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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문
릴리스 무덤 앞에 선 에호이는 보호막 바깥을 바라보았다. 검은 구름은 변함없이 비와 번개를 쏟아내었고, 초속 150미터가 넘는 바람에 날린 바위들이 보호막에 부딪혀 둔중한 메아리를 만들었다. 말없이 서 있는 에호이의 손을 에두움이 슬며시 끌었다. “아빠, 가요.”에두움이 깨끗한 갈색 눈을 깜박이며 에호이를 올려보았다. 릴리스를 빼닮은 눈동자였다. “엄마가 보고 싶지 않느냐?”에두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교육을 거의 마친 에두움의 눈에는 지성의 빛이 반짝였다. 교육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기초교육 이상의 지식은 에두움이 살아가는 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 현실과 격리된 지식은 자칫 치명적인 정신적 결함을 유발할 염려가 있었다. 무한대의 질량, 마이너스 부피,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파악하는 원리 등등 1만5천여 년 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식은 에두움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에두움에게 필요한 건 생물학적 존재를 유지시켜줄 수 있는 기초지식이었다. 큰 사건 대부분은
이인식
"원자 하나하나를 우리가 원하는 곳에 배열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리처드 파인만"의약, 우주, 컴퓨터, 제조 분야의 기술 발전은 모두 원자를 배열하는 우리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 - K. 에릭 드렉슬러1스무 해 전인 1986년, 서른한 살의 에릭 드렉슬러는 나노기술에 관한 최초의 저술로 평가되는 <창조의 엔진 Engines of Creation>을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다가오는 나노기술의 세기’. 나노기술은 그가 만든 용어이다.드렉슬러는 재래의 기술, 그러니까 자동차나 반도체를 만드는 제조기술은 원자와 분자를 덩어리로 취급한다는 뜻에서 거시기술(bulk technology)이라 칭하고, 원자와 분자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미래의 기술은 분자기술(molecular technology)이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분자기술은 분자나 원자 하나하나를 조작해 전혀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분자는 나노미터로 측정된다. 트랙슬러가 분자기술
정윤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 중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보다 백만 배 이상 빠른 컴퓨터가 출현한다면, 또 우리나라의 모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의 내용을 각설탕 정도의 크기의 기기에 모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그 때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현재 모든 구조물의 근간을 이루는 강철보다 열 배나 더 강하면서도 무게는 십분의 일 이하인 물질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만들까? 주위의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병든 세포만을 공격해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또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에너지 기술이 개발된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참으로 상상하기 힘든, SF 속에서나 가능한 이러한 일들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라고 나노과학은 제시하고 있다.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많은 나라들이 현재 나노과학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2000년 1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캘텍(Caltech)에서의 연설에서 ‘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
이우일
김상욱
<크로스로드>가 문을 연 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할까?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과학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크로스로드> 5호 특집으로 나노과학을 기획하였다. 황우석 교수 관련 사건을 다루어 볼까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주제는 이미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되었다. 지난 몇 년간 나노과학은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 기술로서 널리 소개되었다. 과학자들 사이에는 나노가 아니면 연구비 받아오기 힘들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떠돌기도 했다. “1,000나노미터 혹은 0.001나노미터도 나노과학에 포함되나?” 하는 이야기는 나노과학에 대한 기성 과학자들의 냉소적 측면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나노과학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많은 중요한 현상이 나노미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영역은 아직
전영우
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마술사다. 산림학을 전공한 내 경우,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쉽게 열린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나무’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 직업에 몸담았던 지난 20여 년을 반추해볼 때, 만났던 많은 사람들 중에 나무라는 공통의 화제에 낯을 가리는 이 없었고, 또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문제라면 산림학을 전공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일천여 종류의 나무들을 모두 꿰뚫고 있는 도사쯤으로 지레짐작하는 상대방의 과대평가였다. 서먹서먹한 첫 대화는 평소 지녔던 특정 나무에 대한 궁금증에서 보통 시작된다. 어떤 나무는 왜 꽃이 늦게 피는지 또 어떤 나무는 왜 튼실한 열매를 못 맺는지 따위가 그러한 궁금증이랄 수 있다. 일단 말문이 열리면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이런저런 나무 얘기로 이어지고, 어느 순간 화제의 중심에 소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매체들이 재선충병으로 이 땅의 소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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