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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환
1. 형광등을 켜 놓은 채로 깜빡 잠이 들었던 나는 허기를 느끼고 잠에서 깼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등허리가 허전했다. 이상한 예감에 주위를 둘러보니 평소와 시야가 확연히 달랐다.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아니, 실제로 나는 허공에 떠서 내 자신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옷도 벗지 못하고 침대 위에 웅크려 잠이 든 내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유체이탈인가? 두려우면서도 신기한 마음에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무심코 벽에 걸린 거울을 봤을 때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비명을 질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거울에 가까이 다가가 내 모습을 살폈다. 나는 거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아져 있었다. 등에는 날개가 돋아났으며 여섯 개의 다리는 실처럼 가늘었고, 주둥이가 뾰족한 것이 흡사 모기를 연상시켰다. 그렇다. 나는 그 순간 모기가 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현실감이 넘치는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달리 어떤 가능성을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1년 1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4만 2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저자 및 역자 : 칼 세이건 저 | 박중서 역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ISBN(13) : 9788983712431 칼 세이건. 저자 이름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의 하나다. 이 책은 1985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자연신학에 대한 기퍼드 강연을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다. 이 강연을 거쳐 간 연사들의 이름을 몇 사람 나열해보면 강연의 권위를 느낄 수 있으리라.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닐스 보어,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알베르트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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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지난 10월 22일, 포항시청 문화동 대잠홀에서 ‘Science in city hall Ⅴ’행사가 열렸다. Science in city hall은 일반인과 학생들의 과학적 마인드 함양과 지역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년 2회 개최된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해양’으로, 일반인이 평소에 직접 접해보지 못하는 바다속 생물에 대한 강연과 영화 <오션스> 상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과학의 눈으로 바다를 본다?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주제이니만큼 흥미로운 행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지 ‘Science in City Hall’ 행사에 참석하는 대상이 주로 어린 학생들인데도 불구하고 해양에 흥미가 있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먼저 Science in City Hall의 취지를 알리는 아태이론물리센터 국형태 과학문화위원장의 개회사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김웅서 박사의 심해(深海) 탐사 지구 표면의 70
이재원
지구나 우리 몸 같은 물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는 시대와 지역, 세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2005년 사이언스지는 21세기과학이 풀어야 할 25가지 난제를 선정하였는데, 첫 번째가 “우주는 무엇으로 이뤄졌는가?”였다. 최신 우주관측에 따르면 현재 우리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에너지 73%, 암흑물질 23% 그리고 보통 물질 4%로 이뤄져 있다. 우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일반물질의 근본을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이라면 물질의 근본을 아마 원자라 대답할 것이고 과학에 관심있는 중고생이라면 양성자나 전자를 떠올릴 것이다. 물리학과 학부생이라면 쿼크와 렙톤이라 답할 것 같고, 대학원생이라면 양자장을 언급할 것이고, 일부 물리학자는 초끈이라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만물이 어떤 작은 근본적인 요소들로 되어 있고 그 근본요소의 발현에 따라 다양한 입자들
김기식 / 노재우
