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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우
1. 오른손이 아프다. 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두려워 문제가 생긴 것을 숨겼다. 일을 하지 못하면 청약통장에 저축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저축을 하지 못한 일수만큼 내가 월면 도시에 정착하는 날도 멀어질 것이다. 그러나 오른손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남의 눈을 속이는 것조차 버거워질 무렵, 결국 사고가 일어났다. 조종석에 앉아 크레인의 센서를 오른편 손등의 컨버터에 연결하자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전율이 느껴졌다. 비릿한 냄새와 함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심지어 미약하게 발기가 되기도 했다. 대수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크레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광산 갱도 입구를 내려친 것이다. 그 바람에 작업 중이던 인부 여럿이 우주로 날아갈 뻔 했다. 인부들은 간발의 차이로 크레인을 피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나는 작업반장에게 불려가 경위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오른손이 결국 작업반장의 눈에 띄고 말았다. "어이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09년 10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숨겨진 우주* 저자 및 역자 :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 이민재 옮김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ISBN(13) : 9788983712141 당신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리사 랜들의 의도대로 짜릿한 전율의 세계에 빠져들고야 말 것이다.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보다 더 이상한 다차원 세계 이야기를 그녀 특유의 다소 까칠하지만 친절한 다원적 접근으로 풀어내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여분의 차원이 바로 우리의 실존일 수 있다는 놀라운 시공 이야기에 다다르면 잠시 멈칫 하지 않을 수 없다. 책 뒷머리에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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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2009년 8월 13일부터 2박 3일간 포스텍 무은재기념관에서 제7기 과학커뮤니케이션 여름학교가 열렸다. 인터넷 40주년을 맞아 ‘인터넷이 준 변화와 그 의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고,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유전자 변형 시대, 다윈의 진화론은 유효한가’를 논하는 글을 썼다. 2박3일간의 짧은 배움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인터넷과 사이버사회’ (커뮤니케이션북스(2005), 이재현)와 ‘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 (책세상(1997), 마이클 하임)는 주최 측에서 선정한 권장도서였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들은 두껍고 재미없어 목차와 서론 정도를 읽는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지루함을 쫓을 겸 읽은 ‘프레젠테이션 젠’(에이콘(2008), 가르레이놀즈)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메신저의 신념과 메시지에 담긴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인터넷을 쓰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강민지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글쓰기는 시를 짓고 소설을 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글쓰기란 비유와 묘사가 많이 들어가야 하고 재치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며 읽는 사람을 감동시켜야 하는 글쓰기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공대생이기 때문에 글쓰기와 같은 의사소통능력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덜 요구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내게 ‘과학커뮤니케이션’은 살짝 뜬금없게 느껴졌고 과학커뮤니케이션 캠프는 더 그러했다. 그러나 호기심 반 망설임 반으로 참가하게 된 과학커뮤니케이션 6기 겨울학교와 7기 여름학교는 나의 기대와 상상 이상이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 지, 앞으로 내가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할지를 배웠다. 이번 7기 여름학교는 6기 캠프 때 참가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여서 지난겨울에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을 또 한 번 볼 수 있었다. 신문사에서 기자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글 쓰는 동아리의 동아리원인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배움에 열정이 있었고
김경옥
도립 안동 도서관에서 ‘도서관 속의 과학 강연’이 열린 날은 날씨가 참으로 화창했다. 창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이차선의 굽이굽이 이어지는 국도를 타고 안동에 도착했다. 강연장은 안동 도서관 지하실에 마련되어 있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강연장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강연은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 천문학부의 홍승수 교수가 ‘성장 곡선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1. 사실에서 진실 찾기 과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과학 하는 사람마다 그 대답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 강연에서 연사가 강조한 것은 과학이란 사실에서 진실 찾기라는 것이다. 그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우연히 누군가에게만 발견된 것일 수 있지만 결국은 사실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숨어 있는 진실을 찾는 것이 진정 과학 학기인 것이다. 밤하늘은 어둡다. 이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왜 그런지 생각치도 않
