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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범
인성은 머릿속에서 입력한 시간이 되었다고 알리는 바람에 서류를 뒤적이던 손을 멈추었다. 아까부터 이때를 기다려왔다. 인성은 책상에서 슬그머니 눈을 들어 창밖을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어둠침침했다. 역시 하늘을 보고 시간을 짐작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아무리 눈썰미가 좋아도 항상 시커먼 세상에서 변화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성은 아쉬운 감이 들어 한숨을 약하게 쉬었다. 가끔은 밝아지거나 어두워져 가는 세상을 보고 하루가 얼마만큼 흘렀는지 가늠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무의미한 숫자가 아니라 주변 풍경을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었다. 얼핏 듣기로 지구에서는 그렇게들 산다고 했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빛을 보고, 밤에는 가물거리는 별을 헤아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성에게 아침이란 단지 눈을 뜨는 시간이고, 밤은 그저 경비근무에 들어서는 시간일 뿐이었다."듣자 하니 지구에 살면 창밖만 쳐다봐도 시간을 알 수 있다던데."인성이 중얼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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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2006 독일 월드컵이 7월 10일 이탈리아 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번 그 맛을 알게 되면 그 깊은 매력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 축구이다. 새로운 각도에서 축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축구 경기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축구공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질까?", "축구공을 얼마의 각도로 찰 때 가장 멀리 날아갈까?", "공격수들에게 유리한 축구공의 표면 상태는 무엇일까?", "축구공이 휘어지는 조건,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조건은 무엇인가?" 등과 같이 축구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물리적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축구는 반과학적이나 상상력을 자극 한다 축구, 왜 이렇게 기다려지고 보고 싶은 것일까? 축구 팬들과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볼에 대한 열정, 기다림, 그리고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박사는 말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김기형
들어가는 말지구촌 사람들이 한 달여 동안 같은 마음으로 뜨겁게 열광하였던 2006 독일월드컵도 승부차기 끝에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FIFA컵을 품에 안음으로써 그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 역시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붉은색에 대한 경계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모두가 하나 되는, 이른바 'We are the World'의 결정판이었다. 오직 스포츠만이 가지는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스포츠는 인간이 집단적 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유의 경쟁성과 규칙성, 기술성, 대중성을 원동력으로 하고 있는 스포츠는 부침이 심한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항상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활용되어왔다. 스포츠에 환호하고 흥분하는 이유가 흔히 재능 있는 특정한 선수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그 기반이긴 하지만 각종 첨단과학의 부단한 현장 적용을 통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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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김상욱
이제 지긋지긋한 장마도 끝나가고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있다. 기나긴 장마가 오기 직전 우리는 몇 차례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월드컵 본선 게임 하나하나마다 온 국민이 한 몸이 되어 울고 웃었다. 스포츠에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묘한 마력이 있는 듯하다. 이번 <크로스로드>에서는 스포츠에 숨어 있는 과학을 그 주제로 삼아 보았다. 이미 축구의 물리에 대한 글로 유명하신 표준연구소 이인호 박사님과 고려대학교 체육위원회 위원장 김기형 박사님께서 바쁘신 중에도 옥고를 보내주셨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바탕에 있는 과학에 대한 흥미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호에서는 특집보다 에세이에서 오히려 글의 무게가 느껴진다. <다빈치 코드>와 DNA 코드를 엮어가는 주경철 교수님의 글 솜씨가 맛깔난다. 이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지만 재미있는 과학 교양서적과 함께 삼매경에 젖어 보면 굳이 붐비는 피서지에 갈 필요 없지 않을까?
주경철
최근에 세상을 뜨겁게 달군 대표적 이슈로는 단연 생명공학 문제와 <다빈치 코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어떤 관계에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이 두 현상이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보이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유사한 흐름에서 나왔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생명공학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보자.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분명 생명의 신비의 핵심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간 중요한 사건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 생명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설명해줄 신의 설계도를 거의 손에 넣은 상태이고,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느 정도 더 알게 될지 모를 정도로 대단한 과학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에 우리는 생명공학이 장차 우리에게 해줄 많은 장밋빛 약속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의 생명현상을 그토록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 축복일 것인가? '생명공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말해주듯이 생명현상이 인간의 응용기술의 대상이 된다는 데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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