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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니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 창세기 22장 1~2절 형의 도착 칠 년 만에 보는 형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인공 태양광에 보기 좋게 그을었지만 여전히 반질거리는 얼굴,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체격, 몸에 걸치고 태어난 것 같이 착 달라붙는 최고급 수트, 생각에 골몰한 듯한 인상을 강조하는 미간의 내 천자. 칠 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름살 하나, 흰머리 하나 생기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쪽이었다. 이제 갓 마흔 줄에 들어선 나는 칠 년 전보다 허리띠 구멍을 두 개 더 늘려 끼었고,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 끊지 못한 담배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졌고,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빠지는 흰머리를 보며 혀를 찼다. 이제 형 옆에 있으면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그러나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2009년 3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마이클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 9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앱솔루트 바디 과학이 나를 부른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 : 잡식동물의 딜레마 * 저자 및 역자 :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출판사 : 다른세상 * ISBN(13) : 9788977660786 언제부턴가 한 해를 정리하는 굵직한 뉴스 목록엔 꼭 먹을거리 안전사고가 들어간다. 2008년도 마찬가지다. 봄, 여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광우병 논란,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발 멜라민 파동 등…. 연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밀, 쌀, 콩의 가격 폭등까지 염두에 두면 2008년은 ‘위기의 먹을거리’가 사람을 공격하는 해였다. <잡식동물의 딜
김준한
지난 1월, 학교 물리학부의 게시판을 둘러보던 중 과학커뮤니케이션 겨울학교에 대한 공지를 볼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 겨울학교 주제가 우주에 관한 것이라기에 지원서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청서를 보내고 열흘 후에는 내가 겨울학교 참가자로 선정되었다는 공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겨울학교라!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강연을 듣고 글쓰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더욱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12일,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공과대학은 첫 방문이었는데 한적한 학교 분위기와 멋진 건물들은 '이런 곳에서라면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찾은 무은재 기념관의 APCTP common room은 놀라움을 더해주었다. 한편에 걸려있는 칠판, 푹신하니 편안했던 소파, 에스프레소 머신……. 그야말로 학자들을 위한
김경옥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을 여러분의 할머니께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여러분은 그것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이 말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교의 기획 배경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일상 속에서 물건 하나 사는 것에서부터 한 국가의 정책 결정까지 과학은 사회 곳곳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과학자와 기타 다른 사회 구성원과의 소통은 여전히 부족하고, 대중들에게 전해지는 과학 지식도 수박 겉핥기식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과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과학도가 직접 사회와 소통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커져가고 있다.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을 겸비하면서 과학지식을 기초로 논리적인 글쓰기가 가능한 과학도를 길러내 과학과 사회를 이어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2006년 처음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교를 열었다. 2009년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이번 과학 커뮤니케이션 겨울학교는 6회째에 들
전중환
