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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 우주탐사 연구 분야에 관하여

2024년 7월 통권 226호

지금도 지구상공 고도 약 400km의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는 우주인들이 머무르며 우주정거장을 운영하고, 다양한 분야의 과학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도 2008년 4월 10일부터 약 열흘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르며 21가지의 과학실험을 수행하고 귀환한 바 있다.

1961년 4월 12일, 유리 가가린(Yuri A. Gagarin)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을 한 이후, 현재까지 인류는 다양한 형태의 우주공간 체류 및 달 착륙/체류를 시도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해 온 기술이 바로 유인 우주탐사 기술이며, 그중에 대표적인 기술이 인간의 의식주(衣食住) 문제와 결부되는 생명유지시스템 기술, 우주복, 우주식품 가공/제공 등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 물론, 인간이 우주로 나가는 데 필수적인 발사체와 우주선/탐사선 기술 분야는 무인 우주탐사와 공통으로 필요한 분야이므로 여기서는 제외하고 소개한다.)


생명유지시스템(공기관리시스템, 물관리시스템, 폐기물관리 시스템 등) 기술

생명유지시스템은 지구를 벗어난 ISS 및 심우주 탐사 분야에서 우주인에게 안전한 체류/거주 공간을 제공하며 향후 달 및 화성의 유인 탐사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핵심 시설이다. 우주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시스템들과 동일하게 하루 동안 호흡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 물, 음식 등을 섭취하고 신진대사 과정을 통해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로 공급한 후, 이산화탄소, 액체 및 고체 배설물 등으로 배출한다.


사진1. 인간이 하루 동안 공급 및 배출하는 신진대사 균형 (출처: NASA)


현재, 생명유지시스템을 사용하는 ISS의 경우, 생명유지시스템에 대한 최상위 요구 기술은 공기 관리, 물 관리, 폐기물 관리 등의 분야로 다음과 같다.

- 공기관리시스템: 우주인들이 ISS 모듈 내에서 안전하게 거주하고 생활할 수 있는 대기환경을 조성하며, 물을 전기분해 하여 산소를 생산.

- 물관리시스템: 우주인들이 ISS 생활에서 사용하고, 마실 수 있는 건강상으로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물 공급과 재활용.

- 폐기물관리시스템: 우주인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ISS 자원의 재활용(임무 비용 절감)을 위하여 폐기물에 대한 안정된 관리.


공기관리시스템 세부 기술로는 산소공급 장치, 온·습도 제어 장치, 공기순환 장치, 이산화탄소 제거장치,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산소 재생 장치, 미립자 등의 오염물질 제어 장치 등이 있다. 물관리시스템 기술로는 물 저장 장치, 미생물 제어 장치, 폐수 포집 및 안정화 장치, 우주인 소변 처리 장치, 습기 응축물 처리장치 등이 있다. 그리고 폐기물관리시스템 기술로는 신체 대사 노폐물 처리, 생활 쓰레기 처리, 폐기물 저장 장치 등이 해당된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생명유지시스템은 지구상에 있는 대기/공기, 물, 식량 등과 같은 자원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심우주 공간에서 활동하는 우주인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대기압, 산소량, 폐기물 관리, 물 공급 및 재활용뿐만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 화재의 감지/억제도 포함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심우주 탐사를 위해 물을 전기분해 하여 산소와 수소를 얻고, 여기서 발생한 수소를 호흡으로 생긴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물을 얻는 사바티어(Sabatier) 시스템을 개발하고, 달과 화성의 현지자원을 활용(ISRU)하여 물과 산소를 얻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생명유지시스템 기술 중에서 우선 인간의 호흡에 중요한 공기관리시스템 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2. ISS의 생명유지시스템(산소발생시스템(왼쪽), 물재활용시스템(오른쪽)) (출처: NASA)


사진3.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중인 공기관리시스템(산소발생/공기정화/이산화탄소제거장치)


우주인을 위한 작은 우주선 ‘우주복’

유인 우주탐사에 사용되는 우주복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우주선의 발사/귀환 시 우주선 내에서 착용함으로써 유사시 우주인을 보호하는 선내 우주복이며, 다른 하나는 우주 유영이나 달/화성과 같은 곳에서 선외활동(EVA; Extra-Vehicular Activity)을 할 때 입는 선외활동 우주복이다. 특히, 우리가 주로 우주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주유영이나 선외활동 시에 착용하는 선외활동 우주복을 이야기한다.

