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rosetta와 C. flexa를 비롯한 깃편모충류에 대한 연구는 동물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가져다 주었다(지난 연재 [최초의 동물] 참조). 동물의 가장 가까운 친척 미생물인 깃편모충류가 다세포성과 발생처럼 ‘동물적’인 것이라고 알려져 있던 특성들뿐만 아니라 그러한 특성들을 형성하는 유전자들까지 공유한다는 발견은, 10억 여년 전에 이미 존재하던 동물과 깃편모충의 공동 조상이 이미 이러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깃편모충 연구를 통해 동물 고유의 특성이라고 알려진 ‘신경계’ 또한 하루 아침에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신경계하면 떠올리는, 많은 숫자의 신경세포(뉴런)들이 얽히고 섥힌 시스템이 출현하기 한참 전에, 우리의 단세포 조상 속에 이미 그 재료들이 진화해 있었다는 것이다.
뉴런을 흐르는 전기 신호
신경계란 무엇인가? 한 가지 간단한 정의는 뉴런들과 이들의 연결(시냅스)로 이루어진 정보처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계는 컴퓨터처럼 전기 신호의 흐름을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여기서 각각의 뉴런은 전기신호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데에 특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그림 1). 일반적으로 뉴런은 세포의 핵이 위치한 세포체(soma),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많은 가지들인 수상돌기(dendrite), 세포체에서 통합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길쭉한 가지인 축삭돌기(axon), 다음 뉴런이나 근육과 연결을 형성하는 축삭말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1. 뉴런의 구조와 신경 신호 전달의 방향. 출처: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omponents_of_neuron.jpg
인간의 뉴런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감각세포나 앞에 위치한 뉴런(시냅스 전 뉴런)으로부터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분비된다. 이 분자들은 하위 뉴런의 수상돌기막에 박혀 있는 리간드 개폐 이온 채널(ligand-gated ion channel)에 결합한다. 이 채널은 말 그대로 리간드(ligand), 즉 신호 물질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channel)가 열리고 닫히는 단백질이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글루타메이트(glutamate), 가바(GABA)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결합하여 이온 채널이 열리면, 세포막 안팎에 있던 양이온이나 음이온이 통로를 통과한다. 이 때, 세포막 안팎으로 어떤 이온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이동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예컨대 세포막 바깥에 안쪽보다 나트륨(Na+)이 많다면, 나트륨 채널이 열렸을 때 세포 안으로 나트륨이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나트륨은 양전하를 띤 양이온이라서, 그 결과 막전위가 상승한다. 반대로 음전하를 띤 염소 이온(Cl-)이 쏟아져 들어오면 막전위는 오히려 하강한다.
뉴런의 수상돌기 세포막에는 이런 리간드 개폐 이온 채널이 다수 포진해 있다. 더 많은 흥분성 채널(excitatory channel)이 자주 혹은 오래 열릴수록 막전위는 점점 높아지고 전기 신호는 더 멀리 퍼져나간다. 그러다가 세포체와 축삭이 연결되는 축삭둔덕(axon hillock)이라는 깔때기 모양의 지역까지 막전위가 점점 상승하는 탈분극(depolarization)이 일어나다가 역치(threshold)를 넘어서게 되면 급격히 막전위가 상승하는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발생한다(그림 2).
그림2. 활동전위의 형성. 출처: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ctionPotential.png
이렇게 생성된 활동전위는 막전위가 최정점에 이르렀다가 급격히 다시 떨어지는 재분극(repolarization)이 일어나고 최종적으로는 활성 이전의 휴지 전위(resting state)로 복귀한다. 이처럼 매우 빠르게 막전위가 상승했다가 급격히 원상태로 돌아오는 일종의 디지털 펄스 신호로, 한 번 발생하면 길쭉한 축삭을 따라 끝까지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활동전위로 인해 뉴런의 축삭은 일반적으로 꺼져 있다가 충분한 자극이 주어지면 분명하게 켰다 꺼지는 ‘all-or-none’의 특성을 나타낸다.
