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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퓨탄
1. “어서 장관님을 이쪽으로!” 다급한 목소리에 영철은 앞에 선 장관의 등을 어깨로 밀쳐내고 돌아섰다. “젠장!”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어두운 모퉁이를 돌아 2m가 넘는 키의 도마뱀 외계인이 그 키만큼 긴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쫓아오고 있었다. 녀석은 긴 꼬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탓에 덩달아 긴 목도 좌우로 흔들면서 한 번은 오른쪽, 한 번은 왼쪽 눈으로 영철을 노려보았다. 방아쇠를 당기려던 영철은 가만히 놈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평소 곧게 펴고 달리던 꼬리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게 녀석은 분명 심한 상처를 입었으리라. 그렇다면 굳이 아까운 총알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도마뱀 외계인도 그런 영철의 생각을 읽었는지 걸음을 늦추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분노와 절망이 섞인 눈빛으로 영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 목을 늘어뜨리고 마지막까지 영철을 바라보며 고꾸라졌다. 영철은 잠시 외계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구가 굳어지는 걸 확인하고 해치(hatch) 안으로 들어섰다. 손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09년 10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마이크 데이비스의 <조류독감>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조류독감* 저자 및 역자 :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출판사 : 돌베개 * ISBN(13) : 9788971993019 2008년은 무사히 지나갔다. 2009년은 잘 넘길 수 있을까? 전 세계 전염병 전문가는 연말만 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바로 조류독감의 대유행 없이 한해를 보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연말에 겁주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당신이 <조류독감>(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강병선 옮김)을 정독한다면 그렇게 한가한 답변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견을 달지 않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이나리
양평에 도착해 주변을 보고 느낀 점은 참 시골스럽다는 것이었다. 서울 근교임에도 서울처럼 세련되거나 도시적이지 않고 시골에 오랜만에 놀러온 듯한 느낌을 주는 양평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하릴없이 밖에 나와 앉아계신 어르신들을 보기도 하고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상큼한 나무냄새도 맡으며 양평도서관을 향했다. 양평도서관은 주말이라 그런지 책을 읽고자 찾아온 사람들로 꽉 찼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주지 않기 위해 다들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모습이 첫인상과는 다른 성숙한 문화시민의 모습이었다. 오늘의 연사인 김상혁 박사님은 한국의 전통천문학과 과학문화재 복원 분야에 연구하고 계신다. 오기형 양평군립도서관장님은 김상혁 박사님을 소개해 주시며 오늘의 행사가 양평교육문화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세종의 과학 프로젝트 경복궁이나 창덕궁 창경궁 같은 고궁에 가면 해시계를 볼 수 있다. 이런 해시계조차도 없었던 시기의 그리스의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에 보면 이런 말이
강양구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69) 박사는 일본의 '스타'다. 그는 1973년 발표한 '고바야시-마스카와' 이론으로 200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이론은 지금 우주의 모습이 바로 '대칭성의 파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면서, 물질의 기본 입자 쿼크(quark)가 당시 알려진 세 종류가 아닌 여섯 종류 이상이라고 예견했다. 이 이론은 2000년대 초 미국(2001년), 일본(2002년)에서 실험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이런 실험 결과는 마스카와 박사가 이번에 노벨상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런 업적만으로는 일본의 열광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미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2008년에만 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일본 출신이다. 마스카와 박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의 상당 부분은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고서 보여준 거침없는 언행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노벨상 수상이 기쁘지 않다"고 말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노벨상 수상식에 참석하고자
많은 과학자는 과학 이외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입니다.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과학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분명히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나는 생각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다른 얘기를 하나 해볼게요.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할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사회운동과 같은 다른 일에 참여하는 것을 꺼린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내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사회운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할 때, 오히려 연구 성과가 더 좋았습니다. 늘 바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했어요. 연구실에 한 시간을 앉아 있더라도 집중해서 공부를 하다보면 두세 시간 앉아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오늘날의 과학은 누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핵심입니다. 사회운동과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식으로 표현하면 같이 '놀아야' 합니다. 이렇게
전중환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진화심리학자들은 종종 진보적인 지식인들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자본주의나 가부장제 같은 현재의 사회 질서는 거스를 수 없는 생물학적인 운명이니, 결국 사회 변혁 따위는 깨끗이 접으라는 말이냐고 진보 지식인들은 비난한다. 물론 이러한 오해는 과학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오류이다. 의학자들이 암의 발생 원인을 연구하는 목적은 암을 극복하기 위함이지 암은 생물학적 질병이니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환자들에게 강요하기 위함이 아니다. 어쨌든 이처럼 진보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진화심리학이 유일하게 진보의 따스한 눈길을 받고 어리둥절해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동성애 같은 성적 지향이 "생물학적" 토대를 지닌다는 견해를 내놓을 때다. 지난 시간에 살펴 본 것처럼, 동성애 성향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어느 정도 유전된다. 남성 동성애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실제로 찾으려는 유전학 연구들은 ‘게이 유전자(gay gene)’
