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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도서평론가
대통령 연설과 관련한 일이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공식 보좌관이 쓴 연설문이 비선실세에 유출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국은 말 그대로 벌집을 쑤셔놓은 꼴이 되었더랬다. 대통령이 사적인 자문을 구할 수도 있잖은가라는 안일한 판단은 시민사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연설문과 더불어 극비자료가 유출되었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엿보고 훈수 두던 사람은 결국에는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밝혀졌다. 특검을 통해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야 게이트의 전모를 알게 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확인되었다. 대통령의 말을 장악하는 이가 실제 권력자라는 점을 말이다. 사건이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마당에 조용히 호출된 분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주인공. 국민에게 알리는 글과 말에 특별한 비중을 두었던 대통령이다. 이미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는 널리 알려졌는데, 최근 비상한 정국 덕에 다시 날개 돋친
박인규서울시립대
돋보기를 가지고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실험만큼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실험이 또 있을까? 손바닥에 초점을 맞춰 화상을 입을 뻔 하기도 했고 낙엽을 태우다 큰 불을 낼 뻔도 했지만, 렌즈실험은 지금도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필자가 어렸을 땐 다행이 시간이 남아돌았다. 하루 종일 렌즈하나 들고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온갖 쓸데없는 장난을 하고 다녀도 해질 때까지 항상 무한대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빨리 집에 돌아와 공부하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과학자의 길은 의외로 한순간의 호기심이나 경외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요즘 과학자가 꿈이라는 어린이들이 사라져가는 건 아마도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나 경외감을 느끼기도 전에 먼저 답을 알려주고 그걸 암기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잘못인 것 같다. 프리즘은 원격 온도계 볼록렌즈 실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바로 프리즘을 통한 분광실험이다. 삼각형으로 생긴 이
김범준성균관대
나는 과학자다. 물리학자인 나는 물리학이라는 사고 체계 안에서 (가끔은 엉뚱한)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다른 과학자에게 알린다. 논문을 통해 지면(이라 적지만 사실 요즘은 주로 화면)으로, 혹은 학술대회에 참석해 직접적인 대면 접촉의 형태로 다른 동료 과학자를 만난다. 이처럼 논문과 학회는 과학자가 학계에서 소통하며 존재하는 두 방식이다. 과학자도 사람인 이상 소통을 원한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면 소속집단에 자꾸 알리고 싶은 것은, 과학자 뿐 아니라 사회적 동물로서의 우리 인간 모두의 속성이리라. “얘들아, 저쪽에 갔더니 산딸기가 잔뜩 있더라” 친구들에게 알려주려 후다닥 달려오는 아이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사실, 새로운 정보 제공의 반대급부로 과학자 사회가 개별과학자에게 돌려주는 것도 동네 아이들의 세계와 별반 차이도 없다. 별 것도 아니다. 동료 과학자 집단의 인정이 가장 큰 보상이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말이다. 개별 과학자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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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PCTP
2016년 아태이론물리센터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고급 과학콘텐츠 창출 및 보급, 과학문화 확산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올바른 과학적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에서는 과학자 및 과학도,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들 모두가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2016년 올해의 과학도서’를 선정하였습니다. □ 추천위원 명단 감동근(아주대학교), 고재현(한림대학교), 김동희(경북대학교), 김승환(POSTECH), 김영태(아주대학교), 김예지(마음산책), 김재영(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김정민(㈜기술과가치), 김항배(한양대학교), 김현(시인), 김현정(경주고등학교), 노승영(과학번역가), 노의성(사이언스북스), 맹성호(SF 작가), 문경수(과학탐험가), 박건형(조선일보), 서민(단국대학교), 손원민(서강대학교), 신창섭(APCTP), 안지민(대전광역시교육청), 안희곤(사월의 책), 이강환(국립과천과학관), 이덕래(SF 작
조항현POSTECH 물리학과
2016년 가을 한국물리학회 두번째 날 오후, 나는 김대중컨벤션센터의 한 강의실에서 준비해온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 물리학자로서 내가 관심있게 공부하는 주제 중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입자들보다는 크고 우주보다는 작지만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그 수많은 종 중에서도 바로 우리 자신에 관한 얘기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보나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는지도 주요한 관심사다. 그래서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중에게 어떻게 물리학을 이야기할 것인지도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관심을 유지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가 준비한 그날 저녁의 대중행사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행사가 시작하기 바로 전이었다. 행사 제목은 ‘내 물리학이 세상을
이소영시나리오 작가
‘암묵지’란 지식에는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명시지는 언어와 문자로 표현되어 있어 누구나 습득하여 익히는 것이 가능한 지식이지만, 암묵지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을 말한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박영대, 정철현 글, 작은 길 출판사 109p) “이곳에 암묵지가 쌓이고 있어요.” 2박 3일 워크숍 일정이 끝나고 마지막 조식을 먹던 중, 성언창 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소백산 천문대 워크숍은 어떤 결과물을 내야 하는 압박 없이 과학계와 예술계 사이 분야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이곳에 암묵지暗默知가 쌓이고 있다. 워크숍 내내 안개가 자욱했고 미궁 같은 이 단어와 묘하게 어울렸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단어의 깊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 다만, 지금도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여러 워크숍들에 참석해 보았지만, 이 워크숍은 특별했다. 일단, 2박 3일의 기간 동안 강의가 독보적으로 많다.^^ <웹툰>
정두석연세대
2016년 7월에 새로 사무총장에 선출되신 정우성 교수님과 함께, APCTP가 나아갈 10년의 방향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Q1. 정우성 교수님,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와 연구 분야를 설명해주세요.A1. 현재 APCTP 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포항공대에서는 교수로서 통계물리학을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 분야를 연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사람들 간의 정보 흐름을 어떻게 주고받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Q2.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A2. 예를 들면 경제 분야에서 주식이나 환율의 흐름을 통해 사람들 간의 정보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는 우리가 교통을 이용할 때 자주 사용하는 ‘T-money’, ‘High pass’ 등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교통망에 영향을 주고 도로망에 반영되는 지, 그 방식이 보이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제가 학위를 취득했던 학문인 ‘물리학’의 방식을 이용해서 살펴본다고 생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1990년대 독일에서 공부할 당시 화학 분야의 교과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0만 원 정도했다. 지금도 작은 돈이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큰돈이었다. 물론 독일 친구에게도 만만치 않은 액수였다. 하지만 문제가 없었다. 예를 들어 200명이 듣는 수업의 주요 교과서라면 학교 도서관에 150권, 학과 사무실에 30권 정도의 책이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도서관에서 한 학기 동안 대출받아 공부하는 게 상식이겠지만 나는 웬만하면 구입하려 했다. 이 도서관이 한국에도 있는 것은 아니니까. 독일 친구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바보였다. 그 수업을 듣고서 3년쯤 지나고 나면 도서관에서는 새 책을 구비하면서 예전에 쓰던 책을 5000원 정도에 팔았던 것이다. 3년이면 교과서가 변하는 게 화학인 것이다. 이것은 교과서 이야기이고 대중 교양 과학서에서의 화학책은 어떨까?"화학 책이 없다." 연말만 되면 늘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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