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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환
사람들은 말하곤 하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던 골고다 언덕에, 부처가 명상에 잠겼던 보리수 앞에, 마호메트가 계시를 들었던 히라산 동굴 앞에, 사진기를 들고 온 관광객들이 바글거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인류가 미래의 그 어느 시간에든 시간여행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증명이 된 것과도 같다고. -김보영, <0과 1 사이> 中 1 관광가이드란 대개 필요악이다. 학교나 병원, 교도소, 신병훈련소처럼, 정보 혁명 이후에도 잔존하는 몇 안 되는 지식 정보 격차를 활용해서 살아남은 구시대적 잔재일 뿐이다. 도대체 잘 아는 지역이라면 가이드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또한, 잘 아는 지역이라면 왜 관광을 하겠는가? 이것이 관광가이드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다. 지역만이 아니다. 시대도 마찬가지다. 잘 아는 시대라면, 그 시대의 언어와 문화와 관습을 숙지한 상태라면 가이드 따위는 필요 없겠지. 아니, 그러나―시대의 문제라면, 앞서 말한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최대 난제는 여전히 남는다. 상용화된 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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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지난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서강대학교 마태오관에서는 ‘제 11차 한국-이탈리아 상대론 천체물리학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전문가들이 최근의 연구 동향과 결과를 서로 교환하고 발표하기 위한 것으로 2년에 한 번씩 개최가 되는데 한국과 이탈리아가 번갈아 가며 주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서강대 양자시공간연구센터(CQUeST), 이화여대 초기우주연구소,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연구재단, CNR, ICRANet,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등이 공동으로 주관하였고 천체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대회인 마셜 그로스만 회의(Marcel Grossmann Meeting)를 1975년부터 주관하고 계시는 Remo Ruffini교수를 포함해서 일본의 Misao Sasaki 교수, 중국의 Jun Luo 교수, 대만의 Pisin Chen 교수 등 저명한 학자들이 참석했다. 서강대 이종욱 총장-지식의 교류는 물론 문화교류의 장으로도 서
성주연
11월 6일 금요일부터 11월 8일 일요일까지 포항공과대학교 실내 테니스장에서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이 주관하는 ‘제 6회 포항가족과학축제 및 과학 체험 한마당’이 개최되었다. 이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2004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행사로, 가족 단위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과학문화축제의 장이다. 기자는 이 행사를 직접 참여하여 참여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과학 축제를 맘껏 느낄 수 있었다.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 기자가 둘러본 이번 축제는 주말에 전시 및 체험 부스 당 10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으며, 참가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하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주간에는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전시장의 경우 다양한 과학적 원리에 관한 설명이 있었으며 이 원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모형이 준비 되어있었다. 전시장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원리를 설명하거나, 친구들끼리 서로
강봉균
50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기나긴 진화의 시간을 거쳐 ‘인간’ 이라는 최고의 생명체가 만들어졌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우주를 동경하는 존재가 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의식하고 고민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과학은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러한 인간의 존재가 낳은 산물이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인간을 특징 지우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고등정신기능의 정수인 인간의 ‘뇌’일 것이다. 뇌는 그 복잡성으로 인해 작은 우주라는 말로도 불린다. 그리고 이 작은 우주에서 의식이라는 놀랍고도 오묘한 일이 벌어진다. 여러분은 혹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거울 속에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뇌가 스스로를 관찰한다는 생각이 들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오싹해진다. 분자들이 뭉쳐 세포가 되고 세포들이 모여 뇌와 신체를 만들었는데 그 뇌가 나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아 의식이 있으므로 가능
