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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SeeReal)
"우리 과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는데, 외계학과는 외계관을 만들어주는 데가 아닙니다." 1학년 1학기 전공수업 첫 시간, 담당교수님께서 꺼낸 첫 마디를 듣고 나는 몹시 놀랐다. 이 과에 들어오기로 마음먹은 고1 때부터 나는, 교수님이 지적한 바로 그 착각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는 외계관 지망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동기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고, 그래서 나도 덩달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외계학이 무엇이냐, 사실 이 이름부터가 틀려먹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우리 과는 우주학 아니면 우주인류학과라고 해야지 맞아요. 그런데 원래 인류학을 전공하신 김갑호 교수님께서 새로이 사회과학의 한 분과로서 우주학과를 만들려고 할 적에, 공대에서 결사반대를 하는 거야. 우주라는 말은 공학에서만 써야 된다는 거지. 우주항공재료공학과라던가, 우주항공전파공학과같은 데에서만 쓴다는 거였어. 그래서 할 수 없이 김 교수님
국형태
보물찾기. 초등학교 시절 소풍 때마다 한껏 기대에 부풀게 했던 시간이었다. 불행히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어서 늘 좌절감을 갖게 했지만 말이다. 결국 보물은 아무나 찾는 흔한 것이 아니라고 나 자신을 위안하곤 했었다. 그런데 유해수 박사는 달랐다. 보물찾기가 운만은 아니었다. 그는 5년의 긴 세월동안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결국은 2003년 5월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보물을 찾아냈다. 그 보물은 해저 400m에서 100 여 년 동안 잠자고 있던 러시아의 전함 ‘돈 스코이 호’였다. 지난 6월 17일 포항에서 열렸던 Science in City Hall 행사에서는 이 해저탐사를 주도했던 한국해양연구원의 유해수 박사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초청강연 이후에는 또 하나의 보물이야기가 뒤따랐는데 그것은 극단 동방의 신나는 뮤지컬 ‘보물섬’이었다. 이 날 청중은 초등학생과 이들의 손을 이끌고 온 학부형이 주를 이루었다. Science in City Hall은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
전중환
당신은 오늘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시청자 특별 게스트로 참여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수행할 미션이 담긴 봉투를 살며시 연다. 카드에는 “캠핑을 떠나시오”라는 명령이 큰 글자로 적혀 있다. 이건 너무 쉬운 도전이 아니냐며 태호 PD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려는 순간, 자세히 보니 깨알 같은 글씨로 이런 말이 덧붙여 있다. “단, 어떤 문명의 이기도 쓸 수 없음.” 마트에서 파는 생수나 식량을 사올 수도 없다. 텐트나 버너, 코펠, 우산, 스위스 군용칼도 없다. 비상시 필요한 응급 의약품이나 휴대폰도 없다. 위험한 야생동물을 쫓을 총이나 호루라기도 없다. 어쨌든 도전은 시작되었다. 도전 첫날, 당신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아침을 맞이한다. 지평선 한 켠에 짙게 드리운 구름은 여러 날 동안 그 곳에 비가 내렸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싱싱한 야채나 나무열매, 혹은 신선한 물이 있을 테고 이들을 먹으러 오는 초식동물도 사냥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을 향해 걷다 보니 어느새
강양구
최근에 나온 책 중에 <종교 전쟁>(신재식·김윤성·장대익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을 흥미롭게 읽었다. 종교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세 지식인이 주고받은 편지를 엿보면서 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두루 살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가 소통하는 방식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것은 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일부 과학자는 종교를 ‘바이러스’에 비유하며 박멸해야 마땅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은 종교를 없앨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성찰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의 반발만 부르기 십상이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종교는 세계 곳곳에서 수만 년을 이어온 인류 공통의, 의식/무의식을 지배하는 문화다. 신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인류의 대다수는 종교를 갖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종교학자는 일부 과학자가 펼치는 ‘종교를 없애자는 운동’이야말로 21세기에 나
이진남
과학의 버스는 굉장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 이제는 브레이크도 없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닫고 있다. 예술도 철학도 훨씬 멀리하고 앞서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살면서 종종 궁금해지곤 하는 것이 있다. 과학의 독주는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과학의 독주는 앞으로도 가능할까?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때로는 불평한다. 종교가 과학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종교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인간복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한다. 과연 종교는 과연 과학에 항상 딴지만 거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종교는 과학의 버스에 탈 수 없는가?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조화롭고 질서 있는 아름다운 세계라고 생각한다. 유신론자건 무신론자건 혹은 불가지론자이건 이렇게 조화로운 세계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 감탄하곤 한다. 그런데 그 세계가 왜 그렇게 아름답고 조화로운지에 대해 물으면 대답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김병수
요즘 생명과학 계열에 입학한 학생들의 주 관심사는 전공이 아닌 의학전문대학 진학이나 의학관련 학과로 편입이라 한다. 일부에선 이공대 인력 감소를 걱정하면서 국가경쟁력 약화나 과학기술자 홀대를 얘기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기술 인력의 비정규직화 문제를 제기하거나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유년시절을 보낸 80년대만 해도 장래 희망이 과학자인 학생들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흰 가운을 입고,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면서 속세와는 인연이 별로 없어 보이는 듯한 왠지 멋있고 순수하고 중립적인 과학자의 모습. 사실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이런 과학자의 모습은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시 에는 현미경과 망원경이 초등학생들의 필수 장난감이었다. 웬만한 학생들이 다 그랬듯이 필자도 각종 과학잡지들을 꽤 좋아했는데,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과학잡지 구독과 과학관련 과외활동은 고등학교 졸업
