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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
2015년 12월 25일 안녕. 어제는 영화를 보느라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어. 나중에 짬이 좀 나면 볼 요량으로 결제한 영화들이 계정에 쌓여서, 전부 삭제하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도 못 찍을 정도였거든. 아무래도 아까워서, 지워버리기 전에 대충이라도 한번 봐야지, 하고. 말마따나 돈 주고 산 건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맞는 크리스마스이브 따위,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면서 날려버린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어? 응, 사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영화가 아니더라도 뭐든 소리 나는 게 필요했어. 그게 개건 고양이건 사람이건 상관없었던 거지. 물론 핸드폰이어도 상관없었지. 영화를 보기 전에는 기특하게도 청소를 했는데, 집 안에 먼지 한 톨 남지 않게 되니까 영화 말고 소리를 낼 만한 게 마땅히 없더라. 그냥 진공청소기를 계속 켜둘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너무 비생산적이라서. 으, 외로웠냐니, 닭살 돋게 왜 그래. 알잖아, 난 독립적이
김상현
기후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의 오랜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아왔던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올여름 들어 새삼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장마철이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집중호우와 8월 중순 이후까지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가 우리로 하여금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단지 남의 나라나 먼 훗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주변에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고 있으며 철새의 이동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소식도 이러한 인식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부 언론들은 한반도 기상 및 생태계에서 관찰되고 있는 변화들이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 여름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고어는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이미
권원태
21세기의 화두: 기후변화 2007년 새해 벽두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기상청에서는 올해의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는데, 이러한 전망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거의 매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홍수, 가뭄, 폭염 등 기상재해, 북극의 백곰, 나비 서식지, 철새의 텃새화 등 다양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뉴스거리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UN 산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부문별 4차 평가보고서(AR4, the Fourth Assessment Report)가 2007년 3회에 걸쳐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 영향 및 완화 부문에 대하여 각각 승인 발표되었다. AR4는 지난 6년간 전 세계 25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작성하였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며, 기존의
이권우
비로소 절감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숱한 전문가들이 예증을 들어 설명하고 전망했지만, 막상 직접 부딪치기 전까지는 절실하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지구 온난화도 그런 경우에 든다 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그 위험이 경고되었지만, 무심하게 흘린 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반전된 듯싶다. 올 여름을 거치면서 전국민이 지구가 뜨거워지고 한반도의 기후조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겪은 탓이다. 정말 지구온난화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일까? 과학적 근거보다 집단적 체험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할일지 모른다. 그럴 경우 진지한 조사나 근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생략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성마르게 달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과연 지구온난화는 뚜렷한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인지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한정숙
6월 말의 어느 저녁,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키예프로 향하는 비행기는 굉음을 뿜으며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하계시간으로 저녁 10시(자연시간으로는 9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빛의 기운이 많이 남아 있었다. 공항 서쪽 하늘에 낮게 걸린 해는 막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을 참이었다. 나는 마침 해가 보이는 쪽 창가 좌석에 앉아 있었다. 비행기는 굉음의 절정에서 활주로를 맹렬한 속도로 달리더니 일순 땅을 박차고 가뿐히 대기 속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비행기와 함께 해도 다시 솟아올랐다. 해는 장엄한 일출 때처럼 점점 더 둥글어지고 붉어지면서 지평선 위로 떠올랐고 사방에 광채를 뿌렸다. 비행기 오른쪽으로는 불타는 평원이 펼쳐진 듯했다. 찬란한 빛이 삽시간에 시야 가득 퍼졌다. 비행기는 대기를 가득 채운 빛의 휘장 속으로 깊숙이 날아 들어갔다. 십오 분 남짓한 동안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광경이었다. ‘인간의 능력으로 지는 해를 다시 뜨게 하도다.’ 하는, 마술적
오세정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 생활을 한 지 벌써 24년째지만, 아직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실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과정이어서, 석가모니가 대중에 따라 설법의 내용을 달리하였듯이 과학을 가르칠 때도 학생의 태도와 수준에 따라 가르치는 방법도 달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대중교육시스템(Mass Education System)에서는 이처럼 학생별로 개별 지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거의 모든 대학에서 대부분의 교수들이 통상적으로 50명~100명 되는 학생을 강의실에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그 내용을 시험을 통해서 평가하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초과학 분야(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에서는 대학교 학부과정(undergraduate)에서 습득해야 할 내용이 세계적으로 거의 표준화되어 있어서 심지어는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도 세계 공통인 경우가 많다. 우리
트랜 민 티엔
베트남은 현재 어떤 과학기술 전통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는 때때로 첨단기술을 발전시킨 적도 있었다. 예컨대, 고고학자들은 2000년 전 베트남인들이 선체에 판자를 짜맞추었던 조선기술이 1세기에 로마 황제 칼리굴라나 동시대인들이 사용했던 기술에 필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Science, Vol. 312, p. 360, 2006), 역사학자들은 15세기 중국의 화기와 화약 기술에 베트남인들이 공헌한 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Journal of Southeast Asian Studies, Sun Laichen, Vol. 34, p.495, 2003). 하지만, 베트남의 과학기술은 베트남 민주공화국이 출범하는 20세기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과학자와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과학기술 성취도는 아직도 매우 약소하다. 이것은 베트남의 문화, 사회, 그리고 정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특성들은 물론이고, 베트남에서 과학전통의 부재를
거시안휘
“식사를 위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푸주한이나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성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얘기한다.” 《국부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의 가장 유명한 이 인용구를 가슴에 새기며 중국 경제는 작년 말까지 세계 4위로 치솟아 올랐다. 동시에 중국의 과학적 부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5년도에 중국은 발표논문 총수에서 세계 5위를 기록하였다. 발표논문 수의 기적 같은 증가는 시장경제의 손이 중국 연구자들의 학문 업적을 의식적으로 이끌었던 데서 기인한다. 기관들이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한 사람들에게 항상 더 많이 보상해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4위에 달하지만, G8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인구 일인당 GDP나 부의 정도는 낮은 편이다. 중국인의 논문 한 편당 피인용 수를 고려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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