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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퓨탄
1. 우리 우주선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으로 보급품을 나르기 위해 3개월 전에 화성을 떠났다. 그리고 일주일 전에는 목성의 궤도를 지나 계속 타이탄을 향해 항해하고 있었다. 어젯밤, 나는 자정까지 근무를 서고 항해사인 상호와 교대했다. 아침(?)에 나는 눈을 뜨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함교로 올라갔다. 복도의 밝은 조명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졸음을 쫓아주고 있었지만 햇살이 그리웠다. 특히 칠흑 같은 어둠뿐이 우주에선 더욱 그랬다. 나는 햇살이, 태양이 지구의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새삼 생각하면서 혹, 내가 태양에 길들어진 건 아닌지, 대우주 항해의 시대에 그런 건 빨리 떨쳐 내야할 습관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오늘은 뭔가 재미난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함교로 들어서자 당직인 상호가 중앙에 위치한, 그리고 조종실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좋은 아침.” 아침은 쥐뿔. 나는 상호의 그런 말을 기대했다. 늘 그런 식이다. 해가 뜨지 않는 우주선에서 시계가 가르치는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09년 5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알래스테어 포더길의 <살아있는 지구>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살아있는 지구 * 저자 : 알래스테어 포더길 * 출판사 : 궁리 * ISBN(13) : 9788958201274 안드로메다에서 온 과학자가 지구의 생명을 탐사하고 상부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고 해보자. 그는 우선 사전 조사 차원에서 전세계에 이미 출간된 관련 서적들을 찾아볼 것이다. 그가 만약 이 책을 어딘가에서 찾아냈다면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안드로메다 언어로 번역만 해서 제출하면 될테니까! 이 책은 온갖 첨단 장비를 무기로 전지구를 샅샅이 뒤져 생명의 놀라운 모습을 담아낸 한
윤혜옥
해리포터를 읽은 어린이라면 아마 한번쯤은 해리와 함께 호그와트에 다니는 자기 자신을 상상하며 공상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친구라면 해리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 님부스2000과 파이어볼트의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는지, 어떻게 빗자루가 날 수 있는지도 궁금했을 것이다. 그 궁금증을 지난 17일 충청남도 홍성도서관에서 <해리포터 사이언스>의 저자 이정모 교수님이 풀어주셨다. 궁금증 하나, 빗자루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무엇일까? 유체의 흐름이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게 되어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힘을 받는다. 이 힘을 양력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비행기의 날개도 이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비행기의 날개 구조에서는 위쪽 공기 흐름이 아래쪽 공기 흐름보다 빠르기 때문에 위쪽으로 힘을 받아서 위로 뜰 수 있다. 하지만 빗자루는 이러한 구조가 아니고 사람을 태우고 날기에는 너무 무겁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해리포터에서만 등장하는 마법이지 실제로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이명현
사건 1: 2007년 10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햇크릭 전파천문대에 건설 중인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 (Allen Telescope Array; ATA) 전파안테나 중 42대가 가동되기 시작했고 과학적 관측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건 2: 2009년 3월 6일 저녁 10시 49분. 나사의 과학위성 케플러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 공군 기지에서 델타 II 로켓에 실려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10년 후 어느 날 외계문명탐사 프로젝트의 성과를 이야기 하는 글을 쓴다면, 아마도 글의 서두는 이 두 사건의 과학사적 의미를 따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 사건들은 현재 진행형이면서 동시에 미래 지향형이다. 이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우선 외계생명체 발견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희망 사항 한가지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들어서 태양계 내 우주탐사가 그 어느
장헌영
