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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순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다. 놈의 비늘에 수놓인 점들 하나 하나까지도 환했다. 자리에 앉아 고군분투 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시몬스 뿐이었다. (이런 구경거릴 제대로 볼 정신이 아니라니 불쌍하다.) 이윽고 양자기 그물이 완성되자 시몬스는 넋을 놓고 있는 선장을 재촉했고, 선장은 허둥거리며 5번째 엔진을 가동시켜 조심스럽게 우주선을 빛 고래의 위로 띄웠다. 자리가 잡히자 시몬스가 그물을 천천히 빛 고래의 위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빛 고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멍한 시선 -사실은 어디를 보는지 도무지 모를 시선으로 우주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거, 이러다 정말 잡는 거 아냐. 그 순간만큼은 나도 긴장이 되었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양자기 그물이 빛 고래의 위에 자리 잡는 순간, 빛 고래가 갑자기 몸을 뒤틀었다. 놈의 수염이 직격으로 우주선에 날아들었다. 콰앙!!! 그 충격으로 우주선이 왈칵 뒤집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악!!!!!!
노도영
1. X-선 : 나노미터 파장을 가진 빛 나노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X-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X-선의 파장이 나노미터(1nm=10-9m) 스케일이나 그 이하로 매우 작기 때문이다. X-선은 가시광선보다 1000배 이상 짧은 파장을 가지고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대략 0.5마이크로미터(1μm=10-6m)이고 X-선의 파장은 0.1나노미터 정도이므로, 마이크로 기술에서 나노미터 수준의 나노기술로 발전할 때 요구되는 빛이 가시광선에서 X-선으로 바뀌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원리적으로는 마이크로미터 스케일에서 가시광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축소된 나노미터 스케일에서는 X-선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노미터 또는 원자 분자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X-선은 매우 유용한 연구 도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X-선이 매우 짧은 파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과학기술 측면에서 빛(광)으로써 잘 응용되지 못한 것은 빛의 강도(Brilliance=
고인수
1) X-선 독일 과학자 뢴트겐(W. Roentgen, 1901년도 제1회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조심성이 매우 큰 과학자였다. 당시 유행하던 연구는 요즘 흔히 보는 네온사인과 같이 기체를 유리관에 넣고 밀봉한 후 전압을 걸어줄 때 나오는 빛에 대한 연구로, 요즘 표현으로는 분광학(分光學)이다. 그 중에 이제는 한 물 가기 시작한 브라운관의 원조격인 음극선관에서 나오는 빛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분광학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연구이다. 당연히 빛이 새어 나오는 모든 곳을 차단해야 하고, 실험실은 조명을 끄면 암실로 변한다. 뢴트겐은 음극선관에서 발생하는 빛이 불필요하게 새어 나오지 않도록 알루미늄 판과 두꺼운 종이로 음극선관 주변을 잘 감싼 후 실험실의 조명을 모두 끄고 음극선관을 작동시켰다. 캄캄한 실험실 속에서 어떤 빛도 볼 수 없는 조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음극선관을 작동시키는 순간 1미터쯤 떨어진 곳에 희미한 형광이 순간적으로 발생했다 없어지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몇 차례 실험
국형태
인간의 지각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 수용된 빛은 시각을 통해 인간의 뇌 속에서 세계의 표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시각의 신경생리학적 기전과 빛의 세기및 파장 등의 요인으로 인간의 시각은 그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백년간 발전을 거듭해온 현대과학은, 가시영역 바깥의 전자기파나 때로는 물질파를 이용함으로써 육안의 한계를 훨씬 넘어 인간의 시야를 넓히는 기술을 제공하였다. 그 기술의 첨단에 있는 것이 바로 제4세대 방사광이다. 방사광은 태양보다 1억배까지 밝은 빛으로 이제껏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현상이다. 크로스로드 이번 호는 방사광을 특집 주제로 잡았다. 두 전문가의 흥미로운 설명을 통해 방사광 기술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엿보고,극미한 세계에서 한 찰나에 벌어지는 자연을 조망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심윤경
세월에 따라 약간의 부침(浮沈)이 있긴 하지만, 가만 보면 언제나 전문직을 보장하는 전공이 인기가 좋다. 전통의 강호 의대와 법대가 그렇고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사범대도 그렇다. 이제 자식을 가진 부모가 되고 보니, 아직 한참 남은 일이기는 해도 앞으로 내 자식이 그런 류의 전공을 택하겠다고 하면 은근히 마음이 놓일 것 같기도 하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든든한 직업이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이던가. 20년 전의 나였다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단숨에 경멸해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생물학과 의학이 어찌 보면 한끗 차이라, 유난히 더 의대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은 것 같다. 못 들을 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그 때 의대에 가라고 권유한 모든 사람들을 왜 그렇게 치열하게 경멸했을까. 그 시절의 나는 인기 학과들을 ‘직업학교’라고 얕잡아 부를 만큼 콧대가 높았다. 고소득 직업이 보장된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간이 화석화된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와 직업이 고체
이억주
나는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고 식물학을 전공한 적도 없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월간 <과학소년>이라는 어린이 과학 잡지를 시작으로 기자 생활을 해왔고 지금은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으로 있다. 16년 넘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 잡지를 만들고 있는 잡지쟁이다. 나는 수년 전부터 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학자처럼 깊게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풀과 나무에 대해 하나하나 알고 싶어서 시작했다. 따라서 분류학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있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나는 충남 당진이라는 곳에서 태어났고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모내기도 하고 김매기도 하면서 자랐다. 아버지께서 옛날 얘기를 해 주신다며 꼬드기는 바람에 하기 싫은 김매기도 무척 많이 했다.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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