국형태
지나간 4년을 ‘순식간’이었다고 말한다면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서일까? 혹은 일말의 아쉬움조차도 없어야 할 정도로 그 시간은 충분한 기회였을까? 여하튼,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이라는 원대한 기치를 내걸고, 2005년 10월에 출범한 크로스로드가 어느덧 5년째로 접어들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예기치 못했던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포부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걸어온 그 여정의 대개는 순탄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창간 이래로 크로스로드는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주요 사업 중의 한 축인 과학문화 활동이 펼쳐지는 장의 역할을 해왔다. 정통한 과학자들이 직접 쓰는 과학특집과,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과학자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묻어나는 에세이, 그리고 미래과학이라는 기발한 공상의 옷을 입고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SF는 출발할 때부터 크로스로드의 주된 꼭지들이었다. 비록 매달 한번 발간되기에 그 양은 많지 않았지만 저마다 특색있는 글들이 담긴 꼭지들을
김노암
열정은 식기 마련인가? 한국에서는 어느 기관에도 속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전시기획자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빨리 빨리’로 표현되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드라마틱한 사건들의 쓰나미와 숨찬 변화로 차분하게 사색하며 개인의 감성이나 심미적 취미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한 원인이기도 하고 또 다른 분야에 비해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이다. 더욱이 내가 일하는 현대미술은 영화에 비해 턱없이 비주류이고 정부에서 권장하는 컨테츠산업과도 무관한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공공영역의 안정적인 지원 없이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자력으로 예산을 만들어야하고 또한 어려운 여건의 작가들을 지원하는 일을 할 경우는 그런 곤란이 그치질 않는다. 이런 반문을 해볼 수 있다. 나는 왜 그러한 불편한 일을 자청해서 하는 것일까? 굳이 갤러리를 차리지 않아도 혼자 즐겁게 미술과 만나고 그 속에서 많은 미술인들과 만나면 좋았는데 말이다. 이런
곽영직
나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냥 시골이 아니라 버스도 다니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산중에 고립된 시골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 한 후에는 많은 학생들이 서당에 다니면서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배웠으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불과 50년 전에 우리가 살던 모습을 이제는 민속촌이나 박물관에나 가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빨리 변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숨 가쁘게 살아왔는지를 잘 나타낸다. 70여 가구가 모여 살던 고향 마을의 한 가운데 있던 교회는 우리가 알지 못하던 넓은 세상의 일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문화센터의 역할도 했다. 방학이면 우리는 교회에서 하는 여름학교에 다녔다. 우리에게는 도시에서 온 대학생 선생님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몸짓 하나하나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눈치가 빠른 편에 속했던 나는 선생님들의 말을 들으면서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 보기도 했다. 후에 어릴 때 했던 상상 속의 도시의 모습과 실
이희원
서울에 자리 잡은 지 10년을 훌쩍 넘겨 이제는 아파트 생활이 익숙해졌다. 인구밀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도시에서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은 집단 주거 형태일 것이다. 천안 고향집에 며칠 전에 다녀갔다. 내가 자란 천안의 집은 주택가에 있는 작은 집이고 아버지가 애써 가꾸셨던 작은 화단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앵두와 모과와 감나무가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감나무는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이웃집을 침범하고 있었다. 가끔씩 한밤중에 감이 이웃집 지붕에 떨어지면 벼락치는 소리가 나더라고 이웃집 아주머니의 불평과 또한 때마침 가지치기를 하러 온 우리 형제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딸 아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봄이면 늘 챙겨 주시던 빨갛게 익은 앵두를 계속 먹을 수 있는지 물어 본다. 따뜻한 봄 기운에 상큼한 앵두의 맛은 아이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작은 화단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한 뒤에 서울에서 찾은 다른 즐거움은 내 신체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자전거
장대익
작년 12월 20일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2009년의 문을 열었다. 그 물음은 “갈릴레오와 다윈 중에서 누가 더 인류의 토대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았는가?”였다. 이 질문이 다소 얄궂게 느껴지는 것은 올해가 다윈 탄생 200돌,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으로서 ‘다윈의 해’이면서 동시에 국제천문연맹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천문의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천문의 해가 된 이유 중 하나는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개량 망원경으로 태양, 달, 그리고 행성들을 관찰한 지 올해로 딱 400년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과학잡지의 영민한 편집자가 갈릴레오와 다윈의 싸움을 부추긴 것이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재미를 더 하기 위해 이 두 과학자의 변호인을 선임하기로 했다. 물론 독자들의 온라인 투표로 결정했다. 갈릴레오의 변호인 후보에는 스티븐 호킹, 스티븐 와인버그, 리 스몰린 등이 올랐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칼
주일우
별은 가지 못할 곳이다. 그 거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별빛은 눈에 닿아 존재라도 알리지만 태울 것도 없는 몸뚱이는 별에 신호를 보낼 도리가 없다. 늘 고개를 들어 별을 보지만 그 마음은 짝사랑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더 궁금하다. 가보고 싶다. 우리가 공간을 가로질러, 시간을 넘어 별에 갈 수 있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지식은 그 윤곽이 어렴풋할 수밖에 없다. 바탕이 어설프니 그 윤곽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상상은 엉뚱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전 세계가 거미줄 같은 항공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시대가 되었지만 100여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바다는 넘기 쉽지 않은 장벽이었다. 그보다 더 전에는 말 할 것도 없다. 무게 180톤, 길이 27.5미터의 메이플라워호가 뉴잉글랜드 최초의 이민인 청교도 102명을 싣고 영국의 플리머스 항구에서 출발한 것은 1620년 9월 16일. 대서양을 건너 매사추세스주 연안에 도착한 것은 12월 2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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