이정모
'B형 남자'라는 영화가 있다. 혈액형에 따라서 성격이 다르고, 그러니까 애인을 사귀거나 결혼할 때 자기에 맞은 혈액형을 찾아 사귀거나 결혼해야 하는 통속적인 생각을 대표하는 영화제목이다. 세계인구가 66억 명이라는데,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A, B, AB, O 형의 네 가지 혈액형(극히 희소한 다른 혈액형은 제외하더라도) 이 있으니, 한 혈액형 당 평균적으로 약 18억 명의 사람들의 성격이 같아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계산이 나온다. 상식적, 통속적 생각이 얼마나 비과학적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보면 과연 성격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성격을 몇 개 안 되는 범주로 구분하려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모든 답을 찾아보려는 것이 아니라, 과연 성격은 왜 문제가 되는가, 성격이란 무엇인가? 성격은 선천적으로 유전에 의해 얼마나 결정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생각하여 보려 한다. 먼저 왜 우
최기운
최근 10여 년 동안 이루어진 정밀한 우주관측 덕분에 드디어 우리는 우주의 구성요소에 관한 완성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우주전체의 물질과 에너지 중 오직 5%만이 우리처럼 일반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25%는 아직 그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암흑물질, 나머지 70%는 그 정체가 더욱 불분명한 암흑에너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렇듯 구성 비율은 밝혀졌지만,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물리학적 실체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우주 기원과 진화, 물리학의 궁극의 기본법칙, 우리 우주의 유일성과 같은 물리학의 여러 근본 문제들과 깊이 얽혀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21세기 물리학의 중요과제를 이야기할 때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항상 선두에 나타나는 이유이다. 우주 구성요소를 논하기 위해 우선 잘 알려진 우주의 몇 가지 성질을 정리해보자. 우리 우주는 약 140 억년 전 있었던 대폭발로부터 출발하
전중환
면도를 하다 보면 내가 털 없는 유인원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목, 인중, 턱, 구레나룻을 대충 면도기로 밀면 끝이다. 게다가 수염이 별로 자라지 않는 편이라 바쁜 아침이면 하루쯤 면도를 건너 뛰어도 큰 지장 없다. 만일 인간이 털을 잃지 않았다면, 각 가정은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온 몸에 수북한 털을 열심히 깎는 어른들 덕분에 훨씬 더 시끄러워졌을 것이다. 인간은 왜 털을 잃어버린 걸까? 텁수룩한 다른 유인원이나 원숭이들과 견주어 보면, ‘털 없음’은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67년에 나온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의 [털 없는 유인원(The naked ape)] (국내에는 ‘털 없는 원숭이’로 오역됨)가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간의 별칭은 ‘털 없는 유인원’으로 굳어졌다. 사실, 털이 없지는 않다. 정상적인 털이 자라나는 부위인 모낭(hair follicle)의 밀도로만 따지면 인간의 피부에서 나는 털의 개
정재승
안녕하세요? 지난 달까지 크로스로드 편집위원회에 몸 담았던 정재승입니다. 지난4년 반 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크로스로드가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저 또한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새로운 지적 탐색을 해야 할 것 같아 정든 크로스로드 둥지를 떠나게 됐습니다. 항상 크로스로드는 즐겨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번 달 크로스로드 특집은 제가 마지막으로 기획한 것으로, 묵직한 과학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답변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번 원고에는 사실 사연이 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7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저널 창간 125주년을 맞아 '아직 과학계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 125개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그 중 25개 질문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기획기사를 실었는데요, 과학자들이 이 문제들에 대해 코멘트를 달면서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등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되짚고 있습니다. (참고 http://www.scien
