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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운 과학을 선물한다.

2024년 7월 통권 226호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과학미디어잖아요. 근데 왜 돈을 벌려고 해요?”, “동아사이언스는 동아일보가 돈을 대주는 거 아닌가요?”, “정부가 동아사이언스를 지원해주지 않나요?”


우리 사회에서 동아사이언스는 보물 같은 존재라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꼭 한번씩 듣는 말이다. 그때마다 ‘보물이 우아하게 살기 참 어렵네요’하고 싶지만 꾹 참고, 동아사이언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 모회사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웃으며 설명한다. 동아사이언스가 분사할 때 “과학으로 돈을 벌겠다고 하다니 무모하지만 응원한다”고 한 오피니언 리더의 말이 떠오른다. 매일 100만명의 구독자가 보는 뉴스를 선물하는 동아사이언스는 자산규모가 100억이 넘은 지 오래됐으며,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는 기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다.


미디어의 변화 맥락 속 진화하는 과학대중화


<동아사이언스가 그려온 과학문화의 여정>이란 크로스로드의 원고청탁을 받고 동아사이언스가 걸어온 지난 24년을 돌아봤다. 과학미디어이자 과학문화기업인 동아사이언스는 거시적인 미디어의 변화 맥락 속에서 과학대중화의 물결을 타며 진화하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레거시미디어는 우월한 지위에서 독점적 정보를 생산해 대중에게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때의 대중매체에는 공급자의 엘리트의식이 반영돼 있다. 전문가인 과학자들이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PUS: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맥락과 같다. 과학동아도 1986년 창간한 뒤 약 10여년간은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에 집중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면서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가속도가 붙었다. 2005년 유투브 등장, 2007년 아이폰 출시, 2010년이후 급성장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뉴미디어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도 바꿨다. 레거시미디어의 절대권력에 균열이 생겼으며 다양한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뉴스콘텐츠의 선택권은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했다.


전세계 레거시미디어의 대표주자인 뉴욕타임즈가 미디어의 위기를 가장 빠르게 느꼈을까? 2015년 10월 뉴욕타임즈는 <우리가 가야할 길: Our Path Forward>이란 보고서에서 서비스저널리즘을 중요한 축으로 내세웠다. 서비스저널리즘이란 표현은 독자를 까다로운 소비자로 본다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선언이었다. 과학대중화도 과학자가 이야기하는 과학의 중요성보다 대중들이 과학을 어떻게 인식(PAS: Public Awareness of Science)하고 과학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는지가 중요해졌다.


사진1. 어린이과학동아는 매년 10월 창간 기념으로 팬파티를 연다. 독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분장해 만화 작가들과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하며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이후 동아사이언스의 캐시카우였던 과학동아와 어린이과학동아의 정기구독자는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에 종이 잡지를 구독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왜 필요한지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독자들이 우리 미디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다. 특집에 등장한 연구자를 만나는 과학동아 카페, 온라인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즐기는 폴리매스, 어린이과학동아 팬파티, 어린이기자단, 시민과학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 등 독자와 과학자, 독자와 기자, 독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급기야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3년 서울 한복판 동아사이언스 옥상에 과학동아천문대를 설치했다. 정확히는 천문대를 만들기 위해 사옥을 이전했다. 과학동아천문대는 지난 10년간 14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에게 계절별 별자리와 목성, 토성과 같은 행성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독자가 미디어와 <연결>되는 것의 가치를 깨닫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2. 2013년 서울에 중심에서 별을 외차다!는 슬로건으로 만들어진 과학동아천문대. 서울 밤하늘에서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는 물론 금성, 토성, 목성도 관측할 수 있었다.


2024년 현재는 어떨까? 오늘날 미디어의 가장 큰 과제는 콘텐츠와 소비자의 연결(engagement),그리고 연결을 통한 참여다. 개성과 견해를 가진 독자들의 커뮤니티가 미디어와 연결될 때 콘텐츠의 소비와 확산은 물론 콘텐츠 비즈니스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과학문화 측면에서도 과학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내 삶과 과학기술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둘 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의사결정과 과학연구에 시민으로서 참여(PES: Public Engagement with Science) 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과학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가 한 예다.


