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5
김보영
1. 사람들은 말하곤 하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던 골고다 언덕에, 부처가 명상에 잠겼던 보리수 앞에, 마호메트가 계시를 들었던 히라산 동굴 앞에, 사진기를 들고 온 관광객들이 바글거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인류가 미래의 그 어느 시간에든 시간여행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증명이 된 것과도 같다고. 요람에 누운 히틀러를 찾아온 암살자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수용소에 갇힌 유태인들을 탈출시키러 온 이스라엘 군대가 없었던 것만으로도, 노예선에 실려 끌려가는 흑인들을 찾아온 국제인권단체가 없었던 것만으로도. 1차, 2차 세계대전의 그 어느 전장에도 조국의 역사를 바꾸러 온 미래의 지원군이 없었던 것만으로도 말이지. 트로이 전쟁과 적벽대전 한복판에 노트북을 들고 뛰어다니는 종군기자들에 관한 기록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말이야. 고호는 결코 가난하게 살지 않았을 거야. 그가 붓을 씻은 걸레 한 조각이라도 구하러 미술상들이 몰려들었을 테니까. 모차르트도 젊은 나이에 죽지 않았겠지. 진료가방과 수
0
최나리
지난 2008년 11월 24일, 크로스로드는 대학(원)생 기자로 김경옥(POSTECH), 성주연(POSTECH), 윤혜옥(KAIST) 학생을 뽑았다. 선발된 대학(원)생 기자는 앞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해외 과학자와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국문 및 영문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더불어 센터에서 행해지는 학술 행사 및 아·태과학자 네트워크 구축 사업 관련 행사를 취재하는 일도 맡는다. 이에, 이번 HOT APCTP에서는 특별히 앞으로 크로스로드를 더욱 알차고 흥미롭게 꾸며줄 새내기 기자들의 지원동기와 각오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외 과학자를 만나보고자 지원해 저는 대학생은 아닙니다. 이미 학부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화학과에 진학한 대학원생입니다. 그래서 대학생 기자 모집이라는 말에 잠깐 지원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 기자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전화로 대학원생도 지원해도 괜찮은지 문의한 후 지원서를 쓰고 있습니다. 대학생 기자를
노의성
이 책의 기획 취지는 단순하다. 한국의 대표 지식인들이 ‘과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생생한육성으로 들어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유치하고 있는 국제기관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가 운영하는 인터넷 웹진 크로스로드>에 연재된 에세이들 중에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답하는 글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이 책의 기획에 참여한 지식인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현재 문단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소설가 김연주에서 현대의 한글 문학을 구축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비평가 김병익 까지 한국 인문학계를 대표하는 문인들과, 서울대 자연대 학장을 지낸 물리학과 교수 오세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생충학 연구자인 서민까지 뛰어난 자연과학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과학의 사회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환기시켜 온 김동광, 김명진 등의 기라성 같은 과학학자들이 참여했다. 또한 생물철학자 장대익,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탈주의 철학자 이진경, 고병권
전중환
샌타 바버라(Santa Barbara)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류학 교수를 지낸 도널드 브라운(Donald Brown)은 수업시간 중에 문화의 다양성을 설명하면서 이런 예를 들곤 했다.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 현장 연구를 하던 어느 날, 나는 두 젊은이와 함께 나무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주 가까이에 또 다른 청년이 거의 비슷한 높이의 사다리 아랫단에 앉아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벤치가 지겨워져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의 동시에, 세 젊은이가 모두 허겁지겁 나를 따라내려앉았다. 나는 그들이 벤치가 불편해서 그런 게 아니라 브루나이에서는 윗사람보다 더 높은 곳에 앉으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나는 그들을 만류하면서 벤치에 계속 앉아있으라고 했다 (Brown, 1991, pp.1~3). 한국 독자들에겐 별로 신선한 일화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미국 대학생들에겐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고도 남는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미국 젊은이들이 사
국형태
요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자동차의 시동을 걸면서 조금만 멀다 싶으면 으레 이것부터 연결하고 본다. 예전 같으면 가는 길을 미리 확인하여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야 출발했지만, 이제는 목적지만 입력 해놓으면 시시각각 옮겨갈 차선까지도 알려주니 편하기 그지없다. 덕분에 길을 기억하는 능력은 점점 쇠퇴하고 있지만 신경을 덜 쓰면서 운전하는 편함을 마다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 장치에는 경유방법을 달리 설정할 수 있는 여러 기능들도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목적지가 같으면 길이 막히든 말든 항상 같은 길을 제시한다. 내비게이션이 제시하는 것은 가장 짧은 길인데 교통상황, 즉 다른 운전자들의 행위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내 주위의 다른 운전자들도 같은 종류의 장치에 의존하여 같은 길을 달리고 또 이런 운전자가 많아진다면 교통체증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즈음이 되면 내비게이션이 제시한
백승영
1. “나는 견본을 하나 보여주려 한다. 전문 철학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있는 완고한 현역 과학자의 모습을. 나는 여기서 혼자가 아니다. 내가 알기로 2차 대전 이후 물리학의 진보에 활동적으로 참여했던 과학자들 중 자신의 연구가 철학자들의 작업으로부터 중요한 도움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나는 여기서 철학의 당혹스러운 ‘비합리적 무용성을’ 문제시하고자 한다. 과거 철학적 교리들이 과학자들에게 유용했던 때 조차도 그것은 일반적으로 너무나 오래 살아남아 그것이 원래 주었던 이익보다도 더 큰 손해를 끼쳤다.”(p.168) 이 놀라운 단언은 1979년 노벨상을 받은 입자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가 <<최종이론의 꿈(Dreams of a Final Theory)>>(1993)에서 밝힌 것이다. 이것은 일군의 과학자들의 적극적 지지와 일군의 과학자들의 심정적 동의를 얻고 있는 ‘철학무용론’의 일종이다. 물론 <<최종이론의 꿈>>의 핵심논
임경순
오랜 역사를 통해 과학과 문학, 예술은 인간의 문명과 함께 성장했다. 문자의 발견은 과학의 시작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공예, 도자기, 금은세공품, 유리 제조의 발전에서 보듯이 고대 문명의 발생 과정에서도 예술은 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발전했다. 과학과 예술은 모두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장인적 노력이 수반된다는 면에서 기술과 예술은 동일한 기원을 지니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통합 피타고라스 이래로 수학과 음악은 같은 차원에서 논의되었으며, 태양계 내의 행성의 운동을 정다면체의 내접, 외접하는 형태로 이해한 케플러의 생각에서 보듯이 수학과 음악의 연결은 일종의 우주적 관계로 여겨졌다. 기하학에서 단순성과 대칭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고대의 예술가들도 자연의 기하학에서 조화와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문주의자들과 장인, 예술가들이 서로 긴밀한 교류를 가지면서 과학기술과 예술의 통합적인 세계를 구축하였다. 르네상스 시
독자님의 정보를 입력해주세요.
* 는 필수항목입니다
첨부파일은 최대 3개까지 가능하며, 전체 용량은 10MB 이하까지 업로드 가능합니다. 첨부파일 이름은 특수기호(?!,.&^~)를 제외해주세요.(첨부 가능 확장자 jpg,jpeg,png,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