이재열
지금부터 약 사십 년 전쯤의 일이다. 대학 선배와 함께 겨울 산행을 떠났다가 절 옆으로 흐르는 계곡 위쪽에서 스님 한 분이 소매를 걷어 부치고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헝겊 조각을 덧대 기워 입은 승복의 뒷모습을 보고 젊은 혈기에 선배가 불쑥 한 마디 물어보았다. “스님, 그것만 드시고 괜찮으신지요?” 잠깐 동안 침묵이 지나간 다음에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나요.” “……” 스님의 멋진 대답 할말을 잃고 슬며시 대화의 꼬리를 내린 채 물러설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 후에도 스님의 한 마디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을 스스로 많이 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하더라도 단백질이 많은 고기만이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탄수화물을 포함한 음식이 주식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일이고, 고기 대신에 현미밥과 채소만 먹고 살아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
김보일
대학시절 시나 소설을 즐겨 읽었던 내가 대기업의 홍보실이 문학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89년, 대학졸업 후 반 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근무시간에 버젓이 사무실의 책상 위에 소설책이나 시집을 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지 않는 용기였다.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도 필요했다. 홍보실의 시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지극히 산문적인 시간들이었다. 업무의 과중함에서 오는 피로보다는 에세이 한 편 마음 놓고 읽을 수 없는 비문학적 시간들에서 오는 피로가 내게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홍보실에서 6개월 정도 근무하다 보니 어떤 변화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직(移職)을 결심하는 내게 주위에서는 한 우물을 파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여러 우물을 파다 보면 이게 평생 파야할 우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우물이 나타날 거야. 지금 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우물이 평생
조경철
요사이 우리들은 첨단 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연구 결과를 쫒는 일들에 다급해진 나머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우주창생의 수수께끼는 미래의 과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번 옛 조상들의 종교계에서 구상한 우주관에 눈을 돌려보자. 여기엔 아름다운 낭만이 있고 무엇인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본다.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 티벳에서 출발하여 파키스탄을 지나 아리비아해로 흐르는 인더스강 유역의 계곡을 따라, 하나의 문명이 싹트고 있었다. 현재의 인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그 당시의 인도인들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그네들이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상상의 꿈을 하염없이 가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때 당시의 사고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었던 우주세계는 다음과 같은 그림의 내용이었다. <그림 1. 고대 인도인의 우주구조의 구상> 즉, 엄청나게 큰 코브라 위에 거북이가 올라 타있고 그 위에 세 마리의 코끼리가 인도를 중심으로 바다
황인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막연하며 이유 없는 우주에 대한 동경과 그에 따른 아마튜어 천문생활은 어느덧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만한 세월의 별지기 생활은 셀 수 없이 많은 별에 대한 기억들과 추억들로 꾸며지게 마련이다. 어쩌면 가장 강렬하고 또 별 보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별 풍경이 지금의 아마튜어 천문가인 나를 지탱해주고 또 별을 끊임없이 동경하게 해 주는 에너지원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연히 내 기억 속에는 수많은 밤하늘과 그 아름다움 또는 관측이나 천체사진을 찍을 때의 에피소드가 있다. 아마튜어 천문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갖고 있을 아름다운 추억들에 대한 회상과 스치듯 머릿속에 박혀 떠날 줄 모르는 수채 풍경화 같은 것들에 대해 글을 써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별풍경 한국에서 최고 오래된 온천,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온천이 나의 고향이다. 아주 작은 소도시인 온양(당시이름)은 1975년 당시에는 읍내인구가 2만 명이 안 되는 도시로 역전에는 마차가 짊을 싫어 나르
윤태호
최창근
