가 관측되었다. 관측 범위는 매주 3~4%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오는 7월 1일부터는 수집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스피어엑스가 보내오는 영상과 스펙트럼을 하루라도 빨리 전 세계 천문학자들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이다. 이러한 빠른 자료 공개와 국제 협력은 “과학에는 국경이 없고, 우주에도 국경이 없다”고 믿는 천문학자들의 오랜 전통이다. 또한 이는 스피어엑스가 단순한 과학 장비를 넘어, 순수하게 과학과 천문학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정신을 실천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천문학자로서의 소감

8전 9기 끝에 지상 680 km 고도의 지구 궤도에 안착한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이, 2단 로켓에서 분리되어 우주 공간을 천천히 떠나가는 장면을 지켜보며, 약 5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한국 측 책임자인 정웅섭 박사와 함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을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2019년 2월, 치열한 경쟁 끝에 스피어엑스가 NASA의 중형급 우주망원경 미션으로 최종 선정된 직후였고, 우리는 처음으로 스피어엑스 과학연구팀 회의에 참석했다. 동시에, 한국이 기여할 지상검교정용 우주망원경 챔버 개발에 대한 첫 회의도 이루어졌다.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훌륭한 해외 연구자들과 함께, 앞으로 수년간 협력하게 될 연구 분야를 조율했고, 칠판에 같이 휙휙 그린 스케치 속에서 훗날 한국천문연구원의 극저온 진공챔버가 태어났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는 파스퇴르의 말처럼, 한국 스피어엑스 팀에게한국 천문학자가 새로운 우주의 눈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은큰 자부심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 납세자의 세금이 투입되어 지상검교정 장비가 개발되었고, 이는 스피어엑스의 정확한 관측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이 되었다. 다시 말해,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가 스피어엑스에 함께 기여한 동료인 셈이다.


이제, 스피어엑스가 보여줄 새로운 우주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그리고 어떤 놀라운 발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여러분의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를 향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그림 1. 스피어엑스 첫 이미지 (First Light Image)

https://spherex.caltech.edu/image/spherex20250401b-spherex-first-images


 


스피어엑스 대표이미지: 우주망원경이 2단 로켓에서 분리되어 우주공간으로 떠나는 모습. 정든 우주망원경을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다.

https://spherex.caltech.edu/image/spherex-sepa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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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진
한국천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