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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양폭풍, 지난 5월의 사건일지

2024년 8월 통권 227호

붉은 장미가 꽃 피우던 2024년 5월의 어느 밤, 우리나라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났다.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로라는 흐릿했지만, 북쪽 하늘을 촬영한 카메라에는 오로라의 붉은색이 분명히 촬영됐다(그림1). 이러한 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들려왔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와 캐나다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에서도 오로라가 맨눈으로 선명하게 관측된 것이다.


그림1. 5월 12일 강원도 화천에서 촬영된 오로라 사진(©용인어린이천문대 박정하)


오로라는 지구 대기에 있는 입자들과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입자들이 만날 때 발생한다. 태양 입자들은 대부분 플라즈마 상태이다. 플라즈마 상태는 기체 상태보다 더 뜨겁거나 더 높은 압력으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은 대부분 플라즈마 상태로 이루어져 있고, 플라즈마 상태의 태양 입자들은 우주 공간으로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다. 그런데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들은 자석에 붙는 철가루들처럼 자기장에 이끌려 다닌다는 특징이 있다. 우주 공간으로 뻗어가던 태양 입자들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지구의 남극 또는 북극으로 향하게 된다(그림2). 그렇게 태양으로부터 달려오던 태양 입자들은 지구의 대기를 만나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어낸다.


그림2. 태양 입자들의 이동 경로와 오로라 발생 지역(©NOSWE)


극지방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촬영할 수 있었을까? 이는 태양에서 발생한 거대한 태양폭풍 때문이다. 태양폭풍은 태양에서 발생한 폭발적인 현상들로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전반이 급격한 영향을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5월에 발생한 태양폭풍은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태양폭풍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태양폭풍이었다.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지구의 자기장이 크게 요동쳤고, 요동치는 자기장의 틈 사이로 수많은 태양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의 안쪽으로 물밀듯 들어왔다. 폭우에 강둑이 터져 논밭에 홍수가 나듯이, 태양 입자들은 지구의 극지방 쪽만이 아니라 중위도 지방 쪽으로도 넘쳐 들어온 것이다. 평소보다 더 낮은 위도 영역까지 들어온 태양 입자들은 지구의 대기를 만나 화려한 오로라 불빛을 수놓았고(그림3), 우리나라에서 바라본 북쪽 하늘에서도 그 오로라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그림3. NOAA의 인공위성들로 촬영한 5월 11일 북반구 오로라 분포 사진(©NOAA)


태양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


2024년 5월 초엽, 태양에 거대한 태양흑점군이 관측됐다(그림4). 동그란 태양표면 위에 검은 점들이 모여 있는 듯한 모습의 이 태양흑점군은 크기가 점점 커져 지구 지름의 약 16배 크기에 이르렀다. 태양흑점군은 태양의 자기장이 극심하게 집중되어 높은 에너지가 쌓여있는 곳이다. 자외선보다 강력한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 그리고 엑스선(X-ray) 영역으로 태양을 관측하면 높은 에너지가 쌓여 있는 태양흑점군이 주변 지역보다 밝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태양흑점군에서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우주공간으로 방출하는 강력한 태양흑점폭발(태양 플레어, Solar Flare)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미해양대기청(NOAA)은 관측한 태양흑점군마다 활동 지역(Active Region, AR) 번호를 부여하고, 매일 태양흑점군의 활동을 추적하며 감시하고 있다. 이번에 관측된 거대한 태양흑점군에는 AR 3664라는 식별번호가 부여됐다.


그림4. 2024년 5월 7일 태양 백색광 관측 영상과 AR 3664 분석 (©Helioviewer)


5월 8일, AR 3664에서 발생한 강력한 태양흑점폭발이 초강력 태양폭풍의 시작을 알렸다(그림5). 태양흑점폭발의 세기는 지구 근처에서 관측된 태양 엑스선 빛의 세기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5월 8일에 발생한 태양흑점폭발은 X1.0등급에 달했다. 알파벳 X는 태양흑점폭발의 세기를 분류하는 여러 등급(A, B, C, M, X)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임을 나타내고, 알파벳 X 뒤에 숫자가 높을수록 더 강력한 현상으로 구분한다. 이어서 5월 9일에 X2.2등급과 X1.1등급, 5월 10일에 X3.9등급, 5월 11일에 X5.8등급에 이르는 강력한 태양흑점폭발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우리가 관측한 기간에 X등급의 태양흑점폭발은 총 12번이나 발생했다. 특히 5월 14일, 태양이 자전하면서 AR 3664가 태양 뒤쪽으로 넘어가기 직전에는 이번 태양활동주기 기간에 가장 강력한 X8.7등급의 태양흑점폭발이 발생했다. AR 3664는 자기장 극성의 분포가 복잡하여 크고 작은 태양흑점폭발 현상들이 자주 발생하는 불안정한 태양흑점군이었는데, 태양흑점군의 크기가 계속 커지면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다수의 매우 강력한 태양흑점폭발들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림5. 연속적인 태양흑점폭발과 코로나물질방출 현상(©Helioviewer)


태양흑점폭발이 발생하면 대부분 엄청난 양의 태양입자들도 함께 우주공간으로 방출된다. 태양의 높은 대기층인 태양의 코로나에서 그 모습이 관측되기에, 이를 코로나물질방출(Coronal Mass Ejection, CME) 현상이라고 부른다(그림5). 지난 5월에 태양흑점폭발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기간에도 거대한 코로나 물질 방출 현상들이 대부분 함께 관측됐다. 코로나 물질 방출 현상에서 관측된 태양입자들의 최대 속도는 초당 1,800km를 넘겼는데,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1초에 3번 왕복할 수 있는 속도이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태양입자들은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 약 1억 5천만 km를 빠르게 가로질렀으며, 태양흑점폭발이 발생한 지 하루에서 이틀 뒤에 지구의 자기장을 강타했다. 지구의 자기장은 5월 10일에서 12일 동안 최고 단계(지자기 교란 Kp 지수 9등급) 수준으로 여러 번 크게 교란되었다. 