멧돼지가 코를 여기저기 쑤셔대면서 열심히 땅을파헤치고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먹이를 찾고 있음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 멧돼지가 땅을뒤지다 느닷없이 뛰어올라 3회전 공중제비를 돈다면, 우리는 이 비상한 행동을 어떻게든 설명하려 애쓸 것이다. 멧돼지는 왜 손실만 가져올 뿐 아무런 이득이 없어 보이는 공중제비를 넘을까? (1) 물론 공중제비를 도는 멧돼지 따윈 없다. 그러나 화성인 생물학자가 지구를 방문한다면, 공중제비와 다름없는 기이한 현상을 바로 우리 종에서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바로 종교다. 진화적인 시각에서 보면 종교가 존재해서는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종교 활동에는 물질적인 희생 (헌금하지 않더라도, 기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정서적 비용 (천국에 대한 기대와 지옥불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인지적 부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발짝을 걸었다는 등의 반직관적인 믿음)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반면에 종교가 주는번식 상의 이득은 당최 뚜렷하지 않다. 빌
박상준
대학선생으로서 나의 주된 교육활동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일이다. <문학의 감상과 이해>나 <대중문학의 이해> 등의 교양과목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문학 활동의 여러 측면을 온당하게 바라보는 안목을 갖춰주는 것이 내 소임이다. 수강생들의 전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까닭에, 나의 강의는 가급적 폭넓게 인문학적인 소양을 펼쳐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 스스로 협력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의 발표 및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컨대 세부전공의 벽에 갇혀 있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평소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롭고 낯선 사유방식들을 경험하고 그럼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발전시켜 볼 수 있도록 강의 내용과 방식을 구성하고 있다. 학생들의 열의와 성실함 덕에 전체적인 결과는 만족스럽지만, 매학기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처음 몇 주는 적지
서판길
<서론> 우리는 지금 놀라운 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나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고, 생활환경도 이웃마을이나 기껏해야 이웃나라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화성을 지나 토성을 점령하기 위해서 탐사선을 발사하고 있고, 우주여행이네 하면서 끝없는 우주로의 탐험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하는 등 우주 전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류는 소우주를 향한, 다시 말해서 작은 우주인 인간의 신비를 파악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인간의 몸에 대한 생명과학 연구이다. 대우주 탐험이 탐험, 도전 등 인간의 꿈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면, 소우주인 인간에 대한 연구는 건강. 복지 등 인간의 수명연장에 대한 여망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생명과학은 생명현상이나 생물의 여러 가지 기능을 밝히고 그 성과를 의료나 환경보전 등 인류복지에 응용하는 종합과학이다. 최근 생명과학의 발달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백민정
1. 이제야 밀렸던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는 것 같다. 매해 그랬지만 지난 연말연시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기만 했다. 연말에 몇 차례 있었던 망년회에 참석하고 밀렸던 원고들을 탈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나는 내게 숨길 수 없는 하나의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바쁘면 바쁠수록 나는 자주 시간을 내서 서점을 찾아 갔던 것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을 넘기면서 나는 그 중에 한 권을 골라 구입한다. 물론 집에 들어가서 그 책을 바로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밀렸던 일들을 다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구입한 책은 책상 모서리, 내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놓아둔다. 마치 아름다운 장미꽃 한 다발을 화병에 장식해 놓듯이 말이다. 한 해 동안 얼마나 분주하게 지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바쁠 때 구입했던 책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장 읽지도 않을 책들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리저리 생각해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첫
윤성철