선외활동 우주복은 우주공간 또는 달/화성에 체류하는 동안 외부에 있는 위험으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는 모든 장비를 갖춘 인체 모양의 작은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인은 우주 방사선, 먼지, 잔해 및 극한 온도환경에 직면하게 되는데, 우주복은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제공하여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고 우주인에게 마실 물과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선외활동 시에 입는 우주복의 두 가지 주요 부분은 압력복과 생명유지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압력복은 신체를 보호하고 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으로 주요 구성 요소는 특수제작 냉각복, 상체, 하체, 장갑 및 헬멧, 통신장치 등이 있다.


사진4. 기본적인 선외 우주복 구조 (출처: NASA)


사진5. 해외 사례의 다양한 우주복 (출처: NASA)


인간의 에너지원 ‘우주 음식’ (가공 포장식의 우주 음식)

1961년 4월 12일, 옛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Yuri A. Gagarin)은 우주 비행에 나선 최초의 인간으로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알루미늄 튜브에 담긴 우주 음식(쇠고기와 간 페이스트)을 먹은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또한, 미국의 존 글렌(John H. Glenn)은 치약처럼 생긴 튜브에 담긴 사과 소스를 우주에서 먹은 최초의 미국 우주인이었다. 이렇듯 우주개발 초기 우주 음식 경험은 특별히 맛있지는 않더라도 인간이 마이크로중력(무중력) 우주 환경에서 부작용 없이 음식을 먹고 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ISS에서 장기 체류하는 우주인들에게 제공하기 어려운 음식이자, 우주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이다. 유통기한이 짧고 ISS에 식품 전용 냉장 시설이 부족해 ISS에서 희귀한 식품이 되었는데,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2013년 식물재배 장치에서 재배한 붉은 로메인(romaine) 상추를 먹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 이후 우주에서 신선한 채소 재배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NASA에서는 '채소재배시스템(VEGGIE)'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채소 중에서도 재배가 용이한 상추를 직접 키워 시식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앞으로 ISS에서뿐만 아니라 2030년대 장기간 유인 화성탐사(가는데 만도 최소 약 6개월 소요)에서도 직접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여 우주인들이 섭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VEGGIE는 LED 조명을 이용한 빛과 지상의 수경재배 장치와 유사한 수분을 머금은 영양분 공급 배지를 갖추고 있으며 온도와 식물성장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공급은 ISS 내부의 환경을 그대로 이용한다.

NASA 우주인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ISS를 방문한 국제 우주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모든 우주인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크게 늘어났다. 여러 국가의 우주비행 참가자의 단기 방문을 통해 ISS 메뉴에 말레이시아 사테이(Satay), 한국의 김치(Kimchee), 아랍에미리트의 마드로바(Madrooba), 살루나(Saloona), 발레리트(Balaleet) 등이 추가되었다. 

최근에는 ISS와 달을 넘어 화성과 같은 심우주 유인 탐사를 위해 지구상의 도시농업 식물재배 스마트 팜(smart farm) 시스템을 응용한 현지 자원활용 식물재배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장기간 우주탐사에서 고기 제공을 위한 동물의 근세포를 배양하여 음식으로 활용하는 배양육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사진6. ISS 우주식품과 식물재배 장치 (출처: NASA)


한국의 사례 (2008년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의 우주 음식)

2008년 한국우주인배출사업 당시 한국 우주식품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주관하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식품업체들이 2년여 동안 공동 연구를 통하여 총 10가지 품목을 개발하였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대상(주)과 볶은 김치, 고추장, 된장국을 개발하였고, (주)한국인삼공사와 홍삼차, 보성군과 녹차, (주)오뚜기와 즉석밥을 공동으로 개발하였다. 그리고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김치, 라면, 수정과를 기업들과 함께 개발하였고, ㈜이롬에서는 공동으로 생식바를 개발하였다.

