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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된 폴 고갱의 명화 D’ où Venons Nous / Que Sommes Nous / Où Allons Nous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오래된 뼛조각에서 찾아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인류학자들이다. 고인류학자는 우리가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인간의 조상뿐 아니라 이미 멸종하고 사라진 고인류의 뼛조각을 찾아 헤맨다. 이들이 뼛조각을 꿰맞출 때마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퍼즐도 조금씩 풀려왔다. 고인류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지구에는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 외에도 많은 인류가 한때 살다가 사라졌다는 것을, 호모 사피엔스는 여러 갈래로 뻗어 온 인류 진화의 나무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불과 수만 년 전만 하더라도 지구 위에는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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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제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
매년 돌아오는 모든 화학인들의 축제, 노벨 화학상의 이번 주인공은 「클릭 화학(click chemistry)」과 「생물직교 화학(bioorthogonal chemistry)」, 이 두 분야에서 탄생했다. 최근 노벨 화학상 수상 주제인 극저온 전자 현미경(2017)이나 리튬-이온 전지(2019), 혹은 유전자 편집 방법론(2020)과는 다르게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클릭 화학과 생물직교 화학이라는 고유명사만으로 수상 내역이 요약되는 것처럼, 담고 있는 의미는 혁신적이다. 더욱이, 1980년 이후 처음 탄생한 노벨상 다회 수상자가 등장한 만큼 다른 때보다도 더 기념비적인 해가 아닐 수 없다. 클릭 화학이란? 가장 간단하게 클릭 화학을 묘사한다면, 크기와 형태가 맞는 버클과 같이 딸깍(click) 소리가 날 듯한 간단한 동작으로 두 개의 작거나 큰 화학 분자가 철컥 연결되는 화학 반응이 된다. 세 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스크립스 연구소의 「배리 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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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칠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양자물리는 1900년에 시작되어 약 30년 동안 그 형태가 갖추어졌으며, 형태가 갖추어지고 나자 인류 문명에 퀀텀 점프를 일으켰다. 양자물리 덕분에 발명된 트랜지스터와 레이저에 의해서 전자공학이 시작되었으며, 현재 우리는 온갖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양자물리가 없었으면 화학실험실은 우리가 어릴 때 그림책에서 보아왔던 모습, 즉 하얀 가운을 입은 곱슬머리 과학자가 빨간 액체와 파란 액체를 비커에 부으면 하얀 증기가 발생하는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DNA, RNA를 다루는 생명공학도 양자물리 덕분에 시작된 것이며 대량살상 무기인 핵폭탄도 양자물리 때문에 발명되었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물건 중에서 백 년 전에도 사용되고 있던 것을 제외하면 모두 양자물리 덕분에 태어났거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양자물리에서 응용되지 못한 속성이 딱 하나 있었는데, 약 30년 전부터 이를 이용한 새로운 기술이 발전되어 왔다.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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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작가
이하진 작가는 포스텍 SF 어워드가 탄생시킨 걸출한 하드 SF 전문 작가이다. 작가 본인은 소프트인지 하드인지 신경 안 쓴다고 하는데 여러 작품을 읽어본바 내가 생각하기에 이하진 작가는 하드 SF 작가이므로 나는 그렇게 주장하겠다. 현재 물리학과 재학생이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운영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로 데뷔했으므로 2022년 현재 작가 생활 2년 차인데 실력에 걸맞게 사방에서 덮쳐오는 청탁과 작품의뢰를 헤쳐 나가며 학교생활과 운영 이사 업무를 어떻게든 다 해 나가고 있는 능력자이다.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 수상작 “어떤 사람의 연속성”에서 이후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 (구도가 만든 숲, 안온북스 2022)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월간 현대문학 2022년 7월호)까지 이하진 작가의 작품세계는 일관성이 있다. 전공자다운 지식과 그 지식에 바탕을 둔 정밀한 과학적 설정, 그리고 차별과 불평등의 구조에 민감한 인본주의적 관점과 불의를 불의라고
천선란작가
(일러스트레이터 : 박재령) 쓸모없는 짓을 했어. 너는 정말 별거 아닌 것에 화를 내고 무모해. 동양인들은 원래 그래? 얼핏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지만 에이든은 죽었다. 지금의 나를 나무랄 수 없다. 에이든은 죽었다. 나는 이 사실을 반복적으로 되새긴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은 순식간에 뒤엉켜 무엇이 먼저인지, 어떤 것이 진실이고 나인지를 알 수 없게 한다. 에이든이 죽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에이든은 죽었다.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나는 굽이 높고 언제나 반짝거리는 그녀의 검은색 구두를 떠올린다. 그것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다는 예측. 위험하다. 죽음이 구둣발 소리에 맞춰 주변의 벽을 타고 땅거미처럼 내게 밀려온다. 석음 같은 시야가 앞을 분간하지 못한다.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만 손가락조차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내 몸을 가늠해본다. 잇새로 튀어나오는 비명을 짓이겨가며 하는 행동이 고작 오른팔을 들어 내 몸을 만져보는 것이다. 최악이다. 왼쪽 옆구리가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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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위원APCTP
APCTP 과학문화위원이 추천하는 신간 <2022년 10월 과학책방 갈다가 주목하는 신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 강연** APCTP 에서는 매년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을 선정하고 있는데요. 해당 도서들의 저자 강연도 진행합니다. 2022년 진행된 여섯 번째 저자 강연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김갑진님 (KAIST 물리학과 교수)의 강연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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