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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내려갈수록 땅이 무겁게 몸을 끌어당겼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발을 하나 떼어놓을 때마다 등에 바윗덩이가 하나씩 더 얹혀지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 걸음을 멈추고 쉬었다. 숨을 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헛구역질이 났다. 나는 몇 번씩 토했다.머리 위에서 돌이 툭툭 떨어졌다. 아까의 일이 생각난 나는 조금 겁에 질려 헤드랜턴으로 천장을 살폈다. 벽돌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손으로 만지자 벽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벽이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하기 위해 벽을 좀 더 두드려 보며 랜턴으로 안을 자세히 살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유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벽돌을 손으로 뜯어내기 시작했다. 벽은 힘을 조금 쓰자 쉽게 떨어져 나갔다. 먼지가 하얗게 일었고, 나는 다시 산소 호흡기를 썼다. 안개가 가라앉고, 벽돌 뒤에 숨겨져 있던 진짜 길의 모습이 드러났다.길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주저앉았다. 납땜자국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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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승, 이 금휘
I. 들어가며1. 과학은 문화의 한 부분과학은 인문학 및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과 함께 인류문화의 한 부분이다. 생각과 행동을 다루는 인문학 및 사회과학이나 감성을 다루는 예술 분야와는 달리 과학은 물질계의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상을 결정하는 요소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이론체계를 세운다. 이론의 옳고 그름은 자연현상에 대한 실험을 통해 가려지기 때문에 과학지식은 객관적 타당성과 보편적 응용 가능성을 확보한다. 2. 과학의 역동성과학이 진보하면 과학의 범위가 다시 넓어진다. 인류의 인식영역이 미생물과 원자 이하의 구조와 같은 미시세계와 태양계, 우주 등 초거대세계까지 넓어진 것이 그 사례다. 이러한 확장과정 때문에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1687년에 나온 지 3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과학은 역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학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지만, 정보기술, 나노기술 및 생물기술의 차원확대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그러한 주장을 퇴색시켰다. 3
정진수
<크로스로드>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통해 과학자들의 세계관과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호 특집을 '기초과학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목표로 정한 과학의 비전을 보여주기 앞서 과학 교육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사실 이런 문제가 이제야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이미 한국의 앞날에 잔뜩 먹구름을 드리울 만큼 문제는 꽤나 심각하다.무릇 모든 교육의 목적은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그 하나가 내재적인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앎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일이다. 과학사에 거론되는 많은 거인들은 이 일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교육에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이런 기능 때문에 국가는 나라의 부를 보다 많이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래전부터 교육을 선택했다. 한국도 국가가 나서서 의무교육 기간을 점점 늘려가며 전 국민이 받아야 하는 교육 내용을 주도해왔다. 이러
홍승우
박상준
<크로스로드> 10호는 '과학교육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에세이까지 같은 이야기를 담게 되어 주제 집중도가 한층 높아졌다. 과학의 안팎을 잇는 데 목적을 둔 우리가 과학교육의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한 개인이 살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볼 때 과학과 일상이 만나는 주된 통로가 바로 과학교육이기 때문이다. 김진승 교수와 이금휘 교수가 함께 쓴 글을 통해서 우리는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교육의 방향과 실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해볼 수 있다. 이 글이 생산적인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진수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서 대학의 과학교육이 취해야 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건설적인 성과를 향한 중요한 일보라 생각되는 만큼, 비단 과학교육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경청할 만하다. 윤소영 선생의 글은 중등 과정의 과학교육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 땅의 모든 과학 교육자들께 이 글이 소중
윤소영
벌써 10여 년 전 일이다. <판스워스 교수의 생물학 강의>라는 책을 번역했을 때이다. 가상의 등장인물 판스워스 교수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나는 가르치는 일이 너무 좋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그때 내 직업은 과학과 관련된 글을 쓰거나 번역하거나 기획하는 일이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나도 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행복한걸.' 여러 분야에서 변변찮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나의 길을 가련다'며 버티는 사람들이 나오는 건 이런 행복감 때문일 것이다.내가 특히 재미있어 한 일이 몇 가지 더 있었다. 뜨개질이나 종이봉투 만들기 - 70년대에 가내 부업으로 많이 하던 - 처럼 머리를 하얗게 비우고 선(禪)의 경지에 들 수 있는 단순 노동, 노래 부르기, 그리고 판스워스 교수처럼 가르치는 일. 결국 그 뒤에 나는 교사가 되었다. 교사가 된 지 어느덧 6년…… 나이만 많았지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새내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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