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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수
1. 2217년 8월 8일 - 천안 갈무리 개인병원 단지 넘어졌을 뿐이다. 두 발로 직립하며 무거운 머리를 어깨 위에 이고 사는 대부분의 인간이 가끔 그러하듯, 그냥 어느 순간 두 발이 평행감각을 상실하여 넘어진 것이다. 그러나 박영감은 죽었다. 그리고 그의 육신은 10분 전에 하진석의 병원으로 도착했다. 박영감은 진석을 언제나 젊은 선생이라고 불렀다. 진석의 숨겨진 내력을 알지 못하는 박영감에게 진석은 어리게만 보였을 것이다. 진석은 2년 전에 자신이 꿰매어준 박영감 어깨 위의 도톰한 수술자국을 더듬었다. 그리고 어제 처방해준 감기약을 기억해 냈다. 일주일 치를 처방해 주었으니, 그의 집에는 아직 6일치가 남아있을 것이다. 진석은 박영감이 아직 감기에 걸려있을 거란 생각에 애석해했다. 박영감의 사인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외상은 뚜렷했다. 딱히 개두를 할 필요조차 없어보였다. 박영감은 계단에서 뒤로 넘어졌고 계단의 모서리에 부딪쳐 후두부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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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 바이린
인류가 이루어온 과학지식 전체는 끊임없이 확장되는 방추 모양의 책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방추의 날카로운 양끝은 잘 알려져 있듯이 미시세계와 우주라는 과학의 양쪽 첨단을 나타낸다. 현재 이 두 극한은 공간과 시간을 35 자리수의 크기범위로 벌여 놓는다. 즉, 대폭발 이후 경과한 1017초의 시간과 현재 관측한도에서 1026 미터의 크기를 갖는 우주로부터, 아토초(10-18) )의 시간축척과 나노미터(10-9). ) 크기를 갖는 원자 세계에 이르는 범위가 그것이다. 이 양끝에서 더 뻗어 나아가고자 하는 과학연구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점차 더 많은 국제협력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운 좋게도 이 연구에 참여하는 소수의 과학자들의 수는 점차 더 줄어들고 있다.한편, 사람들은 종종 과학의 가장 광대한 첨단을 경시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방추의 양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분에 해당되는 우리 자신의 크기를 갖는 거시세계이다. 사실, 지구상
가네코 구니히코
1. 들어가면서생물체계는 계층화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각 계층의 단계마다 생물적 단위들이 존재하며, 단계 사이의 상호연결은 전체 생물체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예컨대, 생태계는 생물체 개체들로 구성되며, 각 생물체는 수많은 세포들로 구성되고, 각 세포는 상호작용하는 많은 생체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계층화된 구조에서는 낮은 단계에서의 생물 단위들을 이해하고 그 지식들을 모아서 높은 단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분자생물학에서 수행되는 대부분의 연구 프로그램에 이러한 가정이 종종 깔려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관점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높은 단계에서 낮은 단계로 가는 되먹임이 생물체계의 계층구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물 단위의 특성들이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높은 단계에서의 되먹임과 다른 단위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연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세포생물의 한 세포를 예로 들어보자. 한 세포의 특성은 다른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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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국형태
1988년 여름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에서 복잡계를 주제로 한 여름학교가 처음 열렸을 때 요행히도 그리 많지 않았던 다른 참석자들 틈에 끼어 있을 수 있었다. 물리, 화학, 생물, 인공지능, 계산학 등 여러 분야의 복잡계에 대한 강연들이 흥미롭고도 신비스럽게까지 들렸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복잡계에 대한 관심과 열띤 연구가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자주 소개된 탓에,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복잡계는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닐 것 같다. <크로스로드> 13호에서는 이 복잡계를 다시 주제로 잡았다. 복잡계 중에서 가장 흔하고도 신비로운 예가 생물과 생명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계를 보는 가네코 교수의 관점은 전호의 특집에서 소개되었던 장회익 교수의 온생명을 또다시 떠올리게 한다. 가네코 교수에 의하면 생물계는 계층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상위단위에서 하위단위로, 혹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는 역동적인 되먹임이 생물계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며, 이와 같
한형조
대바구니처럼 짜여진 우주 시인 정현종(鄭玄宗)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벤치에 앉아 자갈을 들어 무심코 저쪽 숲 속으로 던졌다. 풀숲에 자갈 떨어지는 소리에 '우주의 균형'이 바뀌는 소리를 들었다."나의 생각과 행동은 '심미적으로' 주변의 사물과 생명의 계기의 장(場)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나의 웃음은 너는 물론 그 소리를 듣는 돌의 웃음을 피우고, 나의 분노는 너의 가슴을 칠 뿐 아니라 곁에 선 나무의 가지를 시들게 한다. 자연(自然)에 던진 돌은 곧 나를 향해 돌아온다. 여기에 시간차는 없다. 기(氣)의 조직과 변화는 무규칙적이거나 자의적이지 않고,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우주는 조리(條理), 즉 대나무로 촘촘히 짠 바구니를 닮았다. 불교라면 수많은 그물코들이 중중무진(重重無盡) 연동된 어망의 비유를 더 좋아한다. 역(易)의 생성과 변화, 창조와 소멸은 이 맥과 결을 따라 움직이는데, 이 '동적 조직의 원리(理)'는 다차원적 복합적이어서 단선적 인과의 고리로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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