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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영국 버밍엄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일러스트레이션: 김민정) “무(nothingness)는 존재(being)의 한 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다.” - 쟝-폴 사르트르-아침마다 들르던 학교 앞 까페에 아무도 없다. 단골이라며 이름을 불러주고, 가끔 공짜 커피를 내어주던 직원들도 없다. 학교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학생, 직원, 교수, 아무도 없다. 오리와 다람쥐, 이름 모르는 새들, 그리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따라 고슴도치 등이 캠퍼스를 누빈다.하지만, 의식 있는
문성실미생물학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민정)9월 2일 (서 아프리카 해안 외곽) 유리처럼 맑은 날과 바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명의 사망자가 선상에서 나왔다는 보고를 듣고 엄청나게 우울해졌다. 그들의 매장(burial)은 오전 11시에 열렸으나, 시체는 4 구였다. 오늘 오후에 두 번의 매장이 더 있었고, 또 다른 죽음이 있었다. 다른 배들도 매장으로 바쁘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아름다운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이 병의 이상한 점은 젊고 강한 남성들이 이 병을 최악으로 앓고 죽는다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내가 아는 이름도 있었다. 오늘은 질서 정연하다. 나는 오늘 음식을 조금 먹을 수 있었고, 기분은 훨씬 좋아졌다. 1918년 뉴질랜드를 떠나 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항해했던 한 군인의 일기 중 일부이다. 그는 정어리를 켜켜이 쌓아 놓듯이 밀폐된 배의 빽빽한 공간에서 다른 군인들과 생활했다. 1918년 가을의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큰 물결이 오기 직전, 그 배 안에서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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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석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최강석 교수)지구 생명체의 지배자, 바이러스2020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유발된 공포가 온 세상을 뒤덥고 있다. 코로나19가 출현한 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바이러스 쇼크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세상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가?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존재에 대해 밝혀낼수록 바이러스가 가진 다양성이 확대되어 바이러스에 대한 정설들의 경계가 허물어져 왔다. 그래서 그 기준을 명료하게 정의하기는 복잡해 졌지만,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유전자와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로 된 물질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는 자체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대사 도구가 없어서 스스로 자생할 수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숙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사의 모든 영역을 숙주 세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러한 물질이 살아있는 숙주를 만나면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숙주 방어막을 뚫고 진
이강영경상대학교
『예술과 중력가속도』 (2016, 배명훈 지음, 북하우스)장르문학에서 장르를 정의하고 구분하는 일은 진부하고 지겨운 일이지만, 장르문학 작품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그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기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곧 내가 장르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나는 SF의 범위를 매우 느슨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에 과학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으면, 소재든, 주제든, 배경이든 모두 SF라고 여기고 싶다. 단순히 모티브에 과학을 차용하거나 배경에 적당한 과학적 치장만 했더라도 SF라고 생각하고 읽는다. 사실 현실에서 SF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은 내 기준보다도 훨씬 더 범위가 넓은 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SF 작품”이란, 소설의 재미를 느끼는 데에 과학이 중요한, 적어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훌륭한 소설이지만 꼭 좋은 SF는 아닌 작품도 얼마든지 있을
이산화작가
(일러스트레이션: 박재령) 얼룩덜룩한 이끼와 웃자란 풀 사이에서 무언가 허연 덩어리가 핑 튀어오르는 바람에, 치카타나틀리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물러나다가 하마터면 미끄러운 나무뿌리를 밟아 그대로 넘어질 뻔 했다. 다행스럽게도 칩에 내장된 운동 제어 기능은 치카타나틀리의 몸이 열대우림의 축축한 진흙 바닥에 처박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순간 신경을 타고 도달한 전기 신호가 팔다리의 근육을 단단하게 수축시켰고, 치카타나틀리는 잠깐 동안 뒤틀린 외다리 허수아비 같은 모양새로 서 있다가 천천히 몸의 균형과 통제권을 되찾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팔다리가 저릿저릿했고 눈앞이 여러 빛깔로 요란히 번쩍였다. 그런 익숙한 불쾌함 속에서도 치카타나틀리는 방금 전 튀어올랐다가 툭 떨어진 덩어리의 정체를 최우선으로 확인하려 애썼다. 문제의 물체는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에 통통하게 살이 찐, 머리가 까만 애벌레였다. "딱정벌레 종류 같은데요. 3령 유충이네요."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물
김초엽작가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2019,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웅진지식하우스)올해 초에는 태국의 치앙마이에 머물렀다. 여행을 준비하며 상상한 치앙마이는 어디에나 초록빛 나무와 풀이 무성하고, 실외와 실내가 구분되지 않는 식물 인테리어로 싱그러운 느낌이 가득한 도시였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풀고 치앙마이 거리를 산책하면서, 상상했던 것보다도 이 도시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풍경은 햇살을 받아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빛났고,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서 산뜻했다. 그런데 오기 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인간에게 살기 좋은 곳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생물은 수많은 벌레들을 포함한다는 것. 치앙마이의 초록 무성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대부분 카운터나 테이블 한켠에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구비하고 있었다. 깜빡하고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으면, 삽시간에 모기와 이름모를 날벌레들에게 물어뜯기기 십상이다. 길거리를 걷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2019,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올해 초에는 태국의 치앙마이에 머물렀다. 여행을 준비하며 상상한 치앙마이는 어디에나 초록빛 나무와 풀이 무성하고, 실외와 실내가 구분되지 않는 식물 인테리어로 싱그러운 느낌이 가득한 도시였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풀고 치앙마이 거리를 산책하면서, 상상했던 것보다도 이 도시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풍경은 햇살을 받아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빛났고,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서 산뜻했다. 그런데 오기 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인간에게 살기 좋은 곳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생물은 수많은 벌레들을 포함한다는 것. 치앙마이의 초록 무성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대부분 카운터나 테이블 한켠에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구비하고 있었다. 깜빡하고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으면, 삽시간에 모기와 이름모를 날벌레들에게 물어뜯기기 십상이다
이정은경희대학교
포항시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가 개최한 ’제1회 포항 SF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019년 10월 6일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영화 “콘택트”를 상영했다. 영화 상영 후, SF 협회의 박상준 협회장께서 진행하신 시네마 토크 시간이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포항시민들과 가졌던 소중한 소통의 시간이었다. 나의 고향 포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더 뜻깊었던 자리였고, 오래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관람할 기회를 준 아태이론물리센터에 감사했다. 영화 “콘택트”는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지적외계생명체 탐사인 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인 질 타터 박사를 모델로 한다. 영화는 주인공이 미국의 장기선 전파간섭계 (Very Large Array: VLA)로 외계의 신호를 수신하면서 벌어지는 일로 전개된다.예로부터 인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구 밖 다른 세계에 대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과학 문외한도 20분이면 과학과 친해지는 "APCTP 온라인 강의" 포스텍 물리학과 송태근 교수의 [쉬운과학이야기] 인공지능 시리즈 1부 인공지능 2부 머신러닝 3부 딥러닝 인공지능, 많이 들어는 봤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어렵게 느껴지시죠? 인공지능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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