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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몽
내가 처음 중국인거리를 찾았던 것은 아내가 오래된 양꼬치구이점에서 손위 처남을 보았다고 했던 작년 구정 무렵이었다. 아내의 주장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처남은 내가 아내를 만나기도 전인 팔년 전에 공개 총살되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말을 아껴서 처남이 생전에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지만 처갓집으로 형 집행에 사용된 총알 값을 지불하라는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사실은 장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닮은 사람이겠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도 없고.” “닮은 게 아니라 똑같아. 오빠가 소학교 다닐 때 그 모습이야.” “그러니까 닮은 거지. 죽기 전의 모습도 아니고 이십년 전의 모습을 당신이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겠어?” 나는 처남이 죽었다는 사실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는 걸 깨닫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솟았다. 상심한 표정이 역력한 그녀를 껴안고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처남을 빼닮았다는 그 점원을 보고 오겠노라 약속했다. 아내는 작은 한숨을 토하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묻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09년 4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장회익의 <공부도둑>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공부도둑 * 저자 : 장회익 * 출판사 : 생각의나무 * ISBN(13) : 9788984988507 어른 세대가 다음 세대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 공부하라는 것이다. 이 말에는 먼저 공부는 어린 세대가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과연 그러한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죽을 때까지, 죽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공부다. 그런데도 청소년만 공부하라는 것은 공부에 대한 생각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입시준비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일정한 교양과 지식을 익혀야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그렇지만
KIVA
공부도둑에도 급수가 있다면 나는 초짜 중 초짜, 이것도 도둑일까 의문을 느끼게 만들 저급의 도둑이다. 아직 완성된 자기 열쇠도 없이 이리 저리 열쇠를 가진 스승을 쫓아다니다 이제야 내 열쇠가 필요하다고 느낀 초짜 도둑, 아직 주도적으로 뭔가 훔쳐 본 적도 없이 궁리만 하는 도둑이다. 오랫동안 소 닭 보듯 했던 창고에 어마어마하게 빛나는 물건의 가치를 깨달은 도둑이다.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히 미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좀도둑이 아니라면 점찍은 물건에 가진 교환가치보다 좀 더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공부도둑>은 공부도둑계의 대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본적인 골자는 에세이를 빙자한 저자의 ‘공부 인생 70년’ 자서전에 가깝다. 성공담이라고 해도 좋다. 저자가 어떻게 학문 창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는지 선대를 걸쳐 집안 내력과 특수한 환경을 얘기해 나간다. 또 그렇게 학문 창고에 눈독을 들이며 어떻게 물리학이
지난 3월 초, 크로스로드에서는 봄을 맞아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한층 발전된 모습의 웹 저널을 선보이고자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번 호 HOT APCTP에서는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수행하고 난 네 명의 대학(원)생 기자들의 인터뷰 후기를 들어보았다. 크로스로드를 통한 과학과 인문학, 서로 다른 두 학문의 소통 기대 인터뷰는 모두 다 학생인 관계로 지곡회관 스터디룸에서 이뤄졌다. 원래는 포항공대 학생 네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그룹 인터뷰가 갑작스러운 사정에 의해 두 명의 학생이 빠지는 바람에 두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가 그룹으로 진행되는 의도는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인원이 적어 인터뷰가 짧게 진행될까 처음에는 염려되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나 자신도 함께 참여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크로스로드 홈페이지를
전중환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여기저기서 다윈의 진화 이론이 주목 받고 있다.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단단한' 과학에 비하면 진화생물학은 '말랑말랑한' 과학이라는 인식은 여전한 듯하다.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어디서 감히 물리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구! 아인슈타인이 별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정확히 예측한걸 보시오. 그에 비하면 진화는 역사적 사실들을 사후 설명하기에 급급하잖소?" 꼭 그렇진 않다. 다른 모든 과학처럼, 진화 과학은 산만하게 흩어진 여러 현상들을 간결한 이론으로 통합하여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미처 몰랐던 사실에 대한 신빙성 있는 예측을 제공해준다. 사실, 창조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창조론은 과학 이론으로서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뭔가를 설명하고 싶은데 잘 안 풀린다구요? 닥치고 신경 끄세요. 신이 그렇게 만드셨답니다. 반면에 진화 과학은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한 예측들을 통해 인간의 지식 범위를 차츰 넓혀준다.