망원경은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넓혀 인식 체계를 바꾼 엄청난 기구이다. 자연과학의 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단순한 광학 실험 기구가 아닐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장난감을 대신하는 소장품은 더더욱 아니다. 17세기 초 망원경이 천문학에 사용되기 전에는 태양과 달, 별이나 행성같은 천체의 위치가 천문학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하늘의 어디에서 나타나는지 그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우주에 대한 유일한 실마리였다. 실제로 신성이나 혜성은 초자연적 현상일 뿐 질서정연한 우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자연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는 고작 태양, 달, 다섯 개의 행성 그리고 이것들을 지지하고 있는 천구가 전부였다. 17세기 초 조악한 렌즈의 단순 조합물인 망원경과 달리 오늘날의 대형 지상 망원경들은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거대한 입체 구조물이다. 이들은 입사된 광자들을 초점면에 모으기 위해 렌즈를 사용하는 대신 얕은
최영준
글이 없던 아주 먼 옛날, 예를 들면, 크로마뇽인이 살던 시절에는 어떻게 겨울이 오는 것을 준비했을까? 수렵과 채취가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를 채우겠지만, 사냥할 동물도 없고 식물도 없는 겨울을 나기 위해, 아빠는 어린 아들에게 어떠어떠 하거든 추운 시절이 다가올 테니 식량을 얼마나 준비하라고 일렀을 것이다. 그들에게 일년을 세고, 계절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기적으로 변하는 달의 위상과 월출/월몰을 살피는 것이었다. -- 달(moon)의 라틴어 어원은 mensis인데 이는 '시간을 측정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파생어는 Monday(월요일), month(달) 등이 있다. -- 물론 이 방법은 몇 년만 지나면 맞지 않았기 때문에 태양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했었고,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게 되었다. 한편, 바닷가의 어촌 마을에서는 달의 모양에 따라 언제 바닷물이 들어
전중환
동물원을 관람하다 보면 종종 민망한 장면들을 보게 된다. 비비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 암컷들이 선홍빛으로 잔뜩 부푼 생식기를 흔들어대며 돌아다니는 모습도 그 중 하나다. 대다수 포유류 암컷들은 배란 직전에 발정기에 도입하며, 이 동안 여러 수컷과 활발하게 성관계를 맺는다. 알다시피, 인간에서는 이러한 발정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발정기를 잃어버림에 따라 남성들은 여성의 배란 여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여성 역시 체온의 상승 같은 미묘한 생리적 변화에 특별히 관심을 쏟지 않는 한 자신의 배란을 알아낼 도리가 없다. 왜 발정기가 사라졌을까? 발정기에 성관계가 집중되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발정기가 사라져 배란이 은폐된 우리 종은 배란 주기 내내 줄기차게 성관계를 갖게끔 진화하였다.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개가 말을 할 줄 안다면 인간의 유별난 성생활을 이렇게 꼬집으리라 상상했다. "저 구역질 나는 인간들은 한 달 중 아무 때고 섹
정재승
2001년 8월, 일군의 생명과학자들이 ‘과학지식의 상업화’를 반대하며 ‘과학지식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국민들이 다시 돈을 내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학자들의 연구비에서 저널 게재료를 충당하되, 저널 구독료는 받지 말 것을 저널들에게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결성된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과학공공도서관’(PLoS·플로스)은 ‘사이언스’나 ‘네이처’처럼 논문 게재료를 내야 논문을 실어주고 구독료를 내야 읽을 수 있는 과학저널에는 논문을 제출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보냈다. 전 미 국립보건원 원장이기도 한 노벨상 수상자 헤럴드 바머스가 창립하고 미국 스탠포드대 패트릭 브라운 교수가 주축이 된 플로스의 편지가 발송되자,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전 세계 172개국에서 2만 8천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플로스의 ‘과학
윤혜신
오늘 아침, 나의 주인공은 포탈 스크린을 통해 다른 장소로 이동 중. 이어 다른 사람과 만나려고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간밤에 얼마나 많은 글이 올라왔을까. 천사아롱님은 요즘 글을 안 쓰네. 언제쯤이나 업데이트하려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이런 생각을 하며 모닝커피와 함께 웹서핑을 한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아마추어 작가 웹사이트와 눈을 맞춘다. 작가들이 밤새 아웅다웅 만들어낸 내러티브를 읽는 일은 모닝커피를 홀짝이는 일과 함께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인터넷 상의 한 사이트에서만도 적지 않은 SF가 쓰이는데 밤새 쌔근쌔근 쓰여 아침에 모락모락 올라오는 전 세계의 SF는 얼마나 많을까. 차원의 문, 고체의 벽면 통과, 뇌파 대화,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해낸 과학적 도구를 통해 주인공은 인간의 물리적인 능력을 넘어선다. 더 이상 범인(凡人)의 능력이 아니다. 눈부신 초능력이다. 작가들의 화려한 상상에 자극되어 커피잔의 귀를 만지작거리면 커피잔의 귀도, 내 귀도 달아오른다.
