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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KIAS 계산과학부
필자가 양자정보이론을 공부하던 대학원생일 때만 하더라도, 양자컴퓨터는 사람들에게 전혀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뉴스와 다양한 미디어에서 양자컴퓨터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유튜브에서도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설명하는 채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제 양자컴퓨터는 과학과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용어가 되었다 [1]. 조금 더 양자정보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양자컴퓨터가 양자중첩을 활용한 양자 알고리즘을 통해 고전 컴퓨터보다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이 소인수 분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함으로써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RSA 방식의 고전 암호 체계를 깨뜨릴 수 있다는 사실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자 알고리즘이 실제 양자컴퓨터에서 구현되는 날이 머지않은 것일까? 현재 양자정보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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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다양한 생물에 대한 진화 연구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신경계의 기원을 추적한다 전압 개폐성 나트륨 채널이나 시냅스 소포 융합 단백질(SNARE), 억제성 신경전달물질(GABA) 등 인간의 신경계에서 작동하는 핵심 요소들은 흔히 동물 신경계의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중요한 혁신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연재(지난 연재 [뉴런의 탄생(3)] 참조)에서 살펴보았듯 깃편모충류나 카프사스포라(Capsaspora) 같은 단세포 진핵생물을 비롯해, 동물 밖 다양한 미생물들에게서 이미 이러한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경계가 무에서 유로의 창조가 아니라, 고대 생물부터 존재했던 재료들을 재배치(co-option)한 결과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처럼 신경계의 진화를 바라보는 ‘연속적’인 관점은 신경계의 구성 단위인 ‘뉴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동물 진화 초기에 미분화된 세포로부터 현생 생물의 뉴런처럼 완전히 기능적, 구조적으로 특화되고 고도화된 뉴런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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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현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같은 분야의 연구자가 아닌 사람이 필자에게 ‘하는 일 또는 연구 주제’에 관해서 물으면 꽤 당혹스럽다. 최대한 포괄적으로 이야기한다고는 하지만 다음으로는 거의 항상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쉬운 말로, 아니, 한 마디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을 만나게 된다. ‘쉬운 과학’, ‘과학의 대중화’는 과연 형용 모순(oxymoron, 모순어법)인 걸까? 도대체 얼마나 쉬워야 할 것이며 여기에서의 ‘대중’은 과연 누구일까? 노벨상이 발표되는 매년 10월 초에는 모든 언론에서 갑자기 과학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여러 매체에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노벨상 해설’을 한다. 하지만, 이때 대중의 관심은 주로 언제 한국에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인가, 왜 우리는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가 등으로, 정작 수상자들이 어떤 일을 했고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해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주위를 보면 대중들이 과학에 대
김영균광주교육대학교 교수
배명훈 작가는 에세이 에서 보통 어떤 소설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리는 ‘작가의 말’에 대해 “너무 잘 써도 안 되고 너무 못 써도 안 되는 장르”라고 말한다. 장르야 어떻든,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에서 (초판과 신판의) ‘작가의 말’은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를 명확히 말해준다. 그것은 “생존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들”이며, “계속 싸우는 이야기”이다. 단편 <너의 유토피아>에서 인간은 행성을 버리고 떠나고, “스마트카”나 “진단 설문용 로봇” 같은 “비생물 지성체”만 행성에 남는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혼란스럽고 연약한 존재를 뒷좌석에 태우고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스마트카다. ‘나’는 “타이어와 전구와 케이블을 찾아 죽어버린 동료들의 시체를 뒤지다가” “아마도 인간들의 병원이나 그와 유사한 시설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진단 설문용 로봇인 ‘314’를 발견한다. 314는 고장 나 있었고, “1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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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과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박재령) 2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나와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하셨을 때 아내와의 관계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주은의 산후 우울증은 결혼 직전에도 심각했는데 윤채가 유치원에 입학한 즈음부터 중증이었다. 딸을 얻으면서 오래 꿈꿔온 평범한 삶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말이면 졸음을 이기고 아내와 딸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교외 카페를 찾아 디저트를 먹으러 나섰다. 아내와 딸을 위한 이벤트였다. 아내는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었고 미운 다섯 살이라더니 딸은 요즘 유독 심하게 생떼를 썼다. 지난 주말 카페에서 나는 미소가 환한 카페 아르바이트 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조로운 일상에 안정감보단 답답함을 느끼며 무심코 생각했다. ‘저렇게 젊고 생기로운 여성과 사귄다면 내게도 아버지처럼 새로운 세계가 생기려나?’ 인생에는 언제나 극적인 긴장과 감동도 필요했다. 안정은 모험을 포기한다는 뜻을 내포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찾아 나서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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