한국 우주식품은 건조 방식과 방사선 조사 방식을 사용하여 개발되었다. 동결 건조 방식은 우주선 탑재 시 무게와 부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우주식품을 건조하거나 동결 후 건조하여 만든 후 취식 시 물을 부어 다시 재생시켜 먹는 방식이다. 이는 우주식품의 부피와 무게를 줄여 ISS로 운반시 보관과 운반의 편리성이 장점이다. 방사선 조사 방식은 우주식품의 유통기간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방사선을 이용하여 미생물을 멸균하여 저장성을 최대한 길게 한 방식인데, 이는 실제 지상에서 먹는 음식 형태와 같기 때문에 우주인들의 입맛을 증진시키는 장점이 있다.

당시 개발한 우주 식품의 인증평가는 미생물학적 성분평가부터 장기간의 저장성 평가까지 총 2단계에 걸쳐 약 100일간 진행되었다. 미생물학적 성분평가에서는 약 2주 동안 대장균, 곰팡이 균류, 세균류 등 다양한 미생물들을 분석하여 우주식품 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하였으며, 저장성 평가에서는 미생물학적 성분평가와 더불어 약 51일 동안 20°C, 25°C, 30°C, 35°C 등 다양한 온도변화에 대해 우주식품이 부패하지 않고 맛과 색깔 등이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지를 평가하여 전 과정을 무난히 통과하였다.


사진7.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을 통해 개발한 한국 우주식품 10종


우리의 향후 유인 우주탐사 분야 연구는?

태양계 유인 우주탐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의 활동 반경을 지구 근접 우주공간을 넘어 달과 화성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진행되었던 유인 아폴로 달 탐사 이후, 오랫동안 중단되었다가 현재 다시 재개되고 있는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과 2030년대 유인 화성 탐사까지 인간의 우주 진출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러한 유인 우주탐사에서 핵심적인 것은 발사체와 유인 우주선과 같은 하드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인간의 우주활동에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문제와 직결되는 다양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핵심적인 기술은 생명유지시스템, 우주복, 우주 음식 등의 기술개발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정부 주도의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을 통해 마이크로중력 우주 환경 활용 우주 실험과 유인 우주탐사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첫발을 내디뎠다. 아쉽게도 정부 차원의 후속 유인 탐사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못해 대규모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나, 항우연의 기본사업을 통해 선택과 집중, 우선순위 선정 추진이라는 전략으로 유인 우주 실험 기술을 소규모로 지속시켜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인 우주탐사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우리나라가 독자적 또는 국제협력을 통해 유인 우주탐사에 동참할 경우를 대비한 기반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의식주와 관련한 유인 우주개발 관련 기술은 우주뿐만 아니라 지상의 산업 활용, 해저와 극한 지역 환경 등에서도 유용성과 활용성이 클 것이다.


<참고자료>

- 이주희, 김연규, 이종원, ‘우주 주거시설 및 환경 기술개발’, Vol.36 No.04(2019-04), 설비/공조/냉동/위생(한국설비기술협회지), 2019

- 최기혁, 이주희, 김연규 외, ‘한국우주인배사업’ 보고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08

- https://www.nasa.gov/centers-and-facilities/johnson/spacewalk-spacesuit-basics/

- https://www.nasa.gov/gallery/advanced-space-suits/

- https://www.nasa.gov/history/space-station-20th-food-on-iss/

- https://www.nasa.gov/missions/station/veggie-will-expand-fresh-food-production-on-sp ace-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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