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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원
A.D. 2199년 기해년(己亥年) 7월 17일 해저특급열차는 티켓 가격치고는 그리 쾌적하지 않다. 두 시간이면 인천에서 광쪼우(廣州)까지 주파한다지만 시트는 딱딱하고 뒷좌석의 꼬마는 쉬지 않고 내 등받이를 두들겨댔다. 말리는 시늉하던 아이 엄마는 그새 곯아 떨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하터널은 온통 암흑이니 자꾸 잡생각만 난다.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지금 나는 탕즈이(唐子怡)에게 가는 길이다. 광쪼우대학 역사학과 전임강사 탕즈이 박사. 앳된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나이는 꽉 찬 스물아홉. 학자치고는 애송이지만 이번 연구 성과로 내년이면 벌써 조교수 승진이 유력하다. 불과 한 달 보름 전만 해도 그녀는 내 파트너였다. 탕즈이는 역사복원학자, 나는 시간화가다. 역사복원학자들은 신흥학문을 연구하는 이들답게 아직 수가 많지는 않다. 더욱이 시간화가들은 우리나라에서 한손으로 꼽아도 모자랄 만큼 희귀하다. 역사복원학은 말 그대로 연구자가 과거로 몸소 돌아가 역사를 복원하는 학문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0년 10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프리먼 다이슨의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 저자 및 역자 : 프리먼 다이슨 지음 / 김희봉 옮김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ISBN(13) : 9788983712332 전쟁을 없애기 위해 전술폭격 개발에 참여하고, 외계지성탐색과 우주개척을 위해 중성자탄 연구를 하기도 했던 프리먼 다이슨은, 사회에 대한 과학의 성과와 폐해가 혼란과 모순으로 점철되었던 20세기 과학사를 그 중심에서 몸소 체험했던 이론물리학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 과학자가 느끼는 ‘인간의 상황’을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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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약 1년 전, 포스텍 건물 내부 여기저기에 그림들이 붙기 시작했다. 추상화 같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표현해 놓은 느낌도 감출 수 없는 그림들이었다. 포스텍이 박진화 화백 기획 초대전 <발밑과 눈>전을 캠퍼스 전역에 걸쳐 개최한 것이다. 대학 건물이라는 딱딱한 공간을 예술적 상상력이 숨 쉬는 연구공간으로 만든다는 포스텍의 이번 발상은 과학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 예술, 문화, 언론, 사회와의 상호 접목 및 네트워크를 모색하고자 개최하는 아태이론물리센터의 과학커뮤니케이션 포럼/강연의 취지와 닮아 있었다. 예술 쪽엔 문외한이라서 이 그림들이 어떤 것을 표현하고 있고,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강렬하거나 혹은 차분하거나, 슬프거나 혹은 기쁘거나 하는 느낌들을 색채와 그림을 그린 방법을 통해서 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해는 누군가의 설명 없이는 힘들었다. 1년 간의 전시 기간이 끝나갈 즈음, 이 그림들의
전중환
석유 가격이 폭등하여 전 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진 1970년대였다. 저명한 심리학자 B. F. 스키너(Skinner)는 미국의 에너지 부족 사태를 단번에 해결할 비책을 제시했다. 각자 자기 집에서 식구들과 식사하는 대신, 동네마다 설치될 큰 식당에서 주민과 함께 집단적으로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주자는 제안이었다. 스키너의 논리는 명쾌했다. 큰 솥은 작은 솥보다 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율이 더 높다. 따라서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일일이 작은 솥을 써서 요리하느니, 많은 사람이 공공장소에 모여 대형 솥에서 조리된 음식을 배식받으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없이 ‘합리적인’ 이 제안은 그러나 바로 배척되었다. 공동 양육을 시도했다가 실패로 끝난 이스라엘의 키부츠 집단농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먹을 음식을 손수 장만해 가정에서 오순도순 함께 식사하는 행복을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보상과 처벌을 적절히 가하는 학습 과정
김상욱
노무현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다룬, 이른바 광주 청문회에서 증인들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아마도 청문회를 통해 훗날 대통령이 되는 첫걸음을 떼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높은 도덕적 기준을 만족시킬 것을 요구받게 되었다. 최근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한 여러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다. 위장전입 정도의 불법행위는 장관 결격사유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분간 조금이라도 법을 어긴 사람들이 공직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학의 청문회는 어떤 모습일까? 과학에는 여타의 학문과 달리 객관적인 진실이 있다고 믿어진다. 따라서 원자론을 지지한 볼츠만이 죽을 때까지 반대파의 공격을 받았다거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오랜 기간 배척받았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객관적 진실이어야 할 과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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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산
작년 이맘때 쯤 우연한 계기로 Singularity University라는 대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2008년 9월에 설립되었다는 이 대학은 인터넷을 통해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아도 도대체 어떤 성격의 교육기관인지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정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Singularity University (이하 SU)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벨리 옆에 위치한 NASA Ames Research Park 내부 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면 NASA 또는 미 정부가 SU를 지원해 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Google, Autodesk, ePlanet Venture등 유명 기업들이 설립자 명단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이 학교 내에서 실제로 뭔가 중요한 것이 진행 중 이라는 심증을 갖게 했다. 게다가 우리말로 해석하기조차 힘든 학교 이름도 SU의 이미지에 미스터리한 느낌을 더하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Singularity를 굳이 우리
이승윤
1. 구별 짓기, 커피 대신 미네랄 워터? 캐시미어와 실크를 섞은 영국 스카발사(社)의 고급 원단, 이탈리아 모레스키사(社)의 구두, 고급 손목시계 오메가, 프랑스의 유명 탄산수 페리에, 프랑스산 마르텔 코냑, 박하향이 나는 수입담배……. 얼마 전 언론에 공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 찾는 호사품 목록이 다. 옷, 구두, 시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물까지 프랑스산 수입 탄산수를 마신다는 데에 이르러서는 북측 동포의 식량난이 오버랩 되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00년 5월 방중한 김정일이 가는 곳마다 중국 측이 준비한 페리에를 보고 크게 기뻐했다"며 "측근들에게 '중국 동지들이 내가 페리에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라며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한다. 요즘 다양한 생김새의 보틀링 워터를 액세서리처럼 들고 거리를 걷는 학생, 직장인들이 심심찮게 눈에 띤다. 한동안 위세를 떨치던 유명 테이크아웃 커피는 이제 유행이 다하고 그 자리를 보틀링 워터가 차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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