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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 이게 살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건 질문이 아니다. 살인이 분명한데 왜 그걸 모르느냐는 질책이다. 귀신나부랭이 주제에.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닥치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정상 근무 시간이 끝낼 때까지 저 녀석은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전기라면 슬쩍 고장을 내거나 전파장애를 핑계 삼아 정비팀에 맡긴 다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머리를 고장내거나 분리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사실 내 책임이긴 하다. 하지만 아주 잠깐 솔직하게 굴었다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나름대로 평온하던 직장 생활에 저놈이 끼어들기 시작한 건 이주일 전이었다. 애당초 진급 시험에 큰 미련은 없었다. 형사 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고, 신입들은 들어오지 않는다. 월급은 그럭저럭 되고 생명 수당과 특별 건강 수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0년 6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김명진의 <야누스의 과학>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야누스의 과학 * 저자 및 역자 : 김명진 지음 * 출판사 : 사계절출판사 * ISBN(13) : 9788958283256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라는 부제를 단 <야누스의 과학>은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대중을 상대로 쓴 20세기 과학기술사를 소개하는 변변한 책이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은 당분간 이 분야의 필독서가 될 듯하다. 잘 알다시피 컴퓨터, 인터넷, 우주과학, 지구과학 등 현대 과학기술의 상당수는 전쟁의 그늘에서
최나리
도서관 속의 과학강연(Physics in Library), 동녘도서관에서 2010년 네 번째 행사 개최 아태이론물리센터에서는 과학문화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지방의 중소도시의 시민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전국 각지의 도서관을 방문하여 ‘도서관 속의 과학강연(Physics in Library)'을 개최하고 있다. 올 들어 네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도서관 속의 과학강연이 진행될 동녘도서관은 이름에서 풍기는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 그대로의 제주도의 동편에 위치한 아담한 도서관이다. 자그마한 건물과 넓은 마당은 꾸밈없고 수수한 주변 환경과 잘 어울렸다. 5월 1일 화창한 토요일, 동녘도서관에는 세화중학교 학생들 300여 명이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도서관 속의 과학강연의 주인공은 <해리포터 사이언스>, <달력과 권력>, <마법의 용광로> 등을 펴낸 과학저술가 이정모 선생님이었다. 강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선생님과 잠깐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수학여
박정규
코펜하겐 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2009년 11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기후연구소(CRU)에 있던 1천여 건의 전자우편과 문서 파일이 해킹당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일명 ‘기후게이트(Climategate)' 사건이 일어났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중심으로 “공개된 문서 자료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과장됐음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슷한 시기에, 히말라야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2035년이나 그 이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가 과학 논문이 아닌 잡지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또 다시 “빙하게이트”가 발생, 논란은 더욱 커졌다. 또한, 2010년 들어서 우리나라와 미국 등지에서 일시적인 한파와 폭설이 발생하면서 ‘미니 빙하기설’과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었다. 2007년 IPCC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두 개 오
권원태
1. 기후와 날씨 지난겨울 유럽, 미국, 동아시아에 나타난 한파와 폭설 현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이 크게 대두하였다. 심지어는 온난화 추세가 약해져서 미니 빙하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사까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까지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부터 기후게이트니 빙하게이트니 해서 유엔 기후변화위원회의 평가보고서(IPCC[1])에 대한 신뢰도도 타격을 입었다. 기후변화 회의론이 크게 대두한 배경에는 ‘온난화’라는 말의 대중적인 이미지 때문에 추운 날씨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한파와 폭설이 발생하면서, 회의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사위 던지기를 한 번 생각해보자. 주사위를 한 번 던질 때마다 기대하는 숫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100번을 던진다면 (주사위가 공정하다고 가정하면) 평균값은 3.5에 근접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날씨와 기후의 관계도 이와
전중환
전 세계가 월드컵 축구의 열기로 뜨겁다. 우리나라도 태극 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함성이 거리마다 넘친다. 몇 달 전 김연아의 우아한 피겨 스케이팅에 온 국민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니, 1982년에 시작한 프로 야구는 벌써 누적 관중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인간은 스포츠에 별스러운 관심과 열정을 퍼붓는다. 스포츠가 원초적인 본능을 맘껏 발산하는 행위라고 흔히 불림을 고려하면, 우리가 왜 스포츠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진화적 설명은 이미 많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스포츠의 진화적 토대를 탐구한 논문 수는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예컨대 예술, 음악, 종교, 문학, 유머 등등 인간 고유의 영역들을 진화심리학의 눈으로 일일이 분석한 스티븐 핀커(Steven Pinker)의 672쪽 역작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에서 스포츠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스포츠 심리에 대한 진화적 연구가 드물다는 사실이 이 연구주제가
이명현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공간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나 흘렀다. 20주년을 맞이해서 이를 기념하는 학회도 열렸고 일반인들을 위한 책도 발간되었다. 미국 나사에서는 그동안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어서 보내온 수많은 사진 중 가장 중요하고 인상적인 사진 20장을 뽑아서 공개하기도 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 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천체물리학적인 의미가 큰 사진 한 장을 고르라고 했을 때 허블 딥필드 (Hubble Deep Field; HDF) 사진을 선택하는데 별다른 저항이나 큰 이견은 없을 것 같다.천문학자들은 북두칠성이 자리 잡고 있는 큰곰자리의 텅 빈 하늘 한 지점을 골랐다. 겉보기에는 별도 은하도 거의 없어 보이는 지점이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사용해서 1995년 12월 18일부터 28일까지 모두 342회에 걸쳐서 이 텅 빈 공간을 촬영했다. 1996년에 이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그 결과는 엄청나게 놀라운 것이었다. 200
김우재
과학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은거하기 위해 그의 작업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으며,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도 또한 그렇다. 막스 델브뤽 막스 델브뤽(Max Delbrück, 1906-1981): 양자역학에서 생물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으로 넘어온 막스는 분명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는 분자생물학의 시대를 열었고, 윌슨의 방식보다 더욱 과격한 방식으로 분과학문간의 통섭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는 입이 아니라 손으로 그걸 해냈다. 출처: “Junger Mann mit Schal“ [Young Man with Scarf] (Max Delbrück), c. 1937, tempera on cardboard, Jeanne Mammen Acquired with funds of the German Lottery Foundation Berlin (Photo: Gunter Lepkowski/ Copyright: VG Bild-Kunst, Bonn) 물리학자들만 통일장 이론을 꿈꾸는 건 아니다. 생물학자
이관형
나는 인문학을 공부한다.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자연과학에 문외한이란 법은 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자연과학에 대해 무지하다.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cosmos)』부터 최근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의 『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cosmos)』까지 책을 사놓기는 했는데 목차만 뒤적이다 말았다. 오래지 않아 앞의 '우주'가 이미 그렇게 되었듯 뒤의 '우주'도 낡은 천(fabric) 조각처럼 될 공산이 크다. 사춘기 때 나는 어떤 문제의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죽음, 공간과 시간의 무한함이 그것이다. 이 문제들은 하나로 뒤엉켜서 나를 옭아맸다. 죽음의 문제는 논외로 하자. 태양과 지구, 화성 같은 행성들이 모여서 태양계가 되고, 태양계가 모여서 은하계가 되고 은하계가 모이고 모여서 우주가 된다. 우주의 바깥은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간도 마찬가지다. 교회에서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그랬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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