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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몽
언젠가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읽다가 스위스 제네바에 괴질(怪疾)이 돌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초기증상은 독감과 비슷해 두통과 발열증상이 있지만 몇 시간 만에 혼수상태에 빠지고 여섯 시간 안에 온 몸의 조직이 괴사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국제면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린 그 기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박스기사는 인류역사상 가장 기괴한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였다. 그는 예고도 없이 내가 일하는 현장에 불쑥 찾아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육년만의 재회였지만 나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입을 우물거리고만 있었다. 스승이 제자를 몸소 찾아왔으면 응당 반갑게 맞이하고 먼저 찾아뵙지 못해 송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반갑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나를 찾아온 의도를 전혀 짐작하지 못해 혼란스러웠고 조금은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잘 지냈냐. 제약회사 피엠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0년 7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로버트 보이드, 피터 J. 리처슨의 <유전자만이 아니다>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유전자만이 아니다 * 저자 및 역자 : 로버트 보이드, 피터 J. 리처슨 지음, 김준홍 옮김 * 출판사 : 이음 * ISBN(13) : 9788993166200 진화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책.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데이비스)의 환경과학·정책학부 교수 피터 리처드슨은 진화생물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문화의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학자. 공저자인 로버트 보이드 역시 인간 적응의 산물로서 문화를 연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로스앤젤레스)의 인류학과 교수. 이 책에서 그들이 탐색하고 있는
오승재
강연이 있던 날, 포스텍은 축제 중이었다. 아이유가 온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기다리고 있던 날이었다. 물리센터에서도 그걸 의식하고 있었던지 일주일 전부터 학교 곳곳에 유독 많은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아이유의 팬이기도 하고 동아리 친구들의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강의 주제에 대해 흥미도 있었고 기자단으로서의 의무도 가지고 있었기에 강연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사장님을 기다리는 내내 강연을 듣는 사람이 너무 적으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다행히 십 수 명의 학생들이 참석, 이사장님을 기다리게 되었다. 포스터의 사진에서도 느꼈지만, 실제로도 이사장님은 매우 인자한 인상이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연사 분의 소개가 있었는데, 이사장님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데 이공학도로서 친근감을 느꼈고, 그 중에서도 재료공학을 전공하셨다는 데 재료공학자로서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글쓴이는 신소재공학과 학생이다). 과학자도 인문학, 예술을 알아야 포항, 그리고 포항공대에 대한 칭찬으로부터 강연은
김학수
다른 유기체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는 아마도 성찰(省察)일 것이다. 되돌아보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앞을 내다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변화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난 유사한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살리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기억력은 그것을 위해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과거 가장 존경받는 현인(賢人)은 중요한 것들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기억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매우 곤궁한 상태에 처했던 경험, 매우 감동했던 경험, 어떤 경우에서든 자신에게 매우 의미 있었던 경험에서 일부가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축적된다. 그러기 때문에 단순히 시험만을 위해서 암기한 것들은 그것을 마치자마자 사라지게 마련이다. 만약, 그들을 모두 잘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앞을 내다보는 일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되돌아보는 일에 보다 집중하는 사람들(예, 법률가, 의사)과 앞을 내다보는 상상력에 보다 집중하는 사람들(예, 과학자, 예술가)의 차이점은
김영욱
Once in a while, though, science doesn’t just fail – it goes spectacularly, even horribly, wrong. And that makes for a great story (Simon Levay, “When science goes wrong”).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과학에 대한 공중들의 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를 목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논의들을 살펴보면 과학에 대한 공중들의 이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과학자들로부터 주어지는 정보들을 통하여 과학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한다는 확실한 증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매우 모호한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그 목적의 모호성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빠져있다는 것도 큰 몫을 한다. 그렇다
전중환
백여 년 전의 일이다. 서부 탄자니아 와통웨(WaTongwe)족의 전통 치료사인 바부 칼룬디(Babu Kalunde)는 어미를 잃은 새끼 호저를 집에 들여다 키웠다. 어느 날 호저는 설사와 복부 팽만, 무기력 상태에 시달렸다. 병든 호저가 숲 속으로 들어가더니 무렝겔레(mulengelele)라는 독한 식물의 뿌리를 캐먹는 모습이 우연히 카룬디의 눈에 띄었다. 며칠 후 호저는 거짓말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그 전까지 칼룬디를 포함한 와통웨족 사람들은 이 식물이 아주 독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식물을 먹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식물의 약효를 눈치 챈 칼룬디는 자신이 직접 소량을 먹어보기까지 하며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현재 와통웨족 사람들은 모두 장내 기생충을 다스리는 약으로 무렝겔레 식물의 뿌리를 복용한다. 대다수 인간 사회의 전통 의학은 여러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재 식물들을 상세히 분류, 기록하고 처방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의학은 우리에게
박상준
아이폰의 등장으로 전세계가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속도를 증폭시키며 꾸준히 발전해온 각종 컴퓨터 기술과 3G 이동통신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획기적으로 바꾼 창의적인 발상 및 디자인 파워가 결합된 것으로서, 가히 오늘날 과학기술문화의 집적체라 할 만하다. 스마트폰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 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 우리의 삶의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이의 개발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으며, 트위터를 통한 새로운 양상의 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대체할 기세로 급속히 번지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이 가져올 변화의 크기는 지금껏 확인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리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보기에 스마트폰은, 인터넷의 등장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를 과거와 구분 짓는 주요 발명품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인터넷이 시공간적 제약을 획기적으로 무너뜨리고 전세계에 걸친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
김창모
여기 마흔여섯 개의 제어 요소를 지닌 하나의 생화학 시스템이 있다. 이웃한 또 다른 생화학 시스템과 조우하고 어떤 자극이 주어진다. 대부분 이 이웃 시스템은 마흔여섯 개 중 하나가 다르다. 일련의 탐색 과정을 거친 다음 도파민(dopamin)과 노에피네프린(norephinephrine)의 농도는 높아지고 세로토닌(serotonin)의 농도는 낮아진다. 이들 화학 물질들은 일련의 비정상적인 거시 행동을 이 생화학계의 주인에게 유발한다. 운이 좋다면 이웃한 생화학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페닐에틸아민(penylethilamine)이 분비되면 두 계는 근접해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직접 접촉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직접 접촉의 과정에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물질이 관여한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 이들은 이 마흔여섯 개의 요소들을 사이좋게 다시 재분배하여 새로운 생화학 시스템을 창조한다. 이것은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다. 얼마나 단순 명료한가? 하
도영임
성인기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 과정을 연구 주제로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던 저는 2006년부터 온라인 게임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성인들의 자기 인식을 탐색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1996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드 <바람의 나라>가 개발되어 서비스가 시작된 후 10여 년이 흐른 시점입니다. 하나의 새로운 기술적 진전이 특정 사회에 도입된 후 10년 즈음은 해당 기술 기반에 근거하여 발현하는 다양한 생활양식과 사회문화적 변화의 의미를 깊이 고찰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하위 유형 중 제가 연구 장면으로 삼았던 것은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 MMORPG)입니다. 이 게임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된 가상 세계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수많은 게임 사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형태입니다.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 세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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