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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주KAIST 교수
마이크로RNA mRNA는 번역되어 단백질을 생산한다. 그런데 아주 작은 크기의 RNA인 마이크로RNA(microRNA, miRNA)는 단백질을 생산하지 않는다. 마이크로RNA는 오히려 다른 mRNA에 결합해 그 mRNA의 번역을 방해한다. 즉, mRNA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가장 처음 발견된 마이크로RNA는 lin-4로, 이 마이크로RNA는 예쁜꼬마선충의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lin-4 유전자가 위치한 DNA 영역이 손실되었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발달이 지연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이 현상은 lin-14 유전자의 3' 비번역부위(Untranslated Region, UTR)가 손상되어 lin-14 단백질의 발현량이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매우 유사했다. 또한, lin-4 유전자가 손실되었을 때 lin-14 단백질의 발현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lin-4 유전자 산물이 lin-14의 3’비번역부위를 통해 단백
김소연남목중학교 교사
남목중학교는 울산 동구에 위치한 아담한 학교입니다. 울산 동구라 하면 많은 분들이 현대 자동차나 현대 중공업을 떠올리시겠지만, 학교는 공단 한가운데에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 풍경은 시골스러운 정취가 느껴질 정도로 한적합니다.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뛰어나진 않지만, 순박하고 정 많은 학생 덕분에 교사로서 보람 있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2018년에 남목중학교로 발령받아, 벌써 7년째 근무 중입니다. 올해는 이곳에서의 마지막 해이자, 평교사로서 근무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2024년의 모든 활동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고, 무엇 하나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제 마음에 가득한 한 해였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활동이면 무엇이든 참여해 보고 싶은 의지가 충만한 해이기도 합니다. 2024 올해의 과학도서 독후감 대회 포스터 1학기를 마무리할 즈음, ‘올해의 과학도서 독후감 대회’라는 공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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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현대미술가, 미디어 아티스트
극비 지령을 전달받은 요원처럼 도대체 무엇이 이 분주한 이들을 한 데 모이게 하는가? 연결은 비밀 지령처럼 다가왔다. 존함만 알고 있던 SF아카이브의 박상준 대표님께서 SNS를 통해 접선하여, APCTP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KASI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과학과문화예술소통워크숍이라는 행사에 참여할 의향을 물으신 것이다. 국립 소백산 천문대에서 2박 3일간 열린다는 그 행사에서는 모든 것이 제공되니, 개인 소지품만 챙겨 오면 된다 하셨다. 여정이 가까워 올 때까지 그다지 많은 정보는 없었다. 지령을 기다리는 요원처럼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시간을 보냈다. 차츰 이번 워크숍의 윤곽이 드러나고, 많은 과학자와 몇 분의 예술가로 구성된 참여자들 리스트가 채워질 무렵, 나는 이 엄청난 분들을 소백산 천문대로 기꺼이 모여들게 하는 구심점은 무엇일까 몹시 궁금해졌다. 소백산국립공원 내 깊숙한 곳에 있어, 오후 6시 이후에는 하산할 수 없고 또 깊은 산중이라 자율행동도 어렵다는 그 고
황바다웹툰 작가
소백산천문대(황바다 그림) 좌에는 경상북도, 우에는 충청북도를 끼고 있는 그곳은 소백산.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해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영주시 풍기읍 어느 카페에 앉아 만화 작업을 하고 있을 때까지도 나에겐 현실감이 없었다. 발단은 몇 달 전, 졸업한 학교 교수님께 받은 장문의 카톡이었다.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소백산천문대에 모여서 2박 3일 동안 가지는 모임이 있는데, 올해 주제가 ‘우주’이기도 하고, SF 웹툰으로 데뷔했던 졸업생이니 혹시 참여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교수님께서 첨부해주신 아태이론물리센터 홈페이지 내의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에 관한 유튜브 영상까지 보고 난 뒤, 나는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신인 작가인 내가 얻기에 과분할 정도로 좋은 기회였다. 작년에 연재작을 시즌 1까지 폭풍처럼 마무리 지은 뒤, SF라는 장르에서 어떻게 작가로 살아가면 좋을지 슬럼프에 빠져 지내던 시기였으니까. 아무튼, 덥석 오겠노라 말씀드리기는 했는데, 막상 그 날이 닥치니 수상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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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우리가 사는 우주가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낸 물리학의 법칙과 기본상수가 조금만 달랐어도 우주는 이런 모습일 리 없다. 우주는 아주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조정되어 있는 이유를 도대체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미세 조정 문제라고 부르는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뉴턴의 보편 중력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공간의 우주에서 중력의 크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꼴로 줄어든다면,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의 공전 궤도는 타원 같은 닫힌곡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고전역학의 이론 틀 안에서 보일 수 있다. 어쩌면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 있고, 다른 우주에서는 전자의 전하량과 중력법칙이 우리 우주와 다를 지 모른다. 어쩌면 많은 우주 중에서 천체의 운동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우주, 그래서 생명이 운동의 규칙을 찾아낼 수 있었던 우주가 바로 우리가 우연히 존재하게 된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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