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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영국 버밍엄대학교
‘별이 참 밝게도 빛나는구나…’ 싶은데 옆에서 누군가 말한다. ‘저거 인공위성이야.’ 그때 든 실망감이 지금도 기억나는 것 같다. 저 반짝이는 게, 그저 사람이 만든 쇳덩어리일 뿐이란 말이야? 사실 그리 실망할 건 없었다. 별도 가까이서 보면 수천 수만 도(°)로 불타는 무시무시한 가스 덩어리일 뿐이지 않나. 그래도 많은 이에게 별은 밤거리 네온사인보다 아름답다. 인류 옛적부터, 어릴 적부터 꿈을 담고 이야기를 엮어왔기 때문이다. 사십오억 년 동안 뉴턴의 역제곱 법칙을 따라 지구를 맴돌던 달을 보며 누군가는 이런 꿈을 꿨다. ‘어쩌면 하늘에 또 다른 달을 띄울 수도 있겠구나.’ 그 가능성을 처음 헤아려본 사람은 다름 아닌 삼백 년 전 뉴턴 자신이다. 높은 산에 올라 초속 7.3km 이상으로 대포알을 쏘면 달처럼 하염없이 지구를 맴돌 것이라 계산했다. 이후 ‘또 다른 달’을 향한 꿈은 과학자와 기술자뿐 아니라 소설가의 상상력에도 힘입어 조금씩, 아주 조금씩 현실로 접근한다. 1957
이호성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그림 1. ‘국제단위계’(약칭: SI)는 7개의 기본단위와 그것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유도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단위 중 킬로그램(기호: kg), 암페어(A), 켈빈(K)과 몰(mol)이 2018년 11월에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된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플랑크 상수(h),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k), 아보가드로 상수(NA)를 기반으로 다시 정의되었다. 이에 앞서 1983년에는 길이의 단위 미터가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c)이라는 기본상수로부터 재정의된 바 있는데, 그것이 이번 단위 재정의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 이 글에서는 미터 단위가 재정의된 과정을 통해 킬로그램 단위가 재정의된 원리를 이해하고, 그 단위를 구현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기본상수란 물리학의 법칙에 포함되어 있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물리량을 말한다.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 (이하, 빛의 속력)은 제임스 맥스웰이 1865년에 그 값이 일정하다는 것을 이론적
이채원한국원자력의학원 커뮤니케이션팀장
과학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교과서들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동안 지식 결핍 모델(Knowledge Deficit Model)이 큰 주목을 받아왔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실천됐다. 영국 뿐 아니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남미, 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과학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운영됐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자국민들의 과학 소양을 평가하는 대대적인 센서스 조사도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관련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지식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노력은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람들의 과학 지식은 증진되지 않았고, 지식과 태도가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중의 소양 교육에 중점을 둔 기존의 계몽적 접근은 과학 중심주의의 일방적 확산이라는 한계를 지니며, 이는 대중의 지적 결핍을 전제하고 과학자와 대중 관계를 위계적으로 한정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중의 동기 부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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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건국대학교 학술연구교수
100여 년을 지나, 지금 여기 한국에 SF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07년이다. 구한말 신문물을 배우기 위해 파견되었던 일본 유학생들에 의해 한반도에 소개된 SF는 이후 백여 년 동안 존속해 왔다. 암흑기라고 불릴만한 시간들이 있었어도 아동문학과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매체를 횡단하면서 계속해서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특히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는 명맥을 잇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위 내재화의 과정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소설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한글로 창작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이나 소재, 사회적 배경들을 적극적으로 유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었다. 물론 문화적으로 주류의 영역에서 언급되지 못하고 변방에 머문다는 레테르가 붙었지만, 정작 창작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SF에서 발현될 수 있는 상상력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왔다. 그리고 그 실재들을 2015년을 기점으로 목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SF는 과학이란 개념이나 학습에 대한 프로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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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작가
