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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
르네상스 절정기에 이탈리아 우르비노 공작 구이도발도 다 몬테펠트로의 외교관이었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 백작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시절을 보낸 곳이면서 당대의 이탈리아에서 가장 세련된 곳이던 우르비노 궁정을 그리워하며 “궁정인의 책 (Il Cortegiano, The book of the courtier)”를 썼다. 이 책에서 묘사한 이상적인 르네상스 인본주의자의 모습은 이후 오랜 동안 서양의 세련된 신사의 이상형이 되었다. 카스틸리오네는 궁정인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은 우아함이며, 우아함이란 모든 일에서 스프레차투라 (sprezzatura)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스프레차투라라는 말을 카스틸리오네는 “의도적인 행동이란 티가 나지 않게 해서, 말과 행위 모두를 전혀 수고하지 않고 하는 것처럼, 미처 생각지도 않고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어려운 일을 전혀 힘을 안 들이는 것처럼 쉽게 하면서도 세심하고 뛰어나게 해낸다는 말이다. 그러니
라퓨탄
찰싹, 찰싹, 찰싹. 아기는 울지 않았다. 간호사가 다시 아기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래도 울지 않았다. 이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나? 간호사는 가느다란 관을 아기의 입 안으로 밀어 넣고, 기도와 식도에 찬 이물질을 다시 한 번 제거했다. 그리고 다시 때렸다. 역시 울지 않았다. 간호사는 혹 어디가 잘못된 건 아닌지 살폈다. 잔뜩 찡그린 얼굴은 시뻘갰다.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자연분만으로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은 늘 그랬다. “선생님, 아기가 울지 않아요.” “양수 제거 제대로 한 거야?” 둘째를 받느라 정신 없던 의사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네, 두 번이나요.” “뒤집어서 더 때려봐!” 찰싹, 찰싹, 찰싹. 아기가 눈을 부릅뜨고 간호사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간호사는 아기를 울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기의 부릅뜬 눈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불안했다. 대체 어디가 잘못된 걸까? 다시 아기의 엉덩이를 때렸다. 이번엔 손끝에 제법 힘이 들어갔다. 찰싹, 찰싹. 그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1년 3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존 엠슬리의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4만 2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1, 2 * 저자 및 역자 : 존 엠슬리 저 | 김명남 역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ISBN(13) : 9788983712417 수소, 헬륨, 탄소, 질소, 산소처럼 우리에게는 친근한 원소가 아닌 낯선 원소를 대중들에게 어떻게 소개할까? 영국의 화학자 존 엠슬리는 주기율표에서 독살에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다섯 가지 살인 원소(수은, 비소, 안티몬, 납, 탈륨)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미세한 독약 한 방울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보여 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박상준
미국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박물관(Abraham Lincoln Presidential Museum)을 둘러보고 나왔을 때, 나는 링컨이 한층 좋아졌고 미국에 대해 잠시나마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링컨이 세계사적인 인물이라는 점이야 누가 모를까마는 박물관을 순례하고 나면 그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한층 두터워지게 된다. 온갖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인류 보편을 위한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고심한 것이 뚜렷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의 고심이 얼마나 심했을지는 갈수록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저격당하기 전 4~5년간의 사진들에서 잘 확인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사진들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그의 굳은 내면을 잘 드러내고도 있다. 노예해방을 둘러싼 복잡하고도 극렬한 정치상황 속에서 반대자들의 발호에 맞서 하나의 발전된 미국을 세우고자 했던 그의 지향이 미국에 한정되지 않는 인류 전체의 꿈이었음을 믿게 하는 신념의 아우라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이다. 링컨 박물관이 미국에 대한 나의
김찬주
물리학을 하다 보면 종종 소위 ‘재야과학자’들과 접촉하게 된다. 이들은 주류 과학이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며 무의미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이들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하고 이에 반하는 것은 모두 배척한다. 처음에는 대개 자신의 이론을 지지해줄 주류 과학자들을 찾아다니지만 보통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러면 이들은 자신의 이론이 너무 획기적이어서 판에 박힌 생각밖에 못하는 기존 학자들이 이해를 못하거나 밥그릇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독자적인 투쟁에 나선다. 처음 만났던 재야과학자는 대학원생 시절에 연구실에 찾아온 영구기관 연구자였다. 아마도 처음에는 교수님 연구실을 두드렸겠지만 쫓겨나서 학생들 방에 온 것이었으리라. 펌프 기술자였는데 펌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영구기관에 빠진 사람이었다. 그 사람에겐 일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꽤 오랫동안 얘기를 들어주고 문제
금태섭
책상 위에 놓인 두 권의 책을 보니 웃음이 난다. 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The road to reality)>. 1, 2권 합쳐서 1,7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이틀 후 있을 재판에 제출할 증인신문사항 작성도 밀려있는데 물리학 책을 보려고 하다니. 물론 <실체에 이르는 길>은 전공서적이 아니다. 물리학과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가 아니고 ‘수식을 볼 때마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독자들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입문서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과생이 과학서를 읽는 것이 어디 쉬운가. 펜로즈는 서문에서 가능한 한 ‘수학자 티’를 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아마존 서평에는 지구상에서 이 책 전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다 모이면 택시 한 대를 타고 저자의 강의를 들으러 갈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물리를 배우지 않은 내가 읽기에 벅찬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이런 책을 읽게 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론물리학센터에서 발행하는 웹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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