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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그 여자 이름은 채수련이라고 했다. 수련은 꽃의 이름이다. 불교에서는 더러운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꽃을 부처의 상징으로 삼았다. 유교에서는 같은 꽃을 순결과 세속을 초월한 상징으로 보았다. 꽃말 역시 청정이다. 채수련의 엄마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당시 꽃말이나 점성술과 같은 것은 여자아이들의 지식이었다. 하지만 딸이 태어나고 이름을 지어주어야 했을 때, 그녀가 그런 상징들을 떠올렸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녀는 그냥 딸에게 꽃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으리라. 아마 그녀는 막 태어난 아기가 그런 꽃을 닮은 예쁜 여자아이로 자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무얼 믿고 그런 기대를 했던 걸까. 인간이 외모는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채수련은 그 중 어느 것을 봐도 미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녀의 엄마는 돌처럼 무딘 얼굴에 하마처럼 뚱뚱한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와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10년 5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미토콘드리아 * 저자 및 역자 : 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 출판사 : 뿌리와이파리 * ISBN(13) : 9788990024886 진화와 관련된 견해와 논의의 다양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생산하는 아주 작은 세포기관으로, 이 작은 발전소가 우리 삶을 조절하는 방식은 놀랍기만 하다. 미토콘드리아의 겉모습은 세균과 닮았는데, 겉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한때 독립생활을 하던 진짜 세균이었으며 더 큰
최나리
웹 저널 <크로스로드>에서는 크로스로드는 센터의 학술활동과 아·태과학자 네트워크 구축 활동을 대학(원)생들의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을 통해 국내외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2기 <크로스로드> 대학(원)생 기자들을 선발했다. 2010년 2월 8일부터 3월 5일까지 전국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모집한 결과, 남학생 5명, 여학생 1명으로 총 6명의 기자를 선발했으며, 기존 대학(원)생 기자 가운데 연임 의사를 밝힌 1명을 포함하여 총 7명의 학생들이 2기 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선발된 기자들은 1년간 활동하게 되며, △센터에서 개최하는 여러 행사 취재 △센터 방문 해외학자 및 연구원 등 인터뷰 △기사 작성 △크로스로드 온/오프라인 홍보 등의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크로스로드> 대학(원)생 기자들에게는 센터에서 행하는 각 행사에 참여 및 국내외 과학자들과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작성하는 원고에 해당하는 원고료 및 취재 실비가 지급된다. 크로스로드를 통해 대중과의 과
전중환
암컷은 자식을 열심히 돌보고 수컷은 짝짓기 횟수를 늘리고자 분투하는 전형적인 성차에 대한 지금까지의 설명이 틀렸음을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다. 트리버스에 따르면, 암컷은 평생 낳을 수 있는 자식 수가 어차피 한정되어 있으므로, 낳은 자식들을 공들여 키우는데 몰두한다. [1] 반면에 수컷은 얻을 수 있는 자식 수가 거의 무한하므로, 한 여성에게 정착하느니 여러 암컷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역사상 가장 많은 자식을 둔 여인은 19세기 러시아 소작농 표도르 바실리에프(Feodor Vassilyev)의 아내인데, 총 69명의 자식을 낳았다. 가장 많은 자식을 둔 남성인 모로코의 황제 물레이 이스마일(Moulay Ismail)은 총 1,042명의 자식을 두었다.). 빈틈이 없어 보이는 트리버스의 이러한 설명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피셔 조건(Fisher condition)’에 어긋난다고 했다. 어느 유부남이 트리버스의 충고를 받아들여 아내와 아기를 매정하게 버리고 변두리 나이
국형태
최근 수년 동안 “한국청소년물리토너먼트(KYPT: Korea Young Physicists’ Tournament)”라는 연례대회에서 심사위원직을 맡고 있다. 이 대회는 IYPT라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팀을 선정하기 위한 국가단위의 대회라고 할 수 있다. IYPT는 70년대에 러시아에서 기원하여 1988년 동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대회로 확대되었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참가하여 매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팀 단위로 물리현상을 탐구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논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검증한다는 데서 이 대회의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주어지는 탐구문제는 대개 실험관측이 전제되어야 하면서도 명확한 답이 알려지지 않은, 즉 논쟁의 여지가 풍부한 문제들로 고안되는데, 대회 수개월 전부터 10여 개의 문제들이 미리 공개된다. 따라서 참가 팀들은 수개월에 걸쳐 주어진 문제들을 탐구하여 결과를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추구할 시간이 주어진다. 대회에서 한 단위의 경기는 세
나민구
1. Que sais-je? (끄쎄쥬, 내가 무엇을 알까?) 난 정말 몰라서 미치겠다. 어디서 와서, 왜 와서, 어디까지 가는 건지 몰라서 미치겠다. 이런 것들이 도대체 다 뭐가 뭔지! 눈을 뜰 때, 눈을 감을 때, 움직일 때, 가만히 있을 때, 언제 어느 때고 다 뭔지 몰라서 괴롭다. 때론 이 모든 것들을 반응하는 감각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그러한 존재의 탄생을 축복하기도 한다. 이런 신비와 허망 그리고 희열과 좌절이 수도 없이 교차하며 지금도 이 순간들을 지내고 있다. 프랑스 대학출판사 (Press Universitaires de France)에서 발행하는 포켓용 120-130 쪽 분량의 문고판 시리즈 제목이 바로 "Que sais-je?", 우리말 번역하면 “내가 무엇을 알까?”혹 “난 무엇을 아나!”이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에 대한 일반의문문일 수도 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수사의문문일 수 있다. 이 저작물은 1941년 Paul Angoulevent (189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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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죽지만 자신이 죽기 전에 다른 사람의 죽음을 직접 가까이서 목격하는 경우는 의외로 흔치 않다. 죽음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가장 큰 현실적인 벽이면서 언젠가는 다가오고야말 필연적인 절망이지만 늘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가장 치명적인 현실이지만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그 현실을 의도적이든 본능적이든 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따라서 불현 듯 죽음이 우리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죽음에 대한 우리들의 체감온도 또한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실존해 있고 우리의 의식과 가치관을 냉정하게 지배한다. 존 웹스터는 ‘죽음에는 수 만개의 출구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사람마다 죽음에 대한 각자의 태도가 있다는 뜻으로 읽고 싶다. 이 글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나의 사적인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마침 국제천문연행 총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었다. 유학생이었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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