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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일년에 두 번 정도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가한다. 학회가 열리는 장소들은 일반적으로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나 대표적인 휴양지가 많다. 특히 대도시에서 열리는 경우 고급호텔에서 열린다. 사실 학회가 아니면 그런 호텔에 개인적으로 묵을 기회는 없다. 어떤 학회는 스키장에서 열리는데, 스키에 열중하다 보면 학회에 소홀해 지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회에 참석했던 곳곳이 즐거운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다. 수 많은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학회를 꼽으라면 바로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초전도 학회였다. 당시 나는 쯔구바 대학 물질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초전도체의 마이크로파 특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연구소 초청으로 3개월간 우크라이나에서 온 스비스타노프 박사가 있었다. 건장한 체구에 느린 말투로 나에게 뭔가 물어볼 때면 아침이건 저녁이건 항상 술 냄새가 풍기곤 했다. 그는 초전도체 접합에서 마이크로파를 최초로 관측한 학자 중 한 명이었고 초전도체 터널 효과
이강영
다락방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가난하고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모습과 사랑을 그린 푸치니의 네 번째 오페라 라 보엠의 1막에 시인 로돌포와 옆방의 수놓는 처녀 미미가 만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초에 불을 붙이러 로돌포의 방에 온 미미는 폐가 좋지 못해서 심한 기침을 하는데 그러다가 열쇠를 떨어뜨린다. 때마침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미미의 촛불마저 꺼지자, 로돌포도 자신의 촛불을 살며시 불어 끄고 함께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는다. 열쇠를 찾던 두 사람의 손이 맞닿을 때, 로돌포가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이다. 그대의 조그만 손이 왜 이리도 차가운가요. 내가 따뜻하게 녹여 줄께요. 차가운 미미의 손에 따뜻한 로돌포의 손이 닿으면 차츰 로돌포의 손은 차가와지고 미미의 손이 따뜻해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현상을 흔히 ‘열이 로돌포의 손에서 미미의 손으로 이동했다’ 고 부른다. (‘냉기가 미미의 손에서 로돌포의 손으로 이동했다
정희자
지금이 인생의 두 번째 위기라고 P는 생각했다. 첫 번째 위기는 군대에 끌려가던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 적은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에 그나마 가장 면제 사유에 가까운 체중 불리기에 도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표준체중이 늘어나고 안경을 쓰는 게 일반화된 추세에 따라 면제 기준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부재(不在)로부터 열흘 이상이 지났다. 시계를 전혀 보지 않던 P도 사흘이 지났을 때부터 컴퓨터를 통해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가 사는 공간, 감각이 닿는 영역 전체인 너비 약 6㎡, 높이 3m 짜리 지하실 안에는 달력도 시계도 휴대전화도 없다. 시간을 확인할 수단으론 컴퓨터의 OS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시계가 유일했으나 그나마도 평소엔 볼 일이 없다. P에게 있어 시간의 흐름은 무의미했으니까. 지하실의 낮과 밤은 불을 켜고 끔에 따라 정해지고, 기상과 취침은 전혀 일정하지 않은 생체 리듬에 따라 불규칙하게 이루어졌다. 이 작은 세계에서 하루의 시작과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2년 2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정준호의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4만 2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 저자 및 역자: 정준호 저 * 출판사: 후마니타스 * ISBN(13): 9788964371367 기생자의 관점에서 생명의 역사와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윌리엄 해밀턴 이래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국내는 ‘기생충학’이 기피 분야로 남아 있다. 기생충학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기생충이 여전히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경험한 저자는 기생충과 우리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기생
바람돌이
뱃 속에 벌레가 들어있는 느낌이 유쾌할리 없다. 익히 알고 있는 촌충, 회충 같은 스타급(?) 존재들을 잠시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 몸에서 꼬물거릴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이 책은 그들의 사연을 들을 기회를 주고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자. 일단 기생충이 문자 그대로 벌레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원생동물, 바이러스 같은 것들도 포함한다. 어쨌거나 내 몸 안의 영양분을 앗는 그들이 유익한 존재일리가 없다. 그러나 종(種) 차원에서 이는 진화를 위한 압력으로 존재한다. 이를 '붉은 여왕의 달리기'라고 표현한다. 현재 위치에 머무르려고만 해도 뛰어야 한다. 지금 위치를 앞서려면 두 배는 힘써야 한다. 특이한 생활사를 가진 기생충도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하나만 들어보자. 사막에서 사는 두꺼비가 있다. 그들의 방광에는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생충들이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두꺼비는 서로 만나 짝짓기를 한다. 그 틈에 기생충은 산란하고, 그
김경옥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9일(금), 무은재 기념관 5층에서 2011 아태이론물리센터 네트워크의 밤이 개최되었다.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지난 2011년 한해 동안 개최되었던 여러 학술활동, 국제협력 아태과학자네트워크구축 사업의 성과를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자리이자 그 동안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여러 사업을 위해 도움을 주신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모시고 감사와 격려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약속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행사에는 센터와 크로스로드 관계자와 센터 보직 교수와 물리학과 교수뿐만이 아니라 센터와 관련된 여러 인사들도 함께 참석하였다. 또한 네트워크 밤에서 치뤄지는 행사 중 하나인 ‘올해의 과학도서’ 시상식과 관련하여 ‘올해의 과학도서’ 선정위원과 선정도서 출판사 관계자도 자리를 같이 하였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간단한 다과를 즐기고 있는 동안 오후 5시가 되자 김상욱 과학문화위원의 안내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뒤이어 김승환 사무총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과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되었거나 과학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책 대 책>. 그 네 번째 대담회가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와 사이언스북스, 채널예스 공동 기획․주관으로 지난 1월 17일(화) 저녁 7시 비룡소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대담회에서는 그가 직접 쓴 과학 소설인 『콘택트』와 논픽션 작가 윌리엄 파운드스톤이 쓴 전기 『칼 세이건』을 통해 칼 세이건이란 인물을 탐구해 보았습니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6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본 과학 다큐멘터리의 제작자이면서 또한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과학 대중서의 저자라는 불멸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칼 세이건이지만, ‘이미지와 행운에 기반한 공명심에 빠진 뻔뻔한 사람이자 부랑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모순적인 요소 뒤에 감추어진 진정한 그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2010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 Book Battle 소개 한 권의 책을 내용 중심으로 소개하던 일반적인 서평 쓰기에서 벗어나 물리학의 역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했거나 물리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들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이론 대 현실(혹은 상상),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분석하는 코너입니다. ▣ ‘시간 여행자의 아내’ 대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과거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미래로 미리 가볼 수 있다면…” 과거나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자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현재에서 이루지 못하는 소망을 실현하는 해법으로 활용되곤 한다.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니페네게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평범한 시간의 삶을 살아가는 클레어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헨리의 비극적이면서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뛰어난 물리학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고트 교수는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여행'에서 첨단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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