김훈기
2005년 미국의 제프리 타우벤버거(Jeffrey Taubenberger)가 스페인독감 바이러스(H1N1)를 복원했을 때 학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합성생물학 연구자들은 당연히 기술의 진보에 찬사를 보냈다. 예를 들어 ‘최소 미생물’을 합성하고 있는 크레이그 벤터(J. Craig Venter)는 “진정한 쥬라기공원 시나리오가 처음 실현됐다(the first true Jurassic Park scenario)”고 평가했다.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생명체의 복원 과정이 연구실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큰 우려를 표명한 것도 사실이다. 타우벤버거 연구팀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재료’를 얻는 과정이 너무 간단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염기서열 부분들을 ‘우편’으로 주문한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새로운 생물무기가 점점 쉽게 만들어져 바이오테러의 위험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이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연구실에서 위험한 생물체를 만들 수 있지 않
전중환
필자의 지도 교수였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토론 수업 도중에 동성애라는 주제가 튀어나오면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짝짓기 심리에 대해 지금껏 수없이 대중강연을 했는데, 끝나고 나면 반드시 객석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네.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라고.” 짝짓기는 필자의 연구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 물론 짝짓기 자체에 대한 관심은 남들 못지 않다 – 당시에는 버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나중에 저런 질문을 받을 일은 거의 없겠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웬걸, 필자가 귀국하고 나서 종종 진화심리학을 소개하는 강연을 할 때 우리 대중들이 가장 흔히 묻는 질문도 바로 동성애였다.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선 반드시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이성이 아니라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들이 적은 빈도로나마 꾸준히 존재하는 것일까? 일례로 남성 동성애자인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학창 시절 다른 친구들이
이권우
셈해 보니, 4년이나 되었다. 과학 문외한이 크로스로드에 합류한 지 말이다. 참으로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책을 통해 교양과 지식을 쌓는데 익숙한 사람이지만, 과학책은 늘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크로스로드에 들어와 과학책의 세계에 들어서는 새로운 길을 터득했다. 전문분야의 학자들과 사귀며 상식과 정보를 자연스럽게 늘려놓았더니, 과학책에 대한 흥미도 늘어나고 잘 이해되는 면이 있었다. 꾸불꾸불한 쑥도 곧은 삼 가운데서 자라면 돕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진다더니, 옛말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을 모시고 도서관에서 강연하는 행사도 치를 수 있어서 기뻤다.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문인들은 일반 독자들이 자주 만날 기회가 있지만, 과학자는 그렇지 않다. 더욱이 올해 행사처럼 30만 이하의 소도시에 사는 독자들의 경우에는 더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작년에는 몇 군데 도서관에 가서 사회를 보았는데, 시민이나 학생들이 무척 즐
강윤재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의 공포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감염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망자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 피해 규모는 예측을 불허한다. [1]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전염병 최고 경고수준인 6단계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한 상태이고, 우리나라도 마지막 단계인 “심각”(Red)을 향해 치닫고 있다. [2] 각국의 공중보건체계는 비상이 걸렸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예방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상품명인 타미플루[Tamiflu])와 자나미비르(Zanamivir, 상품명 릴렌자[Relenza])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언론은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위험 경보를 발하고 있고, 시민들은 손 씻기에 희망을 걸고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야흐로 “위험사회”(risk society)의 징후가 현실화되고 있다. <르몽드
이현재
여자 아이는 꼭 기저귀를 채워야 한단다. 여아의 성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 보호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되도록 밤길을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물리적으로 약한 몸을 가졌기 때문에 강한 성적 욕망을 갖는 튼튼한 남성들에 의해 쉽게 침탈되기 때문이란다. 어머니는 존경스럽고 성스러운 존재란다. 어머니는 재생산을 위한 자궁과 사랑 넘치는 양육을 위한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오늘날 여성의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과학적 지식에 의해 파악되고 그 행동의 지침이 정해진다. 비난되거나 저평가되는 경우 뿐 아니라 숭상되고 신비화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여성의 몸과 성을 규범화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가 된 것이다. 이제 여성들은 성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종교적 조언을 구하거나 도덕의 법정에 서기보다 의사를 찾거나 과학 서적을 뒤진다. 성이 본격적인 과학의 탐구대상이 된 것은 19세기 후반이라고 한다.
