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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모부산대학교 교수
2025년 노벨 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의 개발(development of metal-organic frameworks)”에 기여한 공로로 기타가와 스스무(北川 進, 1951-),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1937-), 오마르 야기(Omar Yaghi, 1965-)의 세 사람에게 주어졌다. 이 글에서는 금속-유기 골격체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개괄하고자 한다. 다공성 물질(porous materials)이란 많은 구멍을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서, 해면이나 수세미와 같은 생물체,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들을 흉내 낸 합성수지 스펀지 등을 생각해 보면 어떤 구조일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들은 부피 대비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구멍의 크기가 나노미터(nm) 수준인 물질을 나노다공성 물질(nanoporous materials)이라고 부르며, 부피 대비 표면적이 매우 넓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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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KASI
강연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자리에서 유독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바로 천문학 분야에 왜 정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천문학을 왜 꼭 해야 하는지', '천문학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의 질문도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이때 타깃이 되는 천문학 분야는 우주탐사를 통해 인류가 도달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영역보다 훨씬 먼 우주, 일상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심우주를 일컫는다. 처음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당황한 나머지 두서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 후 당황스러운 순간을 다시 마주하지 않기 위해,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 존재의 근원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라는 그럴듯한 답변을 마련하여 활용하기 시작했다. 답변이 다소 막연하고 함축적이었기에 좀 더 친절한 설명이 뒤따라야 했지만, 스스로 고민하여 도출한 결론이 아니었기에 디테일을 조목조목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무책임하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곤 했다. 고백하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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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올해는 광복 80주년의 해이다. 그리고 국립중앙과학관도 개관 80주년을 맞이한다. 암울했던 시기를 거쳐 새로운 희망을 가지던 때, 다른 무엇보다도 과학관부터 설립했다. 우리가 힘이 없어 겪은 어려운 시기의 원인과 이를 극복하는 동력을 과학기술에서 찾았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의날은 4월 21일이다.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과학기술처가 설립된 날이다. 과학기술처가 출범한 것이 1967년이니, 곧 60주년 과학의날을 맞이한다. 그런데 우리의 과학의날 원조는 훨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3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잡지 ‘과학조선’이 창간되고, 1934년 첫 과학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당시 이름은 ‘과학데이’였고, 다윈이 세상을 떠난 날인 4월 19일을 기념했다.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것처럼 각계 인사 31인이 모여 첫 과학데이를 기념하였다.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여러 인사들이 모여서 대중에게 과학지식을 보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김범준성균관대학교 교수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분 최종 후보로 오른 재밌는 환상 공포 소설 <저주토끼>의 저자 정보라의 단편소설집이다. <너의 유토피아>는 책 표제와 같은 제목의 단편을 포함해 모두 8편의 멋진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단편 대부분의 시대 배경은 미래다.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열쇠말로 나는 ‘공감과 연대의 미래’를 꼽아본다. 시간이 흘러도, 이곳 지구가 아니어도, 인간이든 아니든 모든 의식적 존재는 공감과 소통을 꿈꿀 것이라는 작가의 전망이 책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내려면, 나, 너, 우리의 유토피아를 향해 그래도 조금은 한 발짝 다가서려면, 함께 하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추측해 봤다. <영생불사연구소>는 유머러스한 저자의 글솜씨가 두드러지는 단편이다. 읽으며 혼자 킥킥 웃은 문장이 많다. 영생하고 불멸토록 승진 가능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김과장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다. 연구소 임원들은 영생불사와 불로장생의 개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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