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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희
시티 해븐의 뒷골목은 복잡한 미로에 가까웠다. 사잇길과 막다른 골목, 더러운 오물이 통행을 방해하는 등의 환경 여건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골목에 10분도 채 머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골목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었다. 도시의 이면에 속하는 집단, 그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속하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 "오늘 몇 건이나 했어?" "별로." "하긴 단속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 "저쪽 구역에서도 어제 한 명 잡혀갔대." 총알 구멍이 나 있는 상의나 낡고 빛 바랜 군복 바지, 사이즈가 틀린 신발과 맨발,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오늘의 전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각지에서 모인 만큼 성격도 모두 달랐고 그만큼 별명도 다양했다. 한쪽 구석에서 카드로 묘기를 펼쳐 보이는 활달한 소년의 별명은 럭키. 그 옆에 웅크리고 앉아 럭키에게 카드 묘기를 가르쳐달라 떼를 쓰는 소년은 브래그다. 브래그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정보 수집에 능했다. 거리에 있을 때도 발이 넓어 여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0년 8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김윤성, 신재식, 장대익의 <종교전쟁>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종교 전쟁 * 저자 및 역자 : 김윤성, 신재식, 장대익 지음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ISBN(13) : 9788983712356 다시 불기 시작한 서구 지성들의 무신론 운동은 어쩌면 기독교와의 오랜 애증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한 ‘정 끊기’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기독교계가 더욱 격하게 극보수화 되어가는 것 또한 절박함의 표징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을까? 기독교의 자기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세 사람이 그들의 이야기를 <종교 전쟁> 속에 털어 놓았다. 누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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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직지심체요절. 현존하는 세계 최초, 최고의 금속 활자 인쇄본이다.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대 사건 중에서도 1위를 했을 만큼 금속 활자의 발명은 크나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우리의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인 ‘신기전’. 신기전은 금속활자와 더불어 우리 선조의 과학 기술력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이다. 지난 3일, 포항 시청 문화동 복지홀에서는 이 신기전을 복원해 내고, 한국 항공우주연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채연석박사님의강연이있었다. ‘Science in city hall Ⅳ’ 행사 중 하나로, 600여 명의 꿈나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연이었다. Science in city hall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소장 피터 풀데)가 주관하는 행사로, 일반인과 학생들의 과학적 마인드 함양과 지역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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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권 / 이수형
천체물리학을 포함한 현대물리학의 발전에 힘입어, 오늘날 우리는 우주가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대폭발 (빅뱅) 로부터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초로 탄생한 우주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물질-반물질로 변하면서 최초로 생겨난 입자들이 무엇이었으며, 어떤 상태였을까?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결합하고, 분열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들의 모양 - 핵, 원자, 분자, 각종 화합물 및 천체 - 이 된 것일까? 그 때 동일하게 생성되었을 것이 분명한 반물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단 3개의 쿼크로 구성되어 있는 양성자 및 중성자와 같은 핵자들이 어떻게 수백 배의 질량을 갖게 되었을까? 표준모형과 양자색역학 소립자 물리학의 발전으로 완성된 표준모형에 의하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은 단 6 종류의 쿼크 [1] (반-쿼크), 6 종류의 경입자[2] (반-경입자) 들이며, 이들을 결합시키는 기본적인 힘(상호작용)은 4가지 -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고병원 / 박인규