박상준
마지막으로 천체망원경을 꺼내 본 것이 언제였던가. 어느 날 저녁 아파트 복도 귀퉁이에다 삼각대를 세우고 망원경을 설치해서 토성식을 보았는데, 달 뒤로 정말 콩알만 하게 모습을 드러내던 앙증맞은 토성과 고리에 감격했던 기억이 끝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2002년이었나 보다. 말하자면 나도 마음속으로는 누구 못지않게 우주를 향한 동경과 꿈을 키워 왔다. 1969년의 역사적인 달 착륙은 너무 어릴 때 일이라 기억이 안 나지만, 초등학생 때는 학생백과사전의「우주와 천체」권을 달달 외우도록 읽고 또 읽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또 그렇게 끼고 살았다. 미국 다녀오시던 외삼촌께 부탁해서 「코스모스」의 원서도 구해 봤는데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줄곧 붙들고 있는 통에 아버지가 책을 숨겨버릴 정도였다. 80년대 중반에는 칼 세이건이 직접 SF소설을 쓴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들려왔다. 대학 신입생 시절 도서관에 비치된 과학 잡지 「디스커버리A
정규성
1. 처음으로 별을 보다 내가 처음으로 별을 본 것이 언제였는지 또 언제부터 지금처럼 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질 않는다. 다만 언뜻언뜻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언젠가부터 나는 집 앞 마당이나 장독대에 올라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그 시절엔 그 별들의 이름이나 그 별들에 얽힌 사연을 전혀 몰랐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별을 보기 위해 고심했던 그 처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였다. 우리 집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아주 멀리 떨어져 늘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다. 그런 어느 날 학교 앞을 한 두 정거장 앞두고 차창 밖의 무엇을 본 나는 홀린 것처럼 버스에서 내려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 서점의 유리진열대 앞에서 등교시간도 잊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때 내가 보고 있던 것은 <학생과학>이라는 청소년 과학 잡지였다. 지금도 그 잡지의 색깔이며 표지모양이 기억이 생생한데, 그 잡지의 표지에는 <5인치 뉴턴식 반사망원
황윤오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별과 문화에 대한 글을 한편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말 오랜만에 대학시절 부려본 객기의 산물을 떠올렸다. 대학 3학년때로 기억하는데 여름 방학내내 우리나라 시집이란 시집은 샅샅히 훓어서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별의 의미에 대해 작은 책자를 냈던적이 있다. 학교 아마추어천문 동아리의 세미나에서 발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문학이라고는 고등학교때 배운 국어실력이 전부였던 천문학 전공학생이 시속의 쓰인 별이라는 단어를 파고든다는게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라고나 할까… 어쨋든 천편이 넘는 시들을 읽어보고 별이 등장하는 것들만을 고른 다음, 나름대로 별이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해보고는 분류도 하고 정리도 해서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서 70년대 말까지 우리의 시속에 나타나는 별의 모습을 써내려갔던 그 시간은 지금도 참으로 귀중하게 다가온다.
김동광
하늘은 항상 사람들에게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늘이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하늘은 숱한 전설과 신화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가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최초의 우주 비행 사고였던 셈이다. 하늘을 둘러싼 신화가 많은 까닭은 어쩌면 사람들이 하늘을 설명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끊임없는 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가하려는 노력은 넓은 의미에서 과학의 출발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고대 문명에 거의 예외없이 우주 탄생 설화나 하늘과 관련된 신화들이 있는 것은 문명의 발달로 미지(unknown)의 영역을 처리하는 방식이 요구되었고, 그 중심에 하늘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왕조와 민족들은 자신들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하늘에서 빌어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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