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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
야호, 로이, 나의 반신, 나의 폴룩스, 내 쌍둥이 형제. 잘 지내고 있어? 그쪽은 어때?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어수선하겠지? 모바일 뉴스로 보기에는 그렇던데. 경찰에 팬들에, 온갖 사회단체 인권단체에 복제 연구소 사람들까지. 당연한 일이지만 화면에서 네 얼굴도 봤어. 약간 여위어 보이던데, 화장을 그렇게 한 건지 내 걱정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더라. 만약 내 걱정 때문에 여윈 거라면 프로덕션 녀석들 좀 혼나야 해. 네 관리를 하라고 기업에서 받는 돈이 얼만데 널 여위도록 놓아 두냐고. 나? 나는 물론 잘 있지. 어디 있냐고? 길 위, 정확히 말하면 고속도로 위. 지금은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어. 하늘에 붉은빛이 점점 퍼지고,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은빛 가장자리를 찬란하고 선명하게 그려내는데, 캬아- 비록 나는 선글라스를 낀 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처지라 술이라곤 생각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얼얼하게 취할 것만 같아. 이 붉은빛 칵테일 같은 하늘에, 웬일인지 뻥뻥 뚫려 있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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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흔히 사람의 뇌를 소우주라고 말한다. 이는 뇌의 구조가 수많은 뇌신경소자로 구성된 복잡한 시스템이며, 뇌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뇌를 연구하는 흥미롭고 도적적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뇌과학 또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이란 뇌신경계의 구조, 생리현상, 뇌질환, 뇌의 기능 및 응용 등을 연구하는 포괄적인 연구분야를 말한다. 여기에는 분자/세포신경과학(molecular/cellular neurobiology), 신경계질환 병인연구, 계통신경과학(systems neuroscience), 행동과학(behavioral neuroscience), 신경정보학(neuro informatics) 등의 분야도 포함된다. 우리는 어떤 현상을 측정할 수 있고 객관화된 양(수치)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에만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 또는 물리량이 측정될 수 있을 때 뇌과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한승기
인간 두뇌와 인공 지능 초고속 컴퓨터와 바둑 고수가 바둑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 흔히 바둑 고수들은 십여 수를 내다보고 바둑을 둔다고 한다. 십여 수 동안 바둑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생각하면 컴퓨터가 인간 두뇌의 기량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최근에 컴퓨터의 저장 용량과 연산 속도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서 컴퓨터가 바둑 고수를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 10년 전에 IBM Deep Blue가 체스챔피언과의 시합에서 승리를 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수많은 사람이 모인 칵테일 파티에서 우리 인간은 아는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파티와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사물을 인지하는 인간 두뇌의 능력은 정보 처리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문자/음성인식 인공 지능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탁월한 능력이다. 수치 연산이나 바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
정재승
바야흐로 뇌과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990년대부터 불고 있는 신경과학과 뇌과학의 열풍은 사라질 줄 모르고 점점 더 거세지기만 하다. 미래전문가들은 하나같이 21세기는 '뇌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미국 국립보건원은 2050년 뇌과학 및 뇌공학은 본격적인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올해는 지난 1998년 제 1단계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된지 10년이 되어 내년에 2단계를 준비해야하는 시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연구는 지난 10년 사이 폭발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물리학 분야에서도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뇌과학과 뇌공학의 시대인 오늘날, 앞으로 10년간 물리학은 무엇을 해야할까?이번 호 크로스로드는 물리학과 뇌과학의 교차로(크로스로드)의 방향을 짚어보았다. 지난 10년간 물리학분야에서 뇌과학을 열심히 연구해온 두 석학들에게 뇌과학의 방향을 묻고 물리학자들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뇌과학
남순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분명 우리 마음속에는 주위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흐르는 시간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다. 우주의 끝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곤 했다. 광대한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 속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게 하는 시간이다. 가장 존경하는 우리나라 사람을 하나 들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정약용을 든다. 그는 송나라 학자인 육상산의 ‘우주 간의 일은 나의 일이고 나의 일은 곧 우주 간의 일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대장부라면 매일 이런 생각을 해야만 한다.”(陸子靜曰“宇宙間事, 是己分內事, 己分內事, 是宇宙間事” 大丈夫不可一日無此商量)라고 말했다.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얽힌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블랙홀이다. 시간과 공간이 물질의 존재에 의해 휘게 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인 일반상대론의 핵심이다. 휜 시공간의 영향을 받아 물질의 운동이 결정된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일반상대론에서 자연스레 나타
이진경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진다. 생물에 대한 개념화를 시도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이 질문은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계속 던져지며 존속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생명의 비밀이 묻혀 있을 거라고 믿어지던 인간의 유전체 지도를 다 그렸음에도 세포의 분화와 발생에 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별별 희한하고 신기한 기계는 만들어내지만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조차 생명체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는 아직도 우리가 생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렇기에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던져질 것이다. 17~18세기가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19세기는 생물학의 시대였다고 흔히 말한다. 이는 단지 생물학이 급속히 발전한 시대라는 의미가 아니라, 생물학이 다른 학문이나 사유의 영역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시대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스펜서의 사회학이나 헤겔의 목적론적 철학을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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