깃편모충에서 발견된 뉴런 유전자
활동전위라는 특수한 전기적 패턴은 ‘전압 개폐성 이온 채널(Voltage-gated ion channel)’이라는 특수한 이온 채널을 통해 조절된다. 수상 돌기에 위치한 리간드 개폐성 이온 채널과 달리 축삭을 따라 늘어서 있는 전압 개폐성 이온 채널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전압에 의해 이온 통로가 열리고 닫힌다. 막 안팎의 전압에 따라 채널 단백질의 구조가 변형되고, 특정한 전위차에서 채널이 열리거나 닫힌다. 이 때 어떤 이온을 투과하는지에 따라 이온 채널의 개폐가 막전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은 활동전위 생성 시기에 작동하며 전위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증폭기로서의 역할을 한다. 수상돌기로부터 온 전기 신호가 역치 이상으로 막전위를 올리면, 닫혀 있던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이 열리고, 세포막 바깥 쪽에 더 많은 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막전위를 급속히 더 높인다(그림 3-2). 세포 안으로 들어온 나트륨 이온이 축삭을 따라 퍼져나가면서 옆에 위치한 세포막의 전위도 역치값 이상으로 상승시켜 그곳에서도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을 열게 한다.
그렇게 막전위가 상승하다가 일정 수준에 도착하면 또다른 전압 개폐성 이온 채널인 칼륨(K+) 채널이 열린다. 칼륨은 반대로 세포 밖보다 안쪽에 더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채널이 열리면 양전하를 띤 칼륨이 세포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막전위는 하강하게 된다(그림 3-3). 이후 막 바깥의 칼륨은 다시 세포 안으로 불러들이고 나트륨은 바깥으로 내보내는 나트륨-칼륨 펌프 단백질의 활동으로 휴지전위 상태가 복구된다(그림 3-4).
그림3. 전압 개폐성 이온 채널의 활동을 통한 활동전위의 생성과 소멸. 보라색 단백질이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 초록색 단백질이 전압 개폐성 칼륨 채널이다. 각각 양이온인 나트륨과 칼륨 이온을 세포막과 세포 바깥으로 이동하게 하여 막전위를 상승시키고 하강시킨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런데 놀랍게도 활동전위 조절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이러한 전압 개폐성 이온 채널이 동물을 넘어 진핵 미생물인 깃편모충의 유전체 DNA 속에도 존재한다는 논문이 2011년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진에 의해 [PNAS]에 발표된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은 활동전위를 발생시켜 축삭을 따라 먼 거리로 전기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채널은 활동전위를 생성하는 다양한 좌우대칭 동물과 해파리와 같은 자포동물에서도 발견되는데, 논문 발표 이전에는 당연히 신경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이 채널 유전자가 신경계의 진화와 함께 출현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었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의 기원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 기원설이었다.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은 이미 단세포 진핵생물에 존재하며, 세포 내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칼슘 이온(Ca2+)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서도 세포 내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신호로 기능한다.
따라서 활동전위를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을 통해 발생시키게 되면, 세포 내에 급격하게 칼슘 이온 농도가 변하면서 전기 신호 전달 외에 다른 반응들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나트륨은 칼슘처럼 널리 활용되는 신호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나트륨을 이용하여 활동전위를 만들면 상대적으로 세포 신호 전달이나 생리를 건드리지 않고 전기 신호 전달만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경계를 통한 전기 신호 전달에 특화된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이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논문의 저자들은 다양한 동물들의 유전체 DNA를 들여다보았다. 여기에 더해 동물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깃편모충 중 한 종(Monosiga brevicollis)의 유전체도 함께 비교 분석하였다.
