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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이영도
별들은 움직인다. 우주의 모든 것과 당신 애인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그 녀석들이 잠깐만이라도 그 수십억 년째 계속되는 조깅을 멈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이, 커피 브레이크! 말 안 듣는다. 줄기찬 놈들이다. “별들은 네가 자기들을 본받길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나?” “못 생긴 위탄인이나 별들이 뭐라고 말하든 난 커피를 마실 거야.” “남은 시간이 이미 두 자리 수로 떨어졌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사실이 유감스럽군.” 나는 스크린에서 카운트다운되고 있는 시계를 보았다. 137시간. 멍한 정신으로 위탄인은 12진법을 쓰던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가까스로 저 빌어먹을 위탄인이 내 수면 시간을 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유들유들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말했다. “이걸 마시면 세 자리로 늘어날 거야. 제르비.” 제르비의 영상 주변에 떠오르는 이모티콘들을 종합해 보건대 느긋한 태도 조성은 실패한 것 같다. 하긴 눈에 핏발이 서고 수염이 덮수룩하게 난 지구인은 같은 지구인에게도 위엄을 보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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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
에 글이 올라와 있을 적에는 상당히 카오스적이라고 느꼈는데, 주제별로 분류하고 배열하니 의외로 코스모스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책을 읽어보면 이 말이 '자화자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의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저자 30인의 명단이 책 표지를 각기 다른 글씨체로 빼곡히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강 이름을 살펴보자. 한 가운데 위아래로 원로 문학평론가 '김병익'과 개각 때마다 교육">플라톤의 <향연>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 모여 사랑을 놓고 나누는 대화의 '향연'을 담은 책이다. 만약 영역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30인이 모여서 '과학'을 놓고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향연이 펼쳐질까? <과학이 나를 부른다>(강신주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바로 이런 상상을 현실로 바꾼 책이다. 이 책은 그간 <크로스로드>에 실린 30편의 에세이를 추려 묶은 것이다. 필자를 선정하고 원고를 청탁했던 이권우 편집위원은 '기획의 말'에서 "<크로스로드>에 글이 올라와 있을 적에는 상당히 카오스적이라고 느꼈는데, 주제별로 분류하고 배열하니 의외로 코스모스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책을 읽어보면 이 말이 '자화자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의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저자 30인의 명단이 책 표지를 각기 다른 글씨체로 빼곡히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강 이름을 살펴보자. 한 가운데 위아래로 원로 문학평론가 '김병익'과 개각 때마다 교육
김경옥
세상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빤히 들여다 봐도 내 안에서 이런 감정이 솟아나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고 휘둘리기 싫어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을 때도 많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싶어하지만 그러기 어려운 까닭인지 마가 스님의 '당신은 마음의 노예인가? 주인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마가 스님의 강연은 행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누군가와 짝을 이룬다. 그리고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기도 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자신의 장점을 얘기하고 어려웠던 일도 털어놓았다. 매일 마주치고 사는 사이에서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나를 돌아본 적도 거의 없고 상대방과 마주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면서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마가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마음의 노예이고, 마음에서 어떤 일
이종필
지난 9월10일 공식적인 가동에 들어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LHC)는 전 세계 과학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LHC는 두 개의 양성자 빔을 원형으로 가속시켜 높은 에너지로 충돌시키는 원형 입자가속기이다. 제네바 근교 지하 100m 터널 안에 건설된 LHC는 그 둘레가 27㎞에 달한다. 과학자들이 LHC에 열광하는 이유는 높은 충돌 에너지 때문이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양성자들은 자기 자신의 질량보다 7000배나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다. 따라서 두 양성자의 충돌 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1만4000배에 이른다. 이는 유사 이래 인류가 소립자로 만들어 낸, 전대미문의 가장 큰 에너지다. 그 자체로 더 이상 쪼개지지 않아 기본 소립자로 분류되는 전자와는 달리, 양성자는 입자의 최소 단위가 아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양성자가 쿼크와 접착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양성자가 고에너지로 충돌하면
이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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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는 소맷귀를 써서 잡는다. 노래방 마이크에 위생 덮개가 씌워 있지 않으면 찜찜하다. 텔레비전 CF에선 예쁜 여배우가 은나노 항균 세탁기를 광고한다. 동료가 사무실에 데려온 애완견이 귀여워 보이지만 쓰다듬어주진 않는다. 날씨가 차가워졌으니 서둘러 독감 예방 접종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기생체(parasite)와의 전쟁은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전염성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은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공통조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다. 물론 극히 복잡하고 정교한 우리의 면역계는 병원체의 침입에 맞서서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면역계는 병원체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난 다음에야 공습경보를 울리고 퇴치 작전을 개시한다. 그 과정에서 염증이나 발열 등 적지않은 비용도 치른다. 이 칼럼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듯이, 자연선택이 그토록 강력한 진화의 기제라면 병원체를 옮길 만한 사람이나 사물과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으려 애쓰는 심리도
국형태
해마다 이 맘 때면 대학입시를 치르느라 온 나라가 북새통을 이룬다. 입시원서 마감은 대개 12월이지만, 합격자 발표에 등록을 포기한 학생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추가합격자까지 확정되려면 2월 중순까지는 가게 된다. 그래도되나 싶지만, 다수의 신입생들에게는 불과 보름 전에 3월 첫 수업을 들을 대학과 전공이 정해지는 것이다. 좌우간 대부분의 입시생과 부모들은 이때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지내게 된다. 기실 이들의 입시전쟁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것이다. 고등학교는 당연한 것이고,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심지어는 아직 말도 덜 떨어졌을 때부터 시작되기도 했을 것이다. 대학입시는 이 긴 전쟁의 마지막 전투라고나 할까? 정규입시만큼 드러나지 않지만 입학한 이후에도 치르는 또 하나의 입시가 있다. 그것은바로 전과이다. 전과를 허용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고 허용하더라도 대학마다 그 유형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과제도는 입학한 이후 일이 년이 지나서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장회익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리가 너무 어렵고 자신은 도무지 물리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사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근자에 이르러 물리교육학자들 사이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거의 모든 사람은 엄청난 수준의 자생 물리학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성장해가면서 아무 교육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높은 수준의 개념체계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물을 이해해나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들은 자기가 이러한 지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흔히 “나는 물리를 하나도 몰라요”라고 하면서 자기 머리가 텅비어있다고 생각한다. 물리교사들 또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마치도 백지에 그림을 그려내듯이 그들의 머릿속에 물리학이라는 그림을 그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그 ‘백지’가 물감을 잘 받지 않는 것이었다. 기름먹인 종이가 물감을 튕겨 내듯 도무지 스며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알고 보니 그들 머
김시천
‘시각적 인식’과 ‘상상하기’ 20세기가 시작되던 1900년 폴란드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심리학자 조셉 재스트로(Joseph Jastrow)는 『심리학에서의 사실과 우화』(Fact and Fable in Psychology)에서 다음과 같은 기이한 그림을 제시한다. 보기에 따라 이 그림은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 <토끼-머리>로, 혹은 왼쪽을 향하고 있는 <오리-머리>로 볼 수 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에서 이 그림을 <토끼-오리 머리>라고 부르면서, 사물을 본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해석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 그림을 <토끼-머리>로 보는 순간 그것은 ‘토끼’로 보이지만, <오리-머리>로 보는 순간 그것은 ‘오리’로 보인다.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해석인 것이다. 이제 또 다른 그림 하나를 살펴보자. 조선 중기의 의학자 허준 이 책임 편찬한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인체를 묘사한 다음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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