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0
박성환
- 세계는 수식으로 설명 가능하다. 선생님이 뽐내며 말했다. - 하지만 세상에는 기호에 속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소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중급계량학 시간이었다. 산학 선생님은 맥박계와 체온계, 작은 칠판과 분필 하나를 가지고 장미꽃을 봤을 때 발생하는 심박변동량과 체온상승량 사이의 관계식을 유도해서 꽃의 심미지수를 계량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26명의 학생들 중 24명이 관계식의 허용 범위 안에서 반응했다. 종이 치자 선생님은 이 공식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산출하여 일반화할 것을 숙제로 내고 교실을 나갔다. 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 나무막대기 몇 개를 세워 그림자들의 길이로 태양광선 입사각의 차를 산출해서 지구의 직경을 측정하려고 시도하며 놀았다. 그 옆에서는 저학년 꼬마 몇이 단위 부피당 모래의 개수를 헤아려 운동장 전체의 모래알 개수를 추산하려고 재잘거렸다. 1. 소년은 현관문을 열고 조심스레 인기척을 살폈다. 곧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게나 모래 신발을 벗었다. 언
김병윤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은 “정치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질문을 우주 개발에 대해 던져보자. 1957년 스푸트니크 발사가 기화가 된 미국과 소련 간의 ‘경쟁’은, 출발은 늦었지만 집중적인 투자에 힘입어 아폴로계획, 스페이스셔틀, 패스파인더호의 화성 탐사, 허블망원경 등에서 성공한 미국의 승리로 흔히 이해된다. 실제로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미국은 이듬해에 NASA(National Aeronautical and Space Agency)와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1972년에 DARPA로 개명)를 1958년에 설치했고 1960년 미국립과학재단(NSF)의 예산을 직전 해보다 약 1000만 달러가 늘어난 1340만 달러로 책정했다. NSF의 급속한 예산 증가는 이후 10년 동안 지속되어 1968년에는 연간예산이 5000만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이 금액은 10년 전 예산에 비하면 16배나 늘어난
이종필
올해 2008년 4월 8일이면 한국도 우주인을 배출하게 된다. 마침 내년이면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지 40년이 되는 해라 우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모양이다. 우주를 향한 꿈에 가슴 설레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지만 자연과학을 현직에서 연구하고 있는 글쓴이의 감회도 남다른 면은 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의 동네꼬마들은 거의 압도적으로 장래희망을 과학자라고 말했었다. 특목고 진학이 장래희망인 요즘 초등학생들은 그 분위기를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태권V나 마징가Z에서부터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개발 소문에 이르기까지 숱한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본격화된 우주개발도 분명 한몫을 했다. 1971년생인 나로서는 동네 형들이 “넌 아폴로가 달 착륙하는 거 못 봤지?” 하며 놀려대는 것이 무척이나 야속했다. 즐겨 보던 백과사전이나 어린이 잡지는 우주탐사에 나서는 로켓과 우주선 등으로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달착륙선
강양구
1950~1960년대 유리 가가린부터 닐 암스트롱까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우주인은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소연 씨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보면, 확실히 온도차가 있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이 우주인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크로스로드>는 유인 우주 개발, 더 넓게는 우주 개발을 더 넓은 맥락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김병윤 씨는 동서 냉전의 산물로 촉발돼 상업주의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한 우주 개발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이 글은 지난 2월 소개된 김명진 씨의 에세이와 함께 읽는다면 더욱더 좋을 듯하다. 반면 이종필 박사는 유인 우주 개발에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우주인 사업이 일부 논평처럼 ‘잘못된 짓거리’로 볼 수만은 없다는 것. 그러나 그 역시 우주인 사업이 단순한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에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특히 고작 수천만 원도 없어서 폐기될 위
전중환
텍사스 대학에 유학 가서 처음으로 들은 강의는 내 지도교수님이었던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가 진행하는 진화심리학 세미나 수업이었다. 첫날, 교수님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저명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가 쓰고 있는 책의 원고를 저자의 동의 하에 몇 주에 걸쳐 강독하겠노라 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빈 서판(The Blank Slate)》이었다. 핑커의 전작들에 푹 빠졌던 나로서는 그가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기대가 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고에서, 핑커는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이 상호작용하여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낳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는 것이다. 아하, 그러시군요. 하지만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인간 유전체가 다 해독된 이 시대에 아직도 인간은 진화의 산물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나? 다음 주 세미나 시간에 핑커가 이번 책에서는 시쳇
노명우
1. 지식인의 직업은 다양하지만 지식인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육체노동이 아니라 창조적인 정신노동을 행하며, 적잖은 경제적 보수를 받으며, 자율적인 방식으로 노동을 행하며 동시에 존경받는 사회적 지위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사람들은 그들이 인격적으로 성숙하기를 원하고 강한 사회적 책임감을 지니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이 비행을 저지르거나 실수를 범했을 때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여준다. 사회가 지식인의 비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만큼 지식인의 지위를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망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만약 지식인 중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면 사람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냥 벌 떼처럼 몰려들어 지식인들을 다그친다. 대학교수가 관련된 비리가 신문에 보도되기만 하면 무수히 많은 리플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다. 만약 대학교수이면서
장한
과학자의 임무는 무엇인가? 통상적인 답은 ‘연구’가 될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의 주된 일은 연구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에서 과학이 점점 더 중요해질수록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서 현대과학의 역사는 서양에 비해 훨씬 짧다. 중국도 심한 예지만, 이런 국가들에서 과학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위조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중과 정부를 속이는 등, 일부 과학자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첨예하게 비난받는 예가 있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과학자들이 강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과학자들이 배워야 할 어떤 모범을 제시하고자 한다.많은 경우에 과학적 결실은 칼날의 양면처럼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예컨대 핵에너지 응용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핵발전소를 짓는다. 이를 통해 부족한 에너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반면, 핵무기는
독자님의 정보를 입력해주세요.
* 는 필수항목입니다
첨부파일은 최대 3개까지 가능하며, 전체 용량은 10MB 이하까지 업로드 가능합니다. 첨부파일 이름은 특수기호(?!,.&^~)를 제외해주세요.(첨부 가능 확장자 jpg,jpeg,png,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