오래 전, 파리의 어학 연수생 시절이었다. 미술사를 전공하셨던 어떤 분이 하루는 이집트 미술의 위대함을 강조하면서 내게 탄식하듯이 말씀하신다. "현대 미술이 힘들게 성취한 것을 이미 수 천 년 전에 이집트 사람들이 다 해 놓았지 뭐야." 그로부터 몇 달 뒤였을 것이다. 하루 날을 잡아 촌티 좀 벗어보겠다고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 이집트 전시관으로 직행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특별하기에. 하지만 잔뜩 기대를 걸고 바라본 고대 이집트의 그림에서 나는 별 감동을 받지 못한다. '아이들 그림 같잖아. 옛 사람들이라 기술이 딸렸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했던 몇몇 조각품들에 인상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그림 실력을 의심했으니 나도 참 무식했다. 어쨌거나 루브르에 왔으니 모나리자는 봐야지. 르네상스 전시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가던 길에 큼지막이 걸려있던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그림과 마주치니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 참 시원스럽게 잘~~ 그렸네!' 명작을 보았다는 사실에
유광수
[크로스로드-이야진 공동기획에세이]아폴로 11호가 달에 갔다 왔다는데, 내 생각엔 엉뚱한 곳에서 폼 잡고 사진만 찍어 온 것 같다. 옥토끼도 못 만나고, 항아(姮娥)에게 술 한 잔 받아먹지도 못했다니, 뭔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한 것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음모론자들이 수군거리는 것처럼 달에 못 갔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긴 달을 보고 ‘워워워억’거리며 늑대로 변신한다고 우기는 자들이 득실대는 곳이니 할 말은 없다. 우리 달은 환하고 풍요롭고 즐겁기만 한데 말이다. 옛날 옥황상제에겐 아들이 자그마치 10명이나 있었단다. 요 놈들은 까마귀로 변신을 잘 했는데 어찌나 잽싸고 부산한지, 온 몸에 불이 날 정도로 싸돌아 날아다녔다고 한다. 일단 날면 어찌나 빠르던지 눈이 부실 정도였다고 한다. 요 놈들을 옛날 선조들은 ‘태양’이라고 불렀다. 요 어수선한 까마귀들은 동해 끝에 있는 부상(扶桑)이라는 나무에 앉아 놀기를 좋아했는데, 그 중 한 놈이 하늘을 날면 아침이 되고, 죽 날아
김종주
[크로스로드-이야진 공동기획에세이] 「별을 보여드립니다」는 지난해 타계하여 당신의 천국에 계실 이청준 선생의 소설 제목이다. 주인공은 천문기상학과를 나온 후 영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학위를 얻지 못했다. 귀국해서 유학 준비생들에게 영어회화나 가르치며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는 외로운 처지다. 공부한 것을 써먹을 수는 없었지만 실연당한 후로 그가 배운 학문을 통해 지상의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천상의 별을 찾으려 한다. 지상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천상의 별에서 찾아보려는 몸짓이다. 망원경을 통해 세상으로부터의 배반을 감당해가는 그 나름의 방법이다. 그는 어느 날 종로거리를 지나다가 5원을 받고 망원경으로 별을 보여주는 청년에게서 그 망원경을 사들인다. 세상의 논리대로 사랑을 하는 속물들에게 그렇게 싼 값으로는 별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별을 볼 줄 모르는
성시완
[크로스로드-이야진 공동기획에세이] ‘세계 천문의 해’… 이 뜻 깊은 해 벽두에 별에 대한, 보잘 것 없는 나에 대한 글을 쓰려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난 한해만 돌이켜 보아도 "밤하늘을 얼마나 쳐다보았으며 화려한 도시 불빛 속에 희미하게나마 빛나고 있는 별들을 얼마나 헤아려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대부분 사람들처럼 나도 바쁘게 살다 보니…하늘 쳐다볼 겨를이 없다"라는 핑계를 대본다. 지금쯤 방 한구석에 놓여있을 반사망원경 경통들과 마운트, 삼각대 그리고 아들 녀석 책상 서랍에 박혀있을 아이피스들… 창피하게도 지난해에는 단 한 번도 그것들을 조립해 본적이 없다. 나는 인터뷰나 방송 그리고 지면을 통하여 내가 소개하고 있는 음악들과 저 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을 자주 비유하게 된다. 비약적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 음악은 저 하늘의 별들만큼 많다…내 직업이었던 DJ는 천체 망원경과도 같은 역할이다. 숨
이권우
[크로스로드-이야진 공동기획에세이] 살다보면 별 생각 없이 쓰던 단어의 뜻을 온몸으로 느낄 때가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할 때, 칠흑漆黑은 옻칠처럼 검다는 뜻이다. 오늘에야 옻칠한 물건을 만나기 어려우니, 얼마나 검은지 알 길 없지만, 이 말의 흔한 쓰임새로 보아 무척 어두운 상황을 이르는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만하다. 그날 내가 맞닥뜨린 상황이 꼭 그러했다. 정말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 싸여 눈앞에서 코를 베어가도 누군지 모를 정도로 깜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 여름에 어찌 별과 달이 뜨지 않아 이리 어두운지, 그리고 밤하늘에 그것들이 없으면 이토록 어두울 수도 있는가, 하고. 어쩐지 이상했다. 버스에 중고등학생들이 타고 있기는 했지만, 정류장에 랜턴을 든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제 식구를 찾아 데리고 갔더랬다. 순간,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어 사람들이 긴장해 저러나 했다. 시골길이 밤중에 무섭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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