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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지국(地國)은 땅 밑에 있다. 그 이름이 의미하는바 그대로. 유사 이래로 - 어쩌면 유사 이전에서부터, 인간은 언제나 땅을 내려다보며 기도를 드렸다. 땅속도 하늘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도, 사람들은 지국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느냐는 얼굴로 땅을 가리킨다. 지국은 어느 시대에든 땅 밑에 있었다. 천옥(天獄)이 어느 시대에든 하늘에 있었던 것처럼.모든 태어나는 이들은 땅에서 태어난다. 모든 살아가는 이들은 땅에서 살아간다. 모든 죽은 이들도 땅으로 돌아간다. 땅은 삶의 근원이며 터전이며 종착역이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땅에서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도록 깊은 지하실에서 해산을 하고, 죽은 자를 보내는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지국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무덤을 깊게 판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가끔씩 지하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토굴 속으로 들어가 깊고 어두운 땅속을 몇 시간이나 바라보다가 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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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
화학적(chemical)이기보다는 분자적(molecular)이고 싶다이 글에서는 복합학문시대에서 화학의 역할, 특히 바이오와 나노 융합 분야에서 화학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화학자들은 화학을 중심과학(central science)라 부르길 좋아한다. 다른 어떤 과학 분야들에 비해 인접한 여러 과학들과 가장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또한 그 중심에 있는 가장 중요한 학문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화학은 여러 학문 분야(discipline), 특히 물리학과 생물학 사이에 끼어 있는(inter-) 본질적으로 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학문이다. 그래서 인접 학문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학제적인 접근방식이 계속 중요해짐에 따라 화학의 중요성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날로 증가하는 중요성에 정비례해서 화학은 점점 더 초라해지고 무의미해(irrelevant) 보이기까지 한다. 물리학자들은 자연의 본
김병문
"담배에는 나프탈렌, 살충제, 시신방부제 등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아침 8시 30분경 모 라디오 방송사에서 내보내었던 보건복지부 금연광고 문구의 일부다. 이 말만 들어보면 담배는 수많은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하다는 생각들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모든 화학물질은 건강에 유해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까지 한다. 일부 화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물의 사용을 고집한다. 한때 남미의 어느 나라 공항에서는 그 나라에 반입할 수 없는 물품들 중에 '화학물질'이라는 말을 써 놓아 아무도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경우도 있다. '유해화학물질'과 '화학물질' 사이에 구별이 필요함에도 모든 화학물질은 유해하다는 잘못된 생각이 표현된 경우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따지고 보면 몸은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등 몇 가지의 기본 원소들과 몇 개의 금속
홍승우
정재승
2006년 '화학의 해'를 맞아 이번 호 특집은 "화학의 미래"를 다루기로 했다. 나노과학이 주목받고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각광받고 있는 오늘날에도 화학은 물리학과 함께 중요한 기초과학 분야로 자리하고 있으며, 거대해지고 있는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화학자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인 '실험실 과학' 이미지에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화학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나노과학과 손잡고 바이오산업과 결합하면서 학문간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화학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화학의 비전을 짚어줄 두 연구자에게 글을 청탁했다. 흔쾌히 글을 보내주신 김동섭 교수님과 김병문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두 분 모두 새롭게 변해야하는 화학의 미래를 위해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셨다. 크로스로드에서 화학의 미래를 미리 맛보시길 추천한다.
장대익
1. 생명, 경쟁과 협동의 대서사시땅다람쥐(ground squirrel) 한 마리가 뒷발로 곧추 선 상태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치타가 자기 쪽으로 달려오는데도 그는 도망갈 태세가 아니다. 되레 소리를 지른다. 지레 겁먹은 비명이 아니라 뭔가를 알리는 신호다. 그 소리에 주변의 동료 다람쥐들은 재빠르게 굴속으로 숨어버린다. 하지만 그는 오늘 치타의 맛있는 저녁식사가 됐다. 이 얼마나 숭고한 희생인가!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것은 참으로 바보 같은 행동이다. '도대체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다윈(C. R. Darwin)을 곤경에 빠뜨린 질문이었다. "피로 물든 이빨과 발톱"이라는 말로 요약된 경쟁의 빈도만큼은 아닐지라도 자연계에 꽤나 널려 있는 생명의 협동 현상은 하나의 지적인 수수께끼였다. 예컨대 사향소나 어치 등은 천적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여 집합체를 이룬다. 많은 육식 동물(가령, 늑대,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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