언제나 그렇듯 정비 창고는 특유의 냄새를 풍겼다. 각종 자재와 윤활제, 마모된 공구 표면에서 떨어져나온 분자들이 작업복에 밴 땀 냄새와 뒤섞인 향이랄까. 쾌적한 공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준섭은 둥지로 돌아온 새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창고 안의 공기를 음미하며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도 오늘이 마지막이군. 실내를 훑던 준섭의 시선이 창가로 향했다. 조명 꺼. 준섭이 손에 든 봉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창밖에서 넘실대던 어둠이 창고 안으로 밀려들었다. 저 멀리 어둠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은하수를 바라보던 준섭이 웃옷 안주머니에서 작은 하모니카를 꺼냈다. 하모니카가 준섭의 입술에 닿자 그의 호흡이 멜로디로 바뀌었다. 화음을 이룬 음표들이 물고기 떼처럼 유연하게 어둠 속을 헤엄쳐 다녔다. 창밖을 응시하는 준섭의 눈동자 속으로 은하수가 흘러들었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은하수는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우주적인 규모의 시간
이은희과학커뮤니케이터, APCTP 과학문화위원
언젠가 이런 스토리를 가진 짧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과거의 인류가 수많은 노력과 희생을 거친 대가로 그들의 시대보다 훨씬 앞선 미래의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을 하나 데려온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다. 미래의 삶은 그들의 시대에 비해 얼마나 더 좋아졌냐고. 미래에서 온 사람은 대답한다. 자신이 살던 미래 세계에서는 먹을 것은 언제나 풍족해 사람들은 오히려 비만을 걱정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도 있으며, 힘들여 걷지 않아도 훨씬 빠른 속도로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의술이 발전해서 큰 병에 걸려도 치료할 방법을 알아냈을 뿐 아니라 주사 한 번으로 아예 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까지 알아냈다고. 줄줄이 읊어대는 그의 이야기에 과거의 인류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미래인의 곁에 모여든다. 그 놀라운 기적의 시대를 이뤄낸 방법을 알려달라고, 우리들의 삶은 너무도 비참하고 힘들고 더군다난 짧고 허망하다고. 하지만 미래인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알
박진우연희중학교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나를 데리고 이곳 저곳으로 많이 놀러가 주셨다. 교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서대문구 안에서 돌아다녔고, 만만한 곳 중 하나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공룡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내가 특별히 유별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도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7세 이전의 정상적인 남자아이는 원래 공룡을 좋아한다. 다만 다른 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가지고 있는 뉴턴 하이라이트의 『공룡의 시대』는 그때 산 책이다. 책이 닳도록 읽으면서 공룡 천국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좋아하게 되었다. 커가면서 점차 수학,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영화 <인터스텔라> 로 인해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을 무렵,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있었던 6번의 대멸종에 관한 강연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듣게 되었다. 어렸을 때 열광했던 공룡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과학강연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고, 과학강연은 내 일상이 되었다. ‘APCTP
안미경서양화가, 다큐멘터리작가
제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를 알게 된 것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무료강연’ 덕분입니다. 저는 서양화,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을 하는 예술가입니다. 제 예술의 지향성은 우주와 생명성에 대한 통찰입니다.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과학강연을 경청하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열심히 찾아갔습니다. 유명한 과학자에게 과학강연을 듣다보니 어떠한 갈증이 느껴졌습니다. 일회성 강연도 좋았지만, 과학도서를 구입해서 차근차근 읽고 과학자, 과학저술가에게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탐구욕구가 생겼습니다. 그 갈증을 말끔히 해결해준 것이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무료강연’이었습니다. 저는 ‘APCTP 선정, 2014 올해의 과학책을 읽다’ 시리즈부터 강연을 들었습니다. 『다윈의 서재』, 『과학의 민중사』,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에 관련된 강연과 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 2019년 4월 4일까지 ‘APCTP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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