1.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西山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산듯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작인다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이병기, <별> 전문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 ‘올레’는 제주 사투리로 동네의 ‘골목’을 뜻한다고 한다. 첫날 코스는 작고 아담한 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성산 일출봉 밑에 있는 광치기 해변에서 끝났다. 산과 바다로 이어진 길. 길 위에서 말미오름과 알오름, 소금밭, 시흥해녀의 집, 조개박물관을 만나기도 했고 황금붕어빵을 파는 아저씨와 바닷바람으로 말린 오징어를 파는 아가씨를 스쳐가기도 했다. ‘종달리’ 혹은 ‘오조리’ 같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바닷가 마을을 지나칠 때는 ‘섬집아기’나 ‘찔레꽃’ 같은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 . . . 인
정이숙
깜깜한 밤에도 하늘엔 별이 잘 보이질 않는다. 아니 깜깜한 밤하늘이라니, 도시 어디에서도 별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것이 깜깜한 밤하늘이다. 낮엔 구름 한 점 없이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도 보이고, 저녁엔 빌딩숲 사이로 붉게 물드는 노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유독 총총 별이 가득 박힌 까만 밤하늘은 보기 힘들다. 밤하늘이 밝으니 밤하늘이 품고 있는 별도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별들은 어디로 다 가버렸을까? 밤하늘에서 별을 찾는 대신 우리는 매일 텔레비전이라는, 한때 바보상자라 불렸던 대중매체 속에서 스타를 만난다. 밤하늘의 별이 아무 말 없이 그저 반짝이던 것과는 다르게 TV 속 스타들은 말을 하고 춤을 추고 게임도 하고 노래도 한다. 밤하늘의 별이 상상을 자극했다면, TV 속 스타는 환상을 키워 준다. 옛사람들이 별의 흐름에서 인생의 길을 내다보고 세상의 이치를 찾았다면, 요즘의 아이들은 스타의 옷차림과 동작을 흉내 내고, 장래희망 1순위로 삼는다. 호랑이 담배 피우
정관용
종교가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난감하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 등과 같은 종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내겐 나 나름의 종교가 있다. 그게 별이다. 그래서 난감하다.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당시 창경원 옆에 국립과학관이 있었다(얼마전 지나다 보니 지금도 그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학교에서 국립과학관에 견학을 갔던 모양이다. 태양계 입체 모형을 봤다. 중앙에 태양이 있고 태양 주변으로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대수롭지 않은 모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분명치 않다. 암튼 정말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형 속의 지구라면, 그리고 내가 지금 태양계
신성식
이근후
1. 별똥 줍는 소년 여름 맑은 밤하늘을 보다 보면 긴 꼬리에 빛을 달고 떨어지는 별똥별을 자주 본다. 왜 별똥별이라고 했을까? 어릴 때 그게 의문이었었다. 뒤에 빛 꼬리를 달고 떨어지는 형상 때문일까 아니면 별도 정말 똥이 마려워 지구로 내려오는 것일까 그런 어쭙잖은 공상을 갖고 자랐다. 초등학교 다닐 때 내 친구 하나는 별똥에 대해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그가 우리들을 모아 놓고 신나게 별똥별에 대해서 말을 하면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말을 해 주는 친구가 우러러 보이기도 했었다. 어른이 되어서 알게된 일이지만 그 친구가 해 준 별똥별에 관한 이야기는 천문학의 어디에서도 들어 볼 수 없는 몽상적 스토리텔링이었는데 그게 천문학 교과서 보다 더 재미있었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나를 집적이더니 자그마한 돌 하나를 보여 주었다. 무엇인가 의아해 하는 나를 보고 그는 자기가 주워온 별똥이라고 했다.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돌인데 여느 돌과 다를 바 하나도 없는 돌을 보여주면서
신재식
I. "와! 세상의 별들이 모두 여기로 모였네!" 지난 8월 어느 날 밤 저도 모르게 나온 탄성입니다. 그곳은 다르첸이었습니다. 라싸에서 사륜구동차로 꼬박 이틀을 달려서 도착한 서부 티베트의 외진 땅입니다. 다르첸은 카일라스산 둔덕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만 동네입니다. 카일라스산은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 티베트 토속 종교인 뵌교의 성지입니다. 6.714미터의 정상은 아무도 올라갈 수 없는 성산(聖山)이며 신산(神山)입니다. 불교에서는 수미산(須彌山)이라고 합니다. 불교도와 힌두교도들이 이 산을 "수메루(Sumeru)"라고 부른데서 온 이름입니다. 불교에서는 이 산의 정상을 선성불(Dhyani Budha)의 성소로, 힌두교에서는 시바신의 거주지로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카일라스산은 인더스를 비롯해서 아시아 문명을 형성한 네 강의 발원지입니다. 이들에게 카일라스산은 "우주의 중심"이며, 세계의 기둥이며, 신앙의 중심지인 으뜸 산입니다. 불교도나 힌두교도은 이곳을 순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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