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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Stage 4. 피가 온 몸에 순식간에 뿌려졌다. 높은 파도가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물이 튀는 것처럼 말이다. “뭐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너도 좀비가 되고 말 거야.”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책상과 걸상이 뒤에서부터 앞으로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제길, 넌 도움이 안 돼.” 진아는 걸상으로 흐느적거리는 좀비를 찍어 내린다. 걸상 다리에 등이 박힌 좀비가 피를 튀며 쓰러진다. 그런데 이놈들 한 둘이 아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좀비들은 방금 시체가 된 아이들을 짓밟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 라고 해봤자 진아와 나 둘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벌벌 떨면서 웅크려 앉아 있는 나는 역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쓸모없는 겁쟁이. 나는 교탁에 웅크리고 숨어서 500원짜리 크기의 구멍으로 교실을 보고 있을 뿐이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좀비의 수를 세어본다. 총 세 마리다. 진아가 교탁으로 들어온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하지...”
Crossroads
안녕하십니까? 웹 저널 Crossroads입니다. 저희 Crossroads에서는 라는 새로운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APCTP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과학 도서’를 읽으신 후 서평을 작성해 주시는 코너입니다. 매 월 우수 서평을 써주신 1분을 선정하여 APCTP의 기획도서 3종(3만7천원 상당)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분량은 A4 1페이지 정도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답글로 써 주시면 됩니다. APCTP 기획 도서 3권 안내 상대성 이론 그후 100년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얼터너티브 드림 이번 호 서평선정 대상 도서는 2007년 출간된 <스트링 코스모스>입니다. 도서 정보 제목: 스트링 코스모스 지은이-남순건 출판사-지호 출간일-2007년 03월 28일 ISBN-10 : 8959090255 ISBN-13 : 9788959090259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물리학은 대중의 관심과 경외심을 끌고 있다. 냉전 시대의 핵물리학은 국력을 가늠하는 기준이었기
이권우
책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고는 한다. 읽고 나서 새로운 것을 깨달아서 이기도 하고, 직접 책을 써서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인생행로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은희씨는 두 번째 경우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살아가던 그이는, 틈틈이 인터넷에 신화를 과학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설명한 글을 올렸다. 그 글이 눈 밝은 편집자 눈에 띄고, 청소년들이 읽기 맞춤한 책으로 나왔다. 널리 읽히면서 직장을 과학문화재단으로 옮겨 활동했고, 지금은 전업 작가로 살아간다. 극적이라면 극적이랄 수 있다. 그 이은희를 만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책읽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지만, 정작 저자를 직접 만나는 기회는 드물다. 게으르기도 한데다 칩거형이라 그런 모양이다. 이은희씨의 글은 쉽다. 적어도 눈높이를 맞춰 원리를 설명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참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과학저술가가 소중하다. 쉽게 쓴다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욕심 버리고 상대방 처지에 설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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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
위대한 과학자라도 대학원생 시절을 꼭 행복하게 기억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다윈 이후 가장 훌륭한 다윈주의자로 꼽힐만하다’ 는 찬사까지 들었던 진화생물학자 고(故)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은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한 번도 연구실에서 내 책상을 가진 적도 없고, 내 연구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라는 제의를 받은 적도 없었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가운데 내 이름을 알거나 내가뭘 하는지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시간을 나는아주 외롭게 보냈다. 때때로 나는 내 단칸방이 너무나 지긋지긋하게 느껴진 나머지, 도서관에서 밤늦게 공부하다가 폐장시간을 넘기면 내 방이 아니라 워털루 기차역으로 향하곤 했다. 대기실 벤치에서 여행객들 사이에 앉아, 나는 계속 책을 읽거나 수식 모델을 세웠다. ” (Hamilton, 1996, p.11, 25) 해밀턴이 이토록 완벽하게 ‘따’를 당한 것은 그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
박상준
살다 보면,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아쉬워질 때가 많다. 세상일에서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일을 처리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처리하는 과정의 어려움에서 온다. 방법이 명확하면 명확한 만큼 대상도 선명해지고 일의 처리 단계도 깔끔하게 분절된다. 이런 상태에서라면 아무리 복잡다단한 일이라도 간단한 알고리즘을 따라 하나씩 처리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세상 어느 일도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처리 방법부터 그 정당성을 의심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닌 이상 이러한 어려움은 피하기 힘들다. 해야 하는 일의 성격과 가치가 고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듯 우리의 일도 변하게 마련이어서, 일처리 방법 또한 그에 맞춰 변하기를 요구한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방법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상과 상황, 때에 맞는 여러 방법을 적절하게 골라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어떠한 방법을 금과옥조인 양 고정시
하지현
20세기를 목전에 둔 1895년 유럽. 파리와 빈에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파리에서는 뤼미에르 형제가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활동사진을 처음으로 상영하였다. 그리고 빈에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와 조세프 브로이어 (Joseph Breuer)가 '히스테리 연구 (Studies on Hysteria)'를 출간하였다. 이 책을 출간한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이트는 처음으로 인간 정신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Unconscious)의 세계가 존재하며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신분석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처음 상영하고 백 년이 지난 지금, 제8의 예술이라 불리기도 하는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이자 예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 정신분석 역시 대중과 학계의 관심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현대의학과 과학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정신분석학, 정신분석 치료라는 것은 여전히 의미를
정준영
1. 1980년대는 대중음악의 시대였다. 노래운동을 표방한 이른바 “민중음악”이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며 1980년대 내내 빈번하게 벌어졌던 대학생과 노동자의 시위현장에서도 노래의 역할은 중심적이었다. 노래패가 핵심을 이뤘던 “문화선전대”가 집회의 분위기를 이끄는 데 앞장섰고 집회의 참여자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집단정서를 다졌다. 민주화가 진척되고 노동운동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민중음악의 힘도 점차 빠져갔다. 하지만 민중음악이 침체되었다고 노래의 힘마저 덩달아 약화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의 신세대가 노래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으면서 노래는 다시 한 번 사회적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존 대중음악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했던 서태지가 새로운 세대의 우상이 되었으며, 상품시장에서 신세대의 영향력이 커지자 서태지를 뒤이은 댄스그룹들의 노래는 10대를 넘어 전세대가 공유해야 할 공통분모의 위치로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먼저 노래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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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즈노 긴팅
교사의 중요한 역할 아직 중학교에 다닐 때 나는 물리와 생물 공부하는 것을 정말로 좋아했다. 두 과목은 우리 주위의 일상적인 생활과 잘 관련이 되어있고, 어디를 가던 이 과목들을 연관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화학은 아직 듣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Sumatra) 북쪽의 고원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버라스타기(Berastagi)에서 자랐다. 버라스타기는 매우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날씨는 서늘한 편이어서 일년 내내 기온이 평균 섭씨 25도정도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집으로부터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학교로 이른 아침 걸어갈 때면 젖은 들판 위로 떠돌다가 해가 뜨면서 천천히 사라지는 옅은 안개를 항상 볼 수 있었다. 물리수업이 있는 어느 날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물리선생님은 물의 증발을 설명하고 있었다. 물에 열을 가하면 온도가 섭씨 100도가 될 때 물이 증기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는 압력의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설명을 당연하게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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