이권우
'APCTP 과학커뮤니케이션 학교'가 벌써 6기생을 배출했다. 처음에는 과학 글쓰기만을 교육했는데 몇 년전부터 토론까지 덧붙여 진행하고 있어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공학인증제 실시 이후 이공계에서도 글쓰기 교육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문과와 달리 토론교육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런 모양이다. 과학커뮤니케이션 학교는 대학현장에서 진행된 글쓰기 교육의 성과를 확인할 기회다. 숱한 대학이 큰 비용을 들여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런데 과학커뮤니케이션 학교는 다양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전공을 한 이공계 학생들이 모여 글을 쓰고 첨삭을 받다보니, 그 성과를 전국단위로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비교결과를 서둘러 말하자면, 갈 길이 아직 멀다. 기실, 글쓰기 교육만큼 투자에 비해 성과가 늦게 나타나는 과목은 없다. 글쓰기가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여인석
가끔 나 자신의 학문적·직업적 정체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때가 있다. 나는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임상의사가 되지 못했고, 한동안 기초의학 실험실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기초의학자도 되지도 않았다. 지금은 의학에 대한 역사와 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의학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와 철학을 하는 학자이니 인문학자라고 하는 것이 나의 직업적 정체성으로는 옳을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인문학자가 될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시기까지 나의 장래희망은 변함없이 과학자였다. 내가 과학자가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어린 시절 교회에서 본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으로 기억되는데 어느 날 저녁, 내가 다니던 교회의 다다미 방 예배실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왜 거기에서 그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극영화는 아니었고 일종의
서동욱
예전에 쓴 시 한편이 있다. 어느 플라스틱 재벌이 노년에 고등학교 때의 사랑을 회상하는 시다. 그는 자기보다 이 백살이나 많은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그 노파의 피부 결에 반한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바로 그 여자가 외계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온 별에서는 합성수지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했는데, 페트병이나 낡은 고무 타이어 등을 활용해 멋진 피부를 재생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젊고 싱싱한 피부를 유지했다. 그런데 모든 사랑이야기가 그렇듯 기쁜 날들 뒤엔 이별이 찾아온다. 어느 날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녀는 자기 별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남겨진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여자에 대한 모든 추억 가운데 그녀의 너무도 고왔던 피부를 잊지 못한다. 그때부터 그는 합성수지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바로 재활용한 합성수지의 요술이 만들어낸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 감촉을 단 한번이라도 다시 느껴 보기 위해서! 과연 그는 애인의 피부를
홍승우
이종필
지금부터 꼭 40년 전인 1969년 인류는 최초로 지구 이외의 천체인 달에 첫발을 디뎠다. 내가 태어나기 두 해 전의 일이다. 아마 여느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내가 살던 동네에서도 어릴 적에 나이를 따지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폴로 우주선의 달착륙을 봤느냐 못 봤느냐 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나는 왜 2년 빨리 태어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세대는 아폴로 세대라는 말과 함께 우주개발의 세례를 받고 자랐다. 밤하늘을 올려보며, 그 당시까지는 그래도 제법 수북이 흩뿌려져 있던 별들을 세던 기억을 가지지 않은 이들은 무척 드물 것 같다. 태권V나 마징가Z를 만들어서 저 하늘 우주 끝까지 날아가는 꿈은 동네 꼬마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었다. 당시 내가 낙서장에 즐겨 그렸던 그림도 우주를 누비는 대형로봇들과 함께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쏘아 보낸 새턴V형 로켓이었다. 그런 동네 꼬마들의 장래희망이 압도적인 비율로 과학
이장원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지 400년이 되는 올해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천문의 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린 밤에도 환한 불야성 속에서 사는 운명에 놓여 있다. 빛의 공해는 시가지에도 있지만 삶의 공간들이 아파트처럼 집단화하면서 주거공간의 안과 밖 모두 빛에 쌓여있다. 제대로 별을 보기 힘든 별 볼일 없는 도시인생들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도시에서도 별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어렸을 때 종종 저녁식사를 마치고 할머니와 같이 집 앞 골목에 나가서 산책과 운동을 하고는 했는데, 어느 날은 할머니 앞에서 줄넘기를 한다고 줄을 한손에 모아 쥐고서는 쌩쌩 밤바람을 가를 정도로 마치 능숙하게 줄넘기를 하는 것처럼 장난을 쳤었다. 할머니 노안 탓인지 아니면 요새와 달리 어둡던 서울 변두리 밤 골목 탓인지 할머니는 쉽게도 속으셨다. 그런 어두운 밤 골목에서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하늘의 별들을
이정모
“나는 초록색 공룡이 될 거야.” 우리 옆집에 전파천문학자의 아들이 살았다. 어느 날 이 아이가 우리 교회의 여름성경학교에 나왔다. 그때는 아마 서너 살 정도였을 것이다. 행사 가운데 자신의 장래 희망을 묻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이들은 축구선수, 간호사, 의사, 목사, 또는 사모님(목사의 부인) 같은 희망을 이야기 했다. 꼬마 차례가 됐다. “나는 공룡이 될 거야. 초록색 공룡. 입에서는 불이 나고 하늘을 날아다녀.” 이 이야기를 들은 젊은 여선생님은 말문이 막혔지만, 아이들은 입이 트였고 날개가 돋았다. 그날 성경학교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은 날개 달린 공룡 흉내를 내며 뛰어다녔다. 그리고 나도 그 꿈을 나눠 꾸게 되었다. “아, 나도 입에서 불이 나는 초록색 공룡이 되어서, 이 아이와 함께 하늘을 날면 좋겠다.” “과학 잡지마다 왜 ‘이 달의 별자리’ 같은 코너가 있을까요?” 당시 내가 보던 몇 종의 독일 대중 과학 잡지에는 매달 그 달의 별자리가 실렸다. 도대체 그
모지원
참 신기하다. 입안에서 맴돌던 <별>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때면 허공으로 수많은 별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고 나는 한 뼘씩 키가 작아져 어느새 아홉 살 어린아이가 된다. 별이 총총히 박혀있던 한 여름 밤의 옥수수 밭은 아이들의 놀이터. 그 곳엔 하루에 한 번 기차가 지나갔는데 그 기차는 항상 시커먼 석탄을 실어 날랐다. 높은 산처럼 쌓아져있던 석탄 화차의 실루엣은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평야처럼 펼쳐진 옥수수 밭을 한동안 요란스레 만들었었지. “하나, 둘, 셋...” 나는 열심히 기차의 꼬리를 세어 보았다. “열!” 언제나 열 량짜리 기차가 지나갔다. 그리고 그 위로 달이 뜨고 별이 빛났다. 나의 별은 항상 내 키보다 훨씬 높았던 그 옥수숫대 위에 서 있었다. “그런데 넌 멀리서 왔지! 탐험가니? 네 별 이야기를 해 주렴” 누군가 어린왕자에게 물었다. “내 별은 별로 흥미로울 게 없어요. 아주 작거든요.” 두 개의 활화산과 하나의 사화산 그리고 바오밥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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