황상익
의사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중세 서양과 이슬람권에서는 요병(尿甁, 오줌병)이 의사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중세 시대나 근대초의 그림에서 의사들이 요병 속에 들어 있는 환자 소변의 색깔과 점도(粘度)를 관찰하고 냄새를 맡아보며 필요하면 맛도 보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전통시대 의사의 상징물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중세 서양의 요병처럼 딱히 이것이다, 라고 할 만한 것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약항아리, 약사발, 약절구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것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쓰여온 것이니 우리나라나 동아시아 한의학 문화권의 상징물로 내세우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침(針)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의사(醫員)들 가운데 일부만이 사용한 것으로 이 또한 상징물로 삼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것이 의사를 상징하고 있을까? 흰 가운을 의사의 한 가지 상징물로 꼽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광수
철학자들은 보통 사랑의 형태를 세 가지로 구분하곤 한다. 첫째는 '에로스(Eros)'이고 둘째는 '필리아(Philia) 그리고 셋째가 '아가페(Agape)'이다. 에로스는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말이고 필리아는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사랑, 더 쉽게 표현하여 '우애적(友愛的)인 사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아가페는 성스럽고 은총에 가득 찬 사랑을 가리킨다. 에로스에 대해서 가장 먼저 언급한 사람은 그리스의 플라톤이었다. 그는 에로스를 '인간의 마음속에서 홀연히 정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불가항력적으로 인간을 엄습하는 본능적 사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경우 에로스적 정열의 주된 대상은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에로스적 사랑이 꼭 남녀 사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플라톤은 성숙한 남자와 젊은 청년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의 정신적 일체감에서부터 남자끼리 육체적 애정 표현을 추구하는 이른바 남색(男色)까지도 다 에로스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에로스'라는 말이
김창규
망각은 인간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프고 슬픈 기억은 생명력을 소진시키기 때문에 다른 추억보다 우선적으로, 의도적으로 지워버린다는 소리다. 이 얘기에는 과학적인 요소가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생명력'이란 무엇일까. 그처럼 지워버리는 주체는 또 누구일까. 이 두 가지 의문에 쉽게 답할 수 없으면서도 우리는 망각의 효용성에 종종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하지만 이 정체불명의 보호자는 그쯤에서 손을 떼지 않나보다. 그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머릿속에 남는 기억의 편집 과정에 관여하는 모양이다. 성공과 즐거움과 사랑의 달콤함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해 주기 때문이다. 어릴 적 가슴 속 깊은 곳에 뚜렷한 감동의 팻말을 꽂아주었던 소설과 만화들을 다시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그 때가 천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은 지금의 내가 그만큼 세속과 사회의 생존 전술에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듯하고 쉬운 해석이기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윤이형
나는 실제로 ‘하늘의 별을 보고’ 꿈을 키워본 적은 없다. 물론 시골로 몇 번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의 밤하늘을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며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경이감을 느껴본 적은 있다. 밤하늘을 갉아먹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그곳에는 없었고, 별들은 금방이라도 불타며 뚝뚝 떨어져내릴 것처럼 선명하게 밝았다. 그렇지만 그 경이감이 내 일상의 깊은 곳으로 침투해 들어와 어떤 지속적인 희망이 되었던 적은 없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별들은 너무 멀고, 또 나에 비하면 너무 큰 존재들이었다. 나는 하늘에 있는 것들보다는 지상의 자질구레한 것들에 더 크게 사로잡히는 인간이다. 사실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다. 그 밑에 있는 빌딩의 생김새나 사람들의 소소한 움직임에 일단 시선이 멎는다. 30여 년 동안, 내 우주는 땅 위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결코 그 좁은 경계를 넘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지동설적인 인간이라기보다는 천동설적인 인간으로 살아왔다. 언제나 내가 절대적인
나민구
I. 전봇대 - 두통 알베르 까뮈 (Albert Camus)와 그의 ‘부조리’에 대하여 제대로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직관적으로 심취했던 고교 문예반 ‘活泉’ 활동시절. 고gm의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을 처음 본 순간 그 강렬한 우주와 생(生)의 역동적 에너지를 온몸으로 찌릿찌릿 느꼈다. 나는 줄곧 인생이 ‘자율 개척론’인가 아니면 ‘운명론’인가 둘 사이를 무지 고민했다. 움직여 다니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객체적인 ‘나1’과 그 객체를 이끌어 가는 내재적인 ‘나2’의 이분법적 ‘아수라’ 존재를 일상에서 가끔 섬뜩하게 체험하며 이 우주에 던져진 ‘나들’에게 ‘이뭐꼬?’를 던지기 시작했다. 반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에는 늘 별들이 비췄다. 그 별들은 ‘반짝반짝’ 빛났고 내 마음은 ‘깜빡깜빡’ 내 정체성의 모호함 때문에 흔들거렸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는 누구인가?’ 등. 그때까지는 세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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