* 참고 본 특집은 본문의 수식 관계 상 이미지화하여 게재합니다. 원문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첨부된 PDF 파일을 내려 받으시기 바랍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즉 1909년, 러더포드경은 그의 연구실 연구원인 한스가이거와 인턴 학생이었던 마아스덴과 함께, 방사선의 하나인 알파입자를 얇은 금박에 쏘아 금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전자의 존재가 알려졌던 당시는 톰슨이 제안한 원자모델이 정설이었는데, 이 모델에 의하면, 원자는 마치 전자가 건포도처럼 박혀 있는 백설기 같이 생겼는데, 박혀있는 전자의 개수에 따라 서로 다른 원자가 되는 식으로 원소주기율표의 원자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러더포드는 알파입자를 금박에 때려 뚫고나오는 알파입자의 산란 분포를 잘 관측하여 금 원자의 모습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간단한 졸업 논문거리를 쓰던 마아스덴은 금박을 뚫지 못하고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알파입자도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가이거로부터 이를 보고 받은 러
전중환
내 안사람의 할아버지께서는 백세까지 장수하셨다. 혼례를 치르고 난 다음, 처가 식구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한 실버타운에 계시던 처할아버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 적이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정하셔서 매일 아침 성경을 또박또박 낭독하시는 처할아버님께서 실버타운 내의 할머니들 사이에 완전 인기 폭발이라는 귀띔을 받았다. 실내를 쓱 살펴보고 나서, 처할아버님께서 누리시는 인기가 상당 부분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어르신 중에 할아버지는 별로 없고 거의 다 할머니들이었다!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 할아버지보다 할머니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5년 정도 더 오래 산다. 호호백발 노인이 다 된 마당에 그까짓 몇 년 더 오래 사는 것쯤이야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호기롭게 대꾸할 남성들이 꽤 있을 듯하다. 글쎄, 그런 남성분들도 남성 사망률이 노년에만 여성 사망률보다 더 높은 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남성이 여성보
국형태
며칠째 찜통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16층에 있어서 바람이 잘 통한다고 자랑을 하곤 했었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은 바람도 피해 가는 듯하다. 더위를 핑계로 바깥에 내려와 본다. 아파트 건물들로 둘러싸인 넓지 않은 지상층 공간에는 짙푸른 나뭇잎들로 제법 울창한 조그만 정원이 꾸며져 있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대는 정원은 머리를 뒤흔들 듯 한 매미울음 소리로 꽉 차있다. 작은 정원에 비해 매미들의 수가 엄청 많은 것 같다. 간간이 까치와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기척을 보이긴 하지만 이들은 매미들의 천적이 아닌 듯 하다.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이렇듯 요란한 데에는 정원이 아파트 건물들에 둘러싸여서 소리가 갇힌 탓도 있으리라.수컷매미들의 울음은 짝짓기를 위해 암컷들을 유인하는 신호다. 짝지은 후에는 곧 그들의 짧은 일생을 마감해야 하기 때문에, 암컷에게 보내는 이 신호는 달콤한 유혹의 노래라기보다는 사실 숨찬 절규에 가깝다. 수많은 매미들이 내는 소리는 크기, 높
정혜윤
한 여름에 눈을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한 겨울에 나는 눈밭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조용히 물러본 적이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이 소리를 먹어버린 것이다.정확히 말하면 소리는 눈의 대칭 구조 속에 갇혀 버린 것이다. 소리를 삼켜버리는 눈밭 한가운데서 나는 우리 눈에 눈이 그토록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겨울의 눈은 어떤 격렬함도 빨아들이고 한순간 완벽하게 혼자인 것을 견디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나는 눈과 사랑의 공통적 속성-눈도 사랑도 어떤 정지 상태를 꿈꾸게 만든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눈 결정 하나가 ‘수많은 덩굴손과 잔가지를 지닌 눈송이’로 변하는 것의 경이로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런 문장이 나오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그 소설의 이름은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었다.) ‘많은 방식에서 우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 눈결정의 가지들 같았습니다. 서로가 상대방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건 우
이강영
시인의 눈이, 열광해서 두리번거리며,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고, 땅에서 하늘을 우러러본다. 그리고 상상력이, 미지(未知)의 것을 마음속에 그리면, 시인의 펜은 그것에 모양을 만들어주고, 공허한 무(無)에 살 집과 이름을 준다. - 셰익스피어 “한 여름 밤의 꿈” 5막 1장에서 미지의 존재 미지의 것을 찾아서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인간만의 특징이다. 미지의 존재는 알지 못하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일부러 미지의 것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생명체의 자기 보존 본능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성질이다. 그러나 인간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미지의 세계를 보고 싶다는 욕망을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때로는 탐욕스럽게,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현상을 찾고 이해하고 적응해서 자신의 것으로 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 인간은 그 어떤 생물종보다 급격히 번성해서 지구 위 거의 모든 곳에 퍼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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