듀나
바이킹 1호가 화성에 착륙했을 때 일이다. 바이킹이 보낸 사진들을 검토하던 나사의 과학자가 ‘B'라는 대문자가 보인다고 소동을 일으킨 적 있었다. 물론 정말 거기에 'B'라는 글자가 새겨진 돌이 굴러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림자가 만들어낸 무늬를 보는 사람들의 두뇌가 그렇게 읽은 것에 불과했다.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당시 그곳에 있었던 칼 세이건에게 그 소동은 남달랐다. 어렸을 때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의 애독자였던 그는 버로즈의 대표작 [화성의 공주]에서 화성이 바숨 Barsoom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을 기억했다. 세이건에게 그 회상은 달콤하고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어렸을 때 그가 했던 버로즈의 독서 경험은 그를 과학자로 만들어 바이킹 착륙 때 나사 과학자로 참여할 수 있게 했던 수많은 원동력 중 하나였다. 우리에겐 수많은 화성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사는 우주에 존재하는 실제 화성이고 여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
고운기
1 엘시노어 궁성의 망대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연극 <햄릿>이 시작하는 첫 무대이다. 교대하러 가는 바나아도는 어둠 속에서 다른 보초병 프란시스코를 만나 소스라치게 놀라며 첫마디를 내뱉는다. “거기, 누구냐!” 어둠 속의 상대를 향해 외치는 이 한마디는 곧 어두운 관객석의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 나는 누구일까.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과연 누구라고 답해야 할까. 짐짓 <햄릿>은 첫 장면에서부터 나의 정체를 묻는다.교대를 마치고 바나아도는 함께 보초를 서게 된 마아셀러스와 간밤에 벌어진 기이한 일로 화제를 돌린다. 덴마크의 국왕이었다가 죽은 햄릿의 망령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망령을 보았다는 시각을 바나아도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 바로 어젯밤이었어. 북극성 서쪽에 있는 저 별이
이영준
우리가 과연 우주를 생각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도 아니고 천문학의 매니아도 아닌 나로서는 우주를 생각한다는 것은 기껏 공상이나 상상 정도의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우주는 너무나 크고 멀고 미스테리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 우주를 생각할 때 가용한 지식의 소스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것이다. 저 별은 얼마나 멀까. 태양의 몇 배나 밝은 별일까. 크기는 얼마나 될까. 저 조그만 별도 사실은 태양보다 엄청나게 큰 핵융합반응을 하며 빛을 내고 있겠지. 이런 상상은 어떤 논리적 추론이나 관측과 연관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감각적인 유희에 그치고 만다. 하늘에서 눈을 뗀 나는 다시 눈을 밑으로 향하여 지상의 번잡한 일상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우주를 대하는 또 다른 지식의 소스는 미항공우주국이나 천체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데이터이다. 사실 사진을 평론의 대상으로 다루는 나로서는 천문학에 대한 과학적 사실보다는 천체의
정애리
지평선 한 쪽 끝에서 솟아 올라 다시 땅으로 꺼지는 무지개... 빌딩 숲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온전한 반원의 무지개는 단순한 장관을 넘어선 경이로움이었다. 알버커키 공항에서 산타페로 가는 길에 마주친 빛과 물방울의 축제! 머지 않아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여정을 시작할 내게 파랗게 개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나타난 일곱 빛깔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유학을 떠나던 그 해 봄에 보았던 무지개는 아직도 가끔 당시 느꼈던 두려움, 설레임과 함께 추억속에서 반원을 그린다. ... 2009년, 뉴멕시코를 처음 방문한지 십주년이 되는 올 해, 나는 뉴멕시코의 번호판을 달고 뉴멕시코 도로를 달리며 뉴멕시코의 작은 도시 한 구석에 위치한 아도비 (진흙으로 지은 집)에서 뉴멕시코의 문화를 즐기면서 뉴멕시코의 주민으로 살고 있다. 여기서 잠깐! 뉴멕시코가 어딜까~요? 사실 미국인들 중에서도 이 주가 어디 붙어있는 지 모르는 사람이 많으며 외국사람들의 경우에는 뉴멕시코가 미국의
박흥수
해와 달과 별이 없다면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일 것이다. 설령 한 걸음 양보하여 해와 달과 별이라는 존재가 없이도 인간이 지구상에 살 수 있다면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도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질문은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 속에서나 가정해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닐까?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해와 달과 별을 인식하고 기록했을까? 중국문자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1. 해 해는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별이다. 만약 해의 빛과 열이 없다면 식물이 성장할 수 없고, 식물을 양식으로 하는 인간과 동물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 나열한 그림은 모두 중국문자에 나타난 해의 모습이다. 어떤 것은 해의 윤곽만 그렸고, 어떤 것은 윤곽 안에 점 혹은 여러 가지 획을 그려서 흑점을 표시하였으며, 어떤 것은 사방으로 해가
김기석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최근에 열렸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World Baseball Classic - WBC) 결과를 보고 어느 정도 놀랐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WBC는 야구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메이저리그 (Major League) 사무국이 주관해서 여는 일종의 야구 월드컵이다. 그렇게 큰 대회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나 자웅을 겨루었고 일본이 우승을 했으나 한국 역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세계 야구사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필자가 한국 야구 대표 팀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단지 WBC 같은 큰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1회 WBC 대회에서도 우리는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바 있다. 중요한 점은 이번 WBC 대회에서 한국 야구 대표 팀이 거둔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국내 프로야구 대표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서 얻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미국의 10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2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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