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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1. 오늘 딸을 돌려보냈다. 해초로 만든 옷을 입고 보트 위에 누워 있는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예뻐 보였다. 해초밭에 도착하자 우리는 항아리에 담아온 물고기의 진액을 그 아이의 몸에 뿌리고 서서히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스물을 세기도 전에 진액의 냄새를 맡고 온 작은 물고기들이 아이의 옷과 살을 물어뜯었다.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아이의 얼굴이 물고기 떼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나는 딸의 끝을 봐야 했다. 집에 돌아오자 나는 내가 목탄으로 그린 아이의 초상화를 꺼냈다. 아내는 말렸지만 나는 해야 할 일을 했다. 화로 속에서 그림이 불타는 동안 아내는 울면서 내 등을 후려쳤다. 나는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불타고 남은 재를 그러모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재를 바람에 날렸다. 마지막 한 줌의 재가 허공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아내는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내의 상실감을 이해한다. 누군들 자기 아이의 장례식을 치르고
Crossroads
안녕하세요? 크로스로드입니다. 10월 호 서평 선정 대상 도서는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스피노자의 뇌> 입니다.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7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입니다.)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상대성 이론 그후 100년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얼터너티브 드림 서평은 답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도서-스피노자의 뇌 : 기쁨, 슬픔, 느낌의 뇌과학 * 지은이-안토니오 다마지오 저/임지원 역/김종성 감수 | * 출판사-사이언스북스 * 출판년도-2007년 05월 * ISBN-13 : 9788983712042 신경과학에 대한 굵직한 저서들이 발빠르게 번역 출간되고 있는 요즘, 올해 나온 신경과학책 중에서도 ‘스피노자의 뇌’는 가장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 책을 쓴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오랫동안 아이오와의대 신경과 교수를 지내면서 ‘감정이 의사결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로 의사결
국형태
포항시민과 같이 하는 과학문화행사 "Science in City Hall"은 지난 3월 말에 이어 2회째 행사였다. 행사의 1부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초청강연이었고, 2부는 극단 청맥이 선보이는 과학연극 코펜하겐의 하이라이트 공연이었다. 청중은 일층과 이층의 좌석 600석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상당수는 좌석 옆쪽으로 난 통로계단에도 자리를 잡았다. 2회째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Science in City Hall에 호응하는 포항시민의 열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홀은 왠지 빈자리가 많은 듯해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이유는 관객의 상당수가 시청홀의 의자가 넉넉하기만 한 어린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에 가득찬 어린 청중들은 사회장의 행사 시작 안내가 나가는데도 재잘거림을 그치질 않아 장내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미리 도착해서 좌석 맨 앞의 좌석에 앉아 있던 연사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서 휴대폰 카메라를 연신 찍어대기도 했다. 작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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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
잎 지는 산맥은 위쪽에서부터 허연 뼈를 드러내고, 나무들은 그 몸속에 잠재해 있던 모든 빛깔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면서 타오른다. 김훈, 자전거 여행. p. 266 샘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생물학은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고 생각하던 철학과 학생으로 하여금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대학원에 입학하게 한 장본인이 바로 눈앞에 앉아 있었다. 2학년 때 우연히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읽은 이후,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은 샘에겐 전설이었다. 이제 그 해밀턴 교수의 연구실에서, 샘은 석사 과정 연구를 지도해 주십사고 더듬거리며 부탁하고 있었다. 머리에 서리가 내린 해밀턴 교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타는 듯이 붉고 누런 가을빛이 옥스퍼드대학 공원(University Parks)을 온통 휘감고 있었다. 해밀턴은 묵묵히 풍경을 응시했다. 마치 샘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한참 후 샘을
정재승
아태이론물리센터 웹 저널 ‘크로스로드’를 야심차게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 준비하느라 보낸 꼬박 1년의 시간을 보태면 크로스로드와 함께 한지 4년이 된 셈이다. 과학자가 일반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과학컨텐츠를 만들겠다는 창간호의 신념은 해가 갈수록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과학문화 창달을 위한 여러 단체들이 있고, 과학 대중화에 깊은 뜻을 가진 과학 교사들도 많지만, ‘과학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는 별로 없다’는 점에서 크로스로드의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믿는다. 그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하며 쓴 원고를 우리들에게 보내주었고, 편집위원회는 한편 한편을 소중하게 검토하며, 3년 동안 인터넷 공간에 그들의 목소리를 실어주었다. 그들의 글은 때론 어려웠고, 때론 강렬했으며, 때론 추상적이었지만, 그 모든 것들은 과학자들이 낸 ‘날것의 목소리’였다. 그 중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로젝트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에세이 코너’
이인식
1 보통 사람들은 과학자란 실험실에 처박혀 연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일에 무관심한 일벌레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리스 시대부터 여느 분야의 전문가 못지않게 사회적 문제에 참여해왔다.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기원전 585년에 있었던 일식을 예견한 것으로 알려진 탈레스(기원전 640~ 기원전 546)는 천문학 지식을 이용해 올리브의 풍작을 예측하고, 올리브 짜는 기계를 독점해 큰돈을 벌어들여 세계 최초의 과학적 사업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철학자로서 생물학을 과학으로 만든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 기원전 322)는 마케도니아 왕궁에서 훗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된 왕자의 가정교사 노릇을 했다. 중세 이슬람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동시에 행정가이기도 했다. 이슬람 의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이븐 시나(980~1037)는 황제의 주치의인 동시에 일반 자문관으로서 능력을 발휘하였다. 16세기 중반에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공직에 있었다. 태양 중심적인
최성일
올 초부터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 연재하는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는 일종의 한풀이다. 그간의 과학책 읽기에 비춰보면 우수한 과학책일수록 인문적이긴 했으나, 인문적 시각으로 과학책을 읽는다는 애초의 기획 의도는 부차적일 수 있다. 이런저런 도서선정위원으로 사회과학이나 실용 분야는 맡아봤어도 인문과 과학은 늘 내 몫이 아니었다. 과학은 특히 그랬다. 네 사람이 번갈아 쓰는 <한겨레> 신문의 독서칼럼에선 과학책을 다뤄선 곤란하다는 묵계가 있다. 필자 가운데 젊은 과학자가 있어서다. 나는 과학책을 좋아한다. 내가 즐겨 읽는 과학책으로는 우선, 과학자의 자서전과 전기․평전이 있다. 과학의 역사적 고전과 현대의 고전은 마땅히 포함된다. 과학의 특정 분야와 이슈를 다룬 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수학과 의학을 과학에서 배제하긴 어렵다. 아무튼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연재가 과학책을 한번 원 없이 읽고, 다뤄보고 싶던 과학책에 대해 마음껏 써보는 마당을 제공하고 있는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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