‘정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쓰는 말이지만, 정보에 대한 보편적이고 명확한 정의는 아직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추상적인 정보는 보통 물리적 실체를 통하여 물리적 정보로 저장되고, 처리되며, 전송된다. 방송국에서 시청자 집으로 TV 프로그램이 전달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의 내용은 전자기파동이라는 물리적 실체에 암호화되어 실린다. 다시 전자기파동은 공기 중을 전파하여 TV 안테나에 검출되어 다시 풀어 헤쳐져 스크린에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정보는 전자기파동이라는 물리적 실체에 물리적 정보로 변환된다. 전자기파동은 그 상태나 전파 방식이 물리적으로 잘 기술되고, 따라서 전자기파동이 갖는 정보는 물리적으로 잘 정의될 수 있다. 물리적 정보는 그 사물 또는 실체의 상태가 갖는 내용으로 정의할 수 있고, 따라서 물체의 상태를 완벽하게 기술하면 그 물체에 대한 완벽한 물리적 정보를 얻는다. 물체의 상태를 기술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 고전물리
전중환
칼 마르크스는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우리의 진화적 조상들이 원시 공산사회를 이루며 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일하고, 얻은 먹거리를 모두 공평하게 나누며, 계급과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소규모 공동체 사회가 인류 역사 발전의 첫 단계라고 보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마르크스는 역사 발전의 최종단계로서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가 다시 도래하리라 내다봤다. 무엇을 얻기 위한 노동인지, 과실을 함께 나눌 상대가 누구인지 등의 구체적인 맥락과 상관 없이, 인간의 마음은 어쨌든 함께 일하고 성과물을 공평하게 나누게 있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타당할까? 그렇지 않다면, 수백만 년에 걸친 수렵-채집 생활은 우리의 마음이 복지와 분배 문제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끔 설계했을까? 자원을 공유하는 심리 – 노력이냐, 운이냐 인류학자들은 오늘날에도 조금씩 남아 있는 수렵-채집민들이 과연 노동의 결과로 얻은 자원을
박상준
행성 ‘글리제 581g’. 지구처럼 단단한 표면을 가지고 있으며, 평균온도는 섭씨 영하 31도에서 영하 12도, 질량은 지구의 3~4배 정도란다. 이름도 낯선 이 행성이 얼마 전 전 세계의 뉴스를 장식했다. 그 이유는? 외계의 천체가 별안간 인류의 관심을 끌었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다. 충돌 위험성이 있을 만큼 지구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거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곳. 다행히도 ‘글리제 581g'의 경우는 후자이다. ‘글리제 581g’는 지구에서 ‘겨우’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왜성 ‘글리제 581’의 주위를 도는 6개의 행성 중 하나인데, 중심별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골디락스’ 영역에 있다고 한다. 요점은,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니, 전 세계 언론이 ‘또 다른 지구가 발견되었다’며 흥분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소식은 웰즈의 <우주전
권민정
때때로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꿈꿔오던 과학자로서의 일인지를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이런 질문은 특히나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맞지 않는 듯한 일들을 할 때-실험 장비에 많은 양의 케이블들을 연결한다거나 많은 양의 실험 전자 장비들의 성능을 테스트 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거나- 더 자주 머릿속에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실험물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번뇌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물어보면 대답은 아주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행정 업무를 병행해서 수행해야 하는 과학 분과 교수들에게도 그러한 일들이 과학자로서의 'Dream Job'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파인만의 말에서 이 질문에 대한 일종의 대답을 발견한다. 그의 책 "The pleasure of finding things out" 에서 그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발생하는 그 자신을 향한 질문에 대처
김소연
오랜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벤자민 나무는 모든 잎들을 누렇게 떨구고 말라 죽어 있었다. 푸석하고 허옇게 변한 나무줄기를 만져보니, 몸속에 남아있던 최후의 수분까지 다 써버린 듯했다. 키우던 정이 있어 쉽게 버리진 못한 채, 한 달 남짓 바깥에 두고 그냥 지냈는데, 어느 날, 손톱 만한 싹이 옆구리를 비집고 나왔다. 찻잎처럼 작은 싹은 하루하루 쭉쭉 잎을 넓혔고 며칠 만에 무성해졌다. 윤기가 반들거리는 어린 잎을 바라보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엔 구름의 방해가 없는 한, 하염없이 빛을 쬐어주는 태양이 있었다. 태양과 벤자민 나무 사이에 가느다란 직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내겐 보이지 않는. 증표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 ‘그어져 있었다’라 표현하는 것은 가능할까. ‘보이지 않게 그어져 있다’는 건 불가능한 표현일까. 가능한 표현이냐 불가능한 표현이냐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가능한 표현이라 말할 수밖에는 없다. 죽은 나무에서 반짝거리는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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