사진3. 지난 4월 13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지구사랑탐사대 12기 발대식. 지구사랑탐사대는 가족 단위의 팀으로 구성되며 올해는 4천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연구자는 온라인교육과 현장교육으로 시민과학자들에게 탐사데이터 얻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원들은 탐사한 생물종들의 데이터(위치, 날씨, 사진, 소리 등)를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연구자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2012년 80명의 수원청개구리탐사대로 시작한 지구사랑탐사대는 올해는 4천명이 넘는 12기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탐사하는 생물종도 수원청개구리 1종에서 매미, 개미, 박쥐, 민물고기, 귀화식물 등 16종으로 늘었고, 연구자도 25명에 이른다. 누적 탐사 데이터 16만건, 참여한 시민과학자 23,500여명, 그리고 지구사랑탐사대 활동과 관련한 연구논문도 8편이나 된다.


지구사랑탐사대는 과학지식과 과학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탐사하면서 생긴 호기심을 따라가면서 질문하고, 생각하고, 자료를 찾고 토론을 할 뿐이다. 생명과 지구가 소중하다고도 가르치지 않는다. 대원들은 탐사를 하며 우리 주변의 작은 생명체에 조금씩 눈길을 주기 시작하고 마음길을 열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생명체의 터전인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1년 가까이 되는 긴 탐사활동 기간이지만 대원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초등학생이던 대원은 대학생이 돼 후배 대원들을 위해 리더단으로 활동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이 연계된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동아사이언스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1년에 두 번 신규입사자 교육을 할 때 필자가 꼭 묻는 질문이 있다. “동아사이언스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Mission)는 무엇일까요?”다. 이 질문을 보고 과학문화 또는 과학대중화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의 미션은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운 과학을 선물한다”이다. 과학문화와 과학대중화는 우리의 미션이 잘 수행되면 따라오는 결과라고 믿는다. 물론 우리의 미션은 결코 쉽지 않다. 시간도 정말 오래 걸리고, 동아사이언스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즐거운 과학을 만드는 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콘텐츠, 마케팅, 서비스개발 영역에서 진행하는 즐거운 과학을 위한 기획회의는 머리를 쥐어짜는 고통의 시간이다. 하지만 절대 난관은 <선물>에 있다.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돈과 시간을 지불할 수 있는 <선물>의 수준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존부등식 (Value>Price>Cost)이란 게 있다. 소비자인 고객은 제품의 가치가 가격보다 높다고 판단할 때만 지갑과 시간을 허락한다는 말이다. 소비자가 우리가 만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칭찬하면서도 무료로 원한다면, 그리고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의심한다.


사진4. 동아사이언스가 2019년부터 개최한 글로벌우주포럼인 코리아스페이스포럼은 뉴스페이스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 올해는 미래우주세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어린이 우주인을 선발해 NASA를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다


지난 5월 8일 동아사이언스의 과학지식 플랫폼 d라이브러리(https://dl.dongascience.com/dl)가 오픈했다. d라이브러리에는 4만건의 기사가 키워드, 교과연계, 진로 연계로 레이블링이 돼 있다. 과학동아, 수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 어린이수학동아 잡지를 e매거진으로 볼 수 있고, 만화와 연재물은 전자책으로 만날 수 있다. 종이잡지의 지평을 넓혀 이제는 모든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구독할 수 있다.


7월에는 과학동아 생성형AI서비스가 출시된다. 누적 구독자 290만명을 자랑하는 지난 40년간의 과학동아, 20년간의 어린이과학동아, 15년간의 수학동아 콘텐츠를 학습한 과학동아GPT는 질문에 답해주고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넘어 과학적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의미 있는 질문을 연결하며, 스스로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는 Learning by Doing 서비스로 선보일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연결된 것은 콘텐츠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기사를 작성하던 독자들은 <어린이 과학기자 스쿨>에서 만나 다양한 과학을 취재하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전달하는 방법을 배운다. 지구사랑탐사대 활동을 하며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던 대원들은 일본 야쿠시마에서 열리는 바다거북의 산란을 관찰하고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가슴벅차한다.


동아사이언스가 그리는 과학문화의 여정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즐거운 경험과 활동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미래세대, 시민, 소비자, 고객! 이들이 만들어가는 멋진 성장스토리가 많아질수록 과학문화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과학문화에서 문화(culture)라는 단어는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cultus)에서 유래했다. 씨를뿌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듯이 과학문화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학문화는 결과가 아닌 여정이다.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출시된 이후 우리의 삶과 사회는 거대한 생성형AI시대의 물결에 출렁이고 있다.  AI시대 패러다임에서 즐거운 과학을 선물하는 과제는 우리에게 또다른 도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운 과학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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