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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아리에스에 따르면 죽음을 추하고 수치스럽고 금기시된 대상으로 생각하고 기피하는 현대의 죽음관은 오히려 인간의 역사에서 예외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죽음은 늘 가까이 있고, 인생에서 정말 드물게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일이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가장 친밀한 사건이었다. 고대의 죽음은 종(種)의 집단적 운명에 대한 익숙한 체념이었고, 중세 이후 개인이 발견되고 해방됨에 따라 죽음은 인간이 자신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장소였다. 죽음은 살아있는 존재에게 가장 커다란 사건이지만, 죽음 이후에도 물론 시간은 계속 가고 세계도 멈추지 않는다. 유족들은 장례를 위한 필요한 절차를 밟으며, 유산과 뒷일을 이야기한다. 죽음 자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인간은 또한 사회 속에서 정의되는 존재이므로 대부분의 죽음은 여러 사람에게 크건 작건 영향을 미친다. 죽은 이의 주변 사람들은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용서하거나, 사죄하거나, 마음의 짐을 내려놓거나, 새
이재만
오후 업무가 시작되기 전 임시로 소집된 업무 회의에서 조 성화 부장은 문화부로부터 근로 환경을 조사하는 조사관이 파견되었음을 공지 하였다. 연방정부에서 의례적으로 실시하는 현장 실사이니 만큼 큰 부담을 갖지 말라는 그녀의 말을 그다지 신뢰하는 직원은 없어 보였다. 도서관 구석구석을 활보하고 다녀도 되는 자격은 얻었지만 직원들의 시선으로부터는 자유스럽지 못했다. 고작해야 종합대출실 한쪽에서 윤지수를 노려봐도 되는 위치를 얻은 셈이다. 나는 스크롤을 펼쳐들고 의미 없는 문서들을 펼쳐 놓은 다음 대출실안을 두리번거리거나 윤지수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눈으로 쫒았다. 지수는 간혹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 마다 짓궂은 표정을 짓거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사서의 업무를 가까이서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알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았지만 그녀는 요란하지 않은 쾌활한 몸짓으로 주변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지수가 반납된 도서를 모은 카트를 밀며 서가 사이를 누비는 사이에 스크롤
김경옥
2010년 12월 10일, 아태이론물리센터 포항본부에서는 Asia Pacific Network Evening이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2010년 센터의 학술활동, 국제협력 아태과학자네트워크구축 사업의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인 동시에 한 해 동안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여러 사업을 위해 도움을 주신 분들을 모시고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약속하는 만남의 장으로 아태이론물리센터에서 마련한 행사다. 행사에는 센터 관련 여러 도움을 준 정부 기관의 인사들을 비롯하여 센터의 이사 및 평의원들이 일부 참석하였으며, 센터에서 발행하는 웹 저널 크로스로드 관계자, 센터의 연구원들과 직원 등 각계각층에서 여러분들이 참석하였다. 행사장은 넓지는 않았지만 아늑한 공간이었고, 참석자들로 가득 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010 Asia Pacific Network Evening의 막이 올랐다. 사회는 KAIST의 정하웅 교수가 맡았으며, 아태이론물리센터 피터 풀데 소장의 개회사로
오승재
노벨상과 필즈상노벨상. 스웨덴의 화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복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노벨상은 과학은 물론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이나 문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의 작가에게도 수여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인정받는 상이다. 하지만 노벨상보다 받기 어려운데도 일반인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상이 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이 바로 그것이다. 필즈상은 노벨상과는 달리 4년마다 수상자가 정해지고, 그 때마다 수상 장소가 바뀐다. 또한 가장 큰 차이점은, 40세가 되기 전에만 수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벨상의 평균 수상 연령이 60대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로 받기 어려운 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가능성’을 주목하는 필즈상의 올해 수상자 중에서, 베트남 출신의 수학자가 선정되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올해 인도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응오 바오차우 교수(Bao Chau Ngo, 베트남
김상욱
칠흑같이 어두운 밤, 경찰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취한 사람이 가로등 아래에서 비틀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찰: 무얼 찾으시죠? 도와 드릴까요? 취객: 떨어뜨린 지갑을 찾고 있소. 경찰: 어디에서 흘렸는지 기억나시나요? 취객: (멀리 어두운 쪽을 가리키며) 저기 하수구 근처인 듯한데. 경찰: 아니 그럼 그 쪽으로 가셔야지, 왜 이 가로등 아래서 지갑을 찾고 있는 겁니까? 취객: 저기는 어둡지만, 여기는 가로등이 있어 밝지 않소. 최근 세계 과학계가 더 분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진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을 얻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는 밝은 가로등이 비추고 있는 지역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중요한 문제는 저 어두운 하수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가로등 밑을 떠나지 않는다. 매년 연구 성과를 내야하고, 교수가 되거나 인정받으려면 유명저널에 논문을 실어야하는 상황에서 어둠
이강환
최근 들어 UFO가 부쩍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UFO는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말하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UFO라고 하면 외계생명체를 떠올린다. 실제 미국인들의 약 40%가 UFO를 외계생명체가 타고 있는 비행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1898년 H. G. 웰즈(Herbert George Wells)가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발표한 이래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은 SF 소설과 영화의 가장 인기 있는 소재가 되었다. ‘우주전쟁’에서의 외계생명체는 화성에서 왔다. 지구인보다 우수한 무기를 가진 화성인들에게 지구는 철저하게 파괴되지만 화성인들은 지구의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전멸하고 만다.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탐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리고 지구의 박테리아를 미리 대비 하지 못한 수준의 생명체라면 우리가 맞서 싸워볼 만도 하다고 할 수
이정은
1. 미래를 선취하고자 하는 인간 욕구 - 역사 철학적 착상으로 사람들은 아직 펼쳐지지 않은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 하고, 마치 과거처럼 미래도 분명하게 규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래는 유한한 인간의 파악 능력을 넘어선다. 과거, 현재, 미래가 연속적이라고 해도 그리고 유기적 연관성을 지닌다고 해도, 미래는 인간에게 현재의 경계 밖에 있으며, 시간적 한계를 지니는 미지의 세계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으며, 궁금하게 여겨지는 미래가 현재로 도래할 때만 파악 가능하다.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어도,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어쩌면 자신의 미래가 불행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미리 알아내어 불행에 대비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래는 현재로 도래할 때만 알 수 있는 것이라서, 미리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비
노벨상과 필즈상 노벨상. 스웨덴의 화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복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노벨상은 과학은 물론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이나 문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의 작가에게도 수여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인정받는 상이다. 하지만 노벨상보다 받기 어려운데도 일반인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상이 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이 바로 그것이다. 필즈상은 노벨상과는 달리 4년마다 수상자가 정해지고, 그 때마다 수상 장소가 바뀐다. 또한 가장 큰 차이점은, 40세가 되기 전에만 수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벨상의 평균 수상 연령이 60대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로 받기 어려운 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가능성’을 주목하는 필즈상의 올해 수상자 중에서, 베트남 출신의 수학자가 선정되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올해 인도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응오 바오차우 교수(Bao Chau Ngo, 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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