우리가 겪은 이번 태양폭풍의 영향들


AR 3664에서 시작된 태양폭풍은 곧바로 지구의 대기에 영향을 주었다. 지구 대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지구 대기의 상층부에 있는 전리권이다. 전리권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과 엑스선에 의해 대기 분자들이 이온화된 영역을 말하는데, 전파를 반사하여 먼 지역끼리 무선통신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까지 한다. 그런데 이번 태양폭풍으로 전리권은 평소보다 더 많은 자외선과 엑스선에 노출되었다. 대기 분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이온화되어 전파를 다른 곳으로 반사하거나 아예 흡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공위성과 지상국 사이의 전파 송수신에도 영향을 준다. 이번 태양폭풍 기간에 GPS 신호의 정확도가 낮아졌고, 고주파 무선통신 그리고 저궤도 위성의 통신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GPS 기반의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정밀 자동화기기와 항공 드론을 활용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태양폭풍은 저궤도 인공위성의 운행에도 영향을 준다. 지구의 대기는 태양폭풍으로 평소보다 더 높은 에너지의 빛과 입자들에 노출되어 바깥으로 살짝 더 팽창한다. 그러면 높은 고도의 공기 밀도가 평소보다 더 높아져서 인공위성의 운행 속도를 늦추고 운행 고도를 더 낮추게 할 수 있다. 정말 살짝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이지만, 약 90분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저궤도 인공위성의 운행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인공위성 입장에서는 잘 걷다가 갑자기 물속을 걷게 된 느낌일 수 있다. 이번 태양폭풍 기간에 우리나라의 아리랑 위성들은 평소보다 두세 배 더 가파르게 고도가 낮아졌다. 그리고 지구 표면에서 약 510km 상공을 도는 허블 우주 망원경도 5월 11일에서 13일 사이에 평소보다 두 배 더 가파르게 하루에 약 85m씩 하강했다고 보고됐다. 2022년 2월에는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스페이스X(SpaceX)의 스타링크 위성 40기가 추락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번 태양폭풍으로 추락한 인공위성은 없었다.


이외에 다양한 곳에서 이번 태양폭풍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관측됐다. 빅토리아 대학의 연구진들은 이 기간에 해수면 아래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저 관측소의 나침반도 지구 자기장의 교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구의 자기장이 요동치면 지상의 송전선에 유도전류를 발생하여 전선에 추가적인 전류가 흐르게 할 수 있다. 태양폭풍으로 발생한 유도전류로 전자기기가 망가질 수 있고, 심할 경우에는 발전소와 변전소 등의 전력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여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89년 3월에는 이번보다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송전 시스템이 마비되어 캐나다 퀘벡 주 전체가 9시간 동안 정전된 적이 있다. 이번 태양폭풍 기간, 지구 자기장의 북극에 가까운 캐나다에서는 전력 시스템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였고, 지구 자기장의 남극에 가까운 뉴질랜드에서는 피해 예방 조치로 일부 구간의 송전 서비스를 미리 차단했었다. 태양폭풍은 무선통신, 인공위성, 전력 시스템에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우주비행사와 북극항로 운항 항공기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 위험도 높인다(그림6). 이번 태양폭풍에 의한 영향은 아직 보고되지 않을 문제들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작은 현상들도 많을 것이다. 이후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림6. 태양폭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상들(©ESA)


더 강력한 태양폭풍을 대비하는 우리


올해 5월에 발생한 태양폭풍보다 강력한 태양폭풍은 이후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더 강력한 태양폭풍은 중위도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GPS, 무선통신, 전력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미래 첨단 산업에 태양폭풍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태양폭풍에 영향을 받은 사례들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3년 10월에 발생한 태양폭풍으로 오산 미 공군기지의 단파 통신을 두절되는 현상이 있었고 우리나라 무궁화 위성의 성능도 감소한 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태양의 활동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며 앞으로 발생할 강력한 태양폭풍에 미리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의 활동을 감시하고 그 영향을 분석 및 예보하는 우리나라의 대표 기관은 우주항공청의 우주환경센터이다. 우주환경센터의 예보관들은 수시로 태양흑점폭발의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예측 모델들의 결과를 분석하여 주기적으로 우주환경 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우주환경센터 홈페이지(https://spaceweather.kasa.go.kr)에서 실시간 태양활동 감시 및 태양폭풍 예보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고, 예•경보 알림 서비스를 신청하면 태양폭풍이 발생했을 때 이메일 또는 SMS로 신속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천문우주 분야 대표 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에는 태양의 활동과 우주환경의 변화를 연구하는 태양우주환경그룹이 있다. 태양우주환경그룹의 연구원들은 태양 활동의 근원에 대하여 연구를 수행하며 태양폭풍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높이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미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과 협력하여 다양한 태양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도하여 개발할 태양-지구 제4 라그랑주점(L4) 탐사선 임무는 고정된 위치에서 태양의 측면 부분을 관측하여 태양폭풍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초강력 태양폭풍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예보하여 글로벌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    곽영실. 2024,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그리고 기상기후”. 크로스로드(Cross Street), 2024년 4월 통권 223호.

-    Alexandra Witze. 2024, “Dazzling auroras are just a warm-up as more solar storms are likely, scientists say”, Nature, 629, 736-737, doi: 10.1038/d41586-024-01432-7

-    Michael Greshko. 2024, “Extreme solar storm generated aurorae—and ‘surprise’”, Science, doi: 10.1126/science.zoakd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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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경희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