그런데 여러 동물의 유전체뿐만 아니라 깃편모충의 유전체에서도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뿐만 아니라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까지 발견되었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이 동물 신경계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혁신이라고 추정했던 예측을 빗나가는 발견이었다.
반면 동물과 깃편모충 모두와 상당히 가까운 친척인 곰팡이와 효모에게선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만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칼슘 채널이 곰팡이의 칼슘 채널보다는 깃편모충의 나트륨 채널과 더 가까운 친척임이 밝혀졌다.
모든 계통 분석 결과를 종합하자마면, 곰팡이와 동물/깃편모충(choanozoa)의 계통이 분기되고 나서, 동물과 깃편모충의 계통이 갈라지기 전에 칼슘 채널에서 나트륨 채널이 분화했음을 뜻한다(그림 4). 나트륨 채널이 칼슘 채널로부터 진화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였지만, 그 시기는 예측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것이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은 신경계의 활동전위라는 것이 진화하기 한참 전에 이미 출현해 있었다.
이처럼 동물의 신경계에서 활동전위를 생성시키는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이 단세포 생활사를 지닌 진핵 미생물인 깃편모충에서 발견된 것은, 신경계 진화에 대한 기존 시나리오를 완전히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깃편모충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깃편모충은 왜 뉴런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까? 그 유전자는 깃편모충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혹시 다른 뉴런 유전자들도 깃편모충에 들어있을까? (다음 연재에서 이어짐.)
그림4. 곰팡이와 깃편모충, 동물들의 전압 개폐성 칼슘 및 나트륨 이온 채널 유전자의 계통도. 출처: Liebeskind, Hillis and Zakon, PNAS (2011)
박스 1. 칼슘 채널에서 나트륨 채널로의 분화 그런데 DNA 염기서열만을 가지고 어떻게 칼슘 채널인지 나트륨 채널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두 채널의 가장 큰 차이는 말 그대로 통과하는 이온이 칼슘인지 나트륨인지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지닌 단백질임에도 이처럼 이온 투과성이 다른 이유는 통로의 화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단백질이 그러하듯, 이온 채널의 구조와 기능은 아미노산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의 경우 양이온이 통과해야 하는 구멍에는 음전하를 띤 산성 아미노산인 아스파르트산(D)이나 글루탐산(E)이 반복되는 서열(주로 E/E/E/E 혹은 E/E/D/D)이 발견된다. 반면 인간의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에선 라이신(K)과 알라닌(A)이 이어진 D/E/K/A 서열이 발견된다. 즉, 이온 채널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 들여다 보아도, 어떤 이온에 대한 투과성을 지닐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깃편모충과 기저동물들(유즐동물, 판형동물)의 나트륨 채널에서는 D/E/E/A의 서열이 발견되었다. 좌우대칭동물의 자매군에 속한 해파리에서는 라이신과 알라닌의 순서가 바뀐 D/K/E/A 서열도 확인되었다. 이는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 서열의 원시적인 형태가 D/E/E/A이며, 해파리와 인간 등에서는 글루탐산 하나가 라이신으로 바뀌는 변화가 독립적으로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화는 칼슘 채널에서 나트륨 채널로의 변신과 관련이 깊다. 칼슘 투과성의 핵심 아미노산 서열 중 절반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으며, 실제로 D/E/E/A 서열은 D/K/E/A 서열보다 나트륨 이온에 대한 특이적 투과성이 낮고 칼슘 이온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
참고문헌
Liebeskind, Benjamin J., David M. Hillis, and Harold H. Zakon. 2011. “Evolution of Sodium Channels Predates the Origin of Nervous Systems in Animal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 (22): 9154–59.
6
독자님의 정보를 입력해주세요.
* 는 필수항목입니다
첨부파일은 최대 3개까지 가능하며, 전체 용량은 10MB 이하까지 업로드 가능합니다. 첨부파일 이름은 특수기호(?!,.&^~)를 제외해주세요.(첨부 가능